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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65) / 장엄한 브라이스 캐니언
게시물ID : travel_276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0
조회수 : 13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19 22: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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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이언 캐니언에서 한참을 달려 오늘의 두 번째 코스인 브라이스 캐니언에 도착했다. 그 사이는 역시 황량하고도 척박한 산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 산들에는 듬성듬성 키가 작은 침엽수 같은 것이 자라고 있었다. 사막에 침엽수라니. 학창시절에 배운 바로는 침엽수는 분명히 온대 이후의 기후지역에서 자라는 것이었는데. 비록 이곳이 사막지역이기는 하지만 강수량이 적으니 선인장처럼 잎이 좁은 나무가 자라기에 유리하나 모양이었다. 열대지방 같은 곳의 활엽수는 강수량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생장이 가능했을 것이나 이곳은 넘치는 일조량에 비해 강수량이 적으니 어쩌다 한번 맛보는 꿀맛 같은 물을 함부로 바깥으로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자면 물 저장, 즉 치수를 잘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광합성을 최소화하는 가는 잎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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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캐니언은 매표소를 지나 얼마간 갔더니 아주 멋진 동화 같은 숲이 나타났고, 그 안으로 그림 같은 산장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고 난 후 숲길을 따라 걸었다. 걷는 동안 아들 부부는 우리에게 그곳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에게 아마도 깜짝 놀랄 것이라는 예고가 전부였다. 조금 전에 자이언 캐니언의 그 장엄함에 이미 한 차례 놀란 터라 뭐 그 정도이겠거니 했다. 숲길을 이내 끝이 났고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의 신비한 힘에 대해 말문이 막혔다. 아니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내다볼 뿐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잠시 숨쉬기를 잃어버린 듯하다가 한 번에 숨을 토해내듯이 탄성을 질러댔다. 상 위 길에서 바라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암들이 시선을 압도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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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런 곳이 다 있다니.”
겨우 그것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어떤 말도 필요가 없었다. 그저 나는 엄청난 바위산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니 내 눈앞에 펼쳐진 화려함의 극치일 것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설명을 길이 없었다. 자이언 캐니언과는 달리 이곳 브라이스 캐니언은 평지가 함몰된 것 같이 눈 아래로 산인지 흙인지 돌인지 모를 것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가득했다. 어찌 보면 그리스의 신전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남미의 고대 문명 유적지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동굴 속에서 수도 없이 자라난 종류석 같기도 하고, 그러다 또 어찌 보면 어느 한 구석은 중국 고대 진시 황릉을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밝은 색의 바위 봉우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마치 고대 건축물의 창문 같기도 하고 테라스 같기도 했으며, 중동 지역의 암벽에 세워진 고대 도시의 건축물을 보는 듯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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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우리가 지형을 대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모여 있는 듯했다. 실로 자연이 빚어낸 오묘함의 극치였다. 한참을 넋을 잃고 내려다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듯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마치 이 멋진 경치를 가지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옛날 조선시대 화가가 금강산을 열심히 그려서는 그 림을 품에 안고 갔던 것처럼 나도 아마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얼마나 찍었는지 아마도 집으로 돌아가 사진을 죽 펼쳐 놓으면 이곳 브라이스 캐니언을 다시 복원이라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시야가 닿은 곳은 모두 온갖 형상을 한 붉은 암석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다. 그 멋진 황홀경 덕분에 따가운 햇살은 잊은 지 오래다. 얼굴이 가을 고추잠자리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줄도 몰랐을 정도다.
수년전 직장 동료들과 중국의 장가계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경이로움에 연신 탄성을 질렀던 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곳 브라이스 캐니언은 그 규모 면에서는 장가계를 휠씬 능가했으며 그 오묘함 또한 그랬다. 기기묘묘한 형상은 장가계의 가장 절경을 이곳에 모두 모아놓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천의 얼굴이다. 중국식으로 표현하면 원가계며 천가계를 뛰어넘어 만가계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중국의 장가계가 동양화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이곳 브라이스 캐니언은 고대 건축물을 닮은 듯 서양적인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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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위에서 아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다가 그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평원이 한쪽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고 자세히 보니 그 아래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서 저 아래를 돌고 돌아 다시 올라오는 코스는 거리가 1.5마일이란다. 대강 2Km가 조금 더 되는 거리다. 경사진 길이라 집사람이 다소 부담스러워했지만 그래도 안 내려가 보면 후회할 것 같은 곳이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지 붉은 돌이 자갈로 변했다가 다시 부스러져 붉은 흙이 되어 있었다. 경사진 곳은 혹시 미끄러질까 조심을 해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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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을 손톱으로 긁어보았다. 조금씩 붉은 돌가루가 묻어났다. 그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곳의 암석들은 모두 사암인 듯 했다. 사암은 작은 모래 같은 것이 오랜 세월 다져져서 굳어진 것인데 일종의 퇴적암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태초에 바다 밑이었거나 적어도 호수 바닥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하게 했다.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이곳의 암석은 사암, 석회암, 세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구성 성분 중에 적철석이 만은 붉은 색, 갈철석이 많은 노란색, 망간이 산화된 자주색, 탈색돼 나타난 흰색 등이 있단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장관은 이런 구성 성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황상적인 모습을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암석들은 종류와 성분에 따라 단단한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기 침식의 정도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차이가 기둥 모양 하나하나가 기기묘묘한 형상을 띠도록 한 것이다. 실로 자연의 완벽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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