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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53) / 시민의식 : ④ 애완견도 묵언수행 동참
게시물ID : travel_27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15 19: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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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 읽기  : 애완견도 묵언수행 동참
 
볼더 사람들은 산책을 나갈 때면 대부분 애완견을 데리고 간다. 산책에 애완견을 데리고 가는지 애완견의 산책에 견주가 동행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지경이었다. 어떻든 주인을 따라 나온 개도 주인 흉내를 내는지 조용하다. 이 지방 개들은 모두 성대수술을 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도무지 짖는 법이 없었다. 개가 짖지 않는다. 짖을 일이 없고 짖을 필요도 없는 듯 했다개는 그저 주인의 정다운 벗이지 사나운 짐승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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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주인이 가면 함께 가고 주인이 멈추어 서면 같이 서서 주인이 갈 때까지 무덤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개가 짖지 않는다? 그들에게 개는 애완동물이자 반려견이다. 삶의 한 부분을 같이 하는 가족인 것이다. 그 가족이 짖는다는 것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떼를 쓴다면 그건 부모의 가정교육과 관련지어진다고 앞서 말했다. 마찬가지로 개가 쓸데없이 짖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개 훈련을 잘 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 견주는 개를 애완용 또는 반려 견으로 기를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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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1.jpg
하지만 우리의 개에 대한 접근은 그 출발이 다르다. 우리에게 있어 개는 두 가지 숭고한(?) 목적을 띠고 있다. 하나는 집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이다. 지금도 한적한 시골 마을을 여행해 보라.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일터로 나가고 나면 마을은 온통 텅텅 비게 된다. 그러므로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파수꾼이 필요해진다. 지난 해 동해안 해파랑 어촌 마을길을 걸으면서 매일매일 마주했던 일 중의 개 짖는 소리였다. 어느 곳이든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집에서부터 개가 무섭게 짖어댔다. 줄로 단단히 묶어두어서 그렇지 줄이라도 없으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눈에는 서슬이 퍼랬다. 더러 송아지만한 개를 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기도 했다. 그러면 그 다음 집의 개가 바통을 이어받듯이 짖어댄다. 어느 순간 조용한 마을은 한꺼번에 개 짖는 소리로 요란스러워진다. 마을을 지나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고 개들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다. 개는 훌륭하게 자기들의 소임을 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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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오리.jpg <자료 : 인터넷>
 
다른 하나는 몸보신용이다. 농경사회에서 가축을 기르는 것은 일차적으로 단백질 공급을 위한 것이었다. 가축은 나름대로 단백질 공급을 제외하고 각자의 소임을 적어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소는 농사일을 거들고 닭은 계란을 제공한다. 염소는 젖을 제공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주인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 한다. 개 역시 그런 점에서 보면 사냥을 따라나서거나 주인을 보호해 주는 숭고한 사명과 함께 사람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축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렇다. 그런 개가 차츰 가축의 개념에서 반려의 개념으로 변화되고 단백질 공급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면서 개로 인한 단백질 공급에 대한 저항이 날로 격렬해지고 있다. 개는 차츰 가축의 범주를 벗어나 인간 삶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성공한 동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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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길 도보 여행 중 거제도에서 이 진도개에게(주인은 순종이라고 했다) 물려 혼이 났었다.>
모든 동물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방법이 아직도 단백질 제공인데 개만 유일하게 가족의 일원으로 신분 상승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의 주인은 아이에게 가정교육을 하듯 개에게도 훈련을 잘 해야 하는 것이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개가 짖는다는 것은 그 개가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안전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게 된다. 사회적 배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개는 교양이 없는 개가 되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런 덜 훈련된 개의 주인을 바라보며 훈련을 잘 시키지 않는데 대한 무언의 노여움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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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훈년도 안 시키다니. 뭐 대충 이러는 식이겠다.
개가 짖지 않는다는 건 사실 개가 스트레스가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볼더의 개들은 매일 주인과 너른 초원이며 산책로에서 시간을 보내는지라 견공들께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개들을 아파트에 가두고 키운다. 종일 좁은 곳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니 오죽할까. 사람으로 치면 평생을 어딘가에 갇혀 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개는 원래 그 태생이 늑대의 한 종류이다. 너른 초원을 달리며 살던 말하자면 활동 반경이 매우 넓은 동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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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오리-1.jpg<자료 : 인터넷> 
그런데 시멘트로 둘러쌓인 좁은 아파트 안에서만 생활한다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므로 그걸 풀기 위해서라도 짖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개가 짖는 것은 용맹함이 아니라 주인에 대한 무언의 시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볼더의 개들은 그런 시위가 필요 없다. 매일을 너른 초원을 산책하는 느긋함을 즐긴다. 볼더에서는 개들도 묵언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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