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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46) / 미국의 교통문화 : ① 교통 신호와 보행
게시물ID : travel_27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23 17: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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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미국의 교통문화 : 교통 신호와 보행자 우선
 
오늘은 볼더 시내를 동에서 서로 관통해 보기로 했다. 아직 방향감이 없어 지도를 보고 대강의 위치를 잡았다.
오후 3.
하루를 시작하기엔 한참 늦은 시간이었고, 햇빛은 하루 중 가장 따가운 시간이었다. 간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다소 낮아 한낮기온이 28도 정도란다. 어제는 35도였다. 먼저 집을 나서 오른쪽으로 두 블록 정도를 내려갔다. 지도에서 본 방향은 동쪽이었다. 한낮의 더위 탓인지 거리엔 오가는 차량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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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눈에 띄는 버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어쩌다 마주 치는 시골 버스 수준이었다. 게다가 탑승객도 별로 없어 보였다. 생각해 보니 모두가 너도 나도 승용차를 가지고 있으니 따로 버스를 이용할 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버스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 나처럼 거리 구경을 나선 낯선 이방인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얼마간의 사람들을 위한 것일 테다. 그래선지 버스 승강장이라는 곳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어떤 곳은 우리의 시골 간이정류장처럼 그저 승차 위치만 표시해 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더러 어떤 곳은 제법 버스 정류장 같은 형태를 갖추고는 있으나 그곳도 두 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간이 의자와 그 위로 차양이 마련되어 있는 그런 수준이었다. 타는 사람도 별로 없다보니 버스 정류장을 멋지게 꾸밀 일도 없고 우리처럼 버스 운행정보를 제공도 필요가 없는 모양이었다. 한 블록을 따가운 햇살을 피해 걷는 동안 내 옆 도로로 시내버스가 지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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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걷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차량이 빈번한 큰 사거리 정도를 제외하면 신호등이 별로 없었다.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으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좌회전 하는 차량의 운행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어떻게 길을 건너야 되는지의 문제다.
먼저 좌회전 자동차의 경우 사거리에서 맞은편에서 오는 직진 차량이 먼저 갈 수 있도록 1차선에서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면 된다. 사고는 늘 내가 먼저 가려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직진 차를 먼저 보내고 가면 좌회전 차량은 아무 문제없이 운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차량 통행이 빈번하지 않는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다면 좌회전 차량이 맞은편 직진 차로에 자동차가 없는 경우에도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시간의 손해일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공회전으로 인한 유류 낭비 및 공해 유발 확대와도 연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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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보행자의 문제이다. 미국은 자동차보다는 사람 우선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가 도로에서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정차를 하고 길을 사람에게 양보한다. 우리처럼 보행자에게 삿대질이며 육두문자를 해대는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문화 자체가 다르니 있을 턱이 없다.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보행자 우선의 표지판의 세워져 있어 신호등을 대신하고 있었다.
-주의 법에 의거, 보행자가 길을 모두 건널 때까지 양보하시오.
아주 간명하다. 물론 여기서 주의 법이라는 것은 콜로라도 주의 법을 말한다. 그러나 아마도 다른 주에도 이와 같거나 유사한 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든 이러한 주의 법에 의해 자동차가 보행자에게 양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익이 우선되는 사회라 법을 어기는 사람은 내가 돌아다니면서 본 바에 의하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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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도로 끝에 서 있기만 해도 운전자는 그가 길을 건널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는 멀찍이서 정차를 하고 미소 띤 얼굴로 보행자에게 건너라고 손짓을 했다. 현지인들은 당연히 자기가 먼저 건너야 한다고 여기고 스스럼없이 길로 들어서지만 그곳이 낯선 내겐 자동차가 멈추고 내가 길을 먼저 건너는 것이 운전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에는 그 보행자가 길을 완전히 건널 때까지 운전자는 꼼짝도 않는다. 정차를 하는 정차선도 우리는 횡단보도에서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나 이곳은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지 않은 곳에서도 정차선 만큼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 그려져 있었다. 운전자의 누구도 정차를 하면서 그 선을 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보행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의 경우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신호는 자동으로 제어된다. 물론 이러한 자동 제어는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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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행자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보행자가 건널목에 설치된 수동신호 제어기 버튼을 누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는 우리에게도 간혹 있는데 대부분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거나 차량 통행이 뜸한 도로에 제한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보행자가 없을 경우는 도로가 자동차 위주로 운영이 되고, 보행자가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보행자 우선으로 도로가 운영이 되는 것이다.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횡단보도에 흰색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초록 불이 이곳에서는 흰색 불이었다.
그런가 하면 교통 흐름이 복잡하지 않은 곳은 아예 횡단보도 자체가 없다. 그러니 횡단을 위한 신호 자체가 없는 셈이다. 그저 횡단보도 대신 표지판에 <ahead(전방)>이라는 문구와 함께 길을 건너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간략한 그림이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 사람이 길을 좌우로 살피면 자동차가 알아서 멈추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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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교통 문화가 선명하므로 굳이 차량 소통이 많지 않은 곳에 신호등을 두고 좌회전 자량을 기다리게 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또한 휑하니 빈 길을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교통질서만 잘 지킨다면 이러한 제도는 우리가 도입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말하자면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문화를 만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차량 통행이 그리 빈번하지 않은 사거리에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세금 절약이 되는 셈이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닐 수 없다. 그저 좌회전 차량이 직전 차량에 양보하고 보행자를 우선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만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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