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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43) / 볼더 시내와 <RED ROCK>
게시물ID : travel_27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18 23: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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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 시내와 <RED ROCK>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멀리서 볼더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고속도를 얼마간 달려 다다른 곳은 그야말로 기기 막히는 곳이었다. 볼더 시에서 보면 약간 언덕이 진 곳이라 볼더 시내와 볼더 시 앞의 너른 평야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볼더 시 뒤쪽으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그 산들 뒤로 장엄힌 로키산이 만년설을 품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와 그 뒤로 만년설이라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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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니 아들이 한 마디 한다.
"아빠, 내일은 저기를 갈 거야. 그래서 오늘은 눈으로만 먼저 보는 거야,"
아들의 말에 벌써 기대가 된다. 우리는 차를 돌려 시내 중심가 부근에 이르러서 아들은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헤어져 우리끼리 그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곳이 볼더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가인 <pearl>이다. 중심가답게 다양한 볼거리가 눈길을 끌었다. 중심가 가운데 길은 아예 차량이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도로였다. 그 양쪽으로는 상가들이 즐비했다. 상가가 즐비하기는 했으나 그중 어디에서도 우리의 상가들처럼 호객행위를 하는 곳은 없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거리의 풍광들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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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며느리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의류 매장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온통 주변에는 눈요깃거리가 널려있었다. 특히 곳곳에서 길거리 연주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곳에서는 일인 기예를 하고 있었다. 길을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서서 그의 입담이며 묘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말했고, 둘러선 사람들은 그의 입담에 맞추어 웃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마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일 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다. 어떻든 말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저글링을 묘기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였다. 한참 그의 넉살과 묘기를 구경하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그들 속에 동화가 된 듯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곳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어 보였다. 늘 주변을 살펴 행동하고 서로가 마주치면 서로를 배려했다. 그러므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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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도 간간히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유명 개그맨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가 운전을 하고 가는데 뒤에서 빨리 가라고 빵빵대고 난리였단다. 남은 바빠 죽겠는데 좀 빨리 가지 왜 그리 천천히 가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개그맨이 한 마디 하기를ㅡ
",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시지 그랬수."
였단다.
그저 개그려니 하고 웃고 지나쳤는데 여기 와서 보니 정말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볼더는 휴양도시란다. 특히 은퇴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단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은퇴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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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양보가 넘치는 곳이다 보니 외부 사람들도 볼더에 살고 있다고 하면 달리 보는 정도란다. 땅값이나 집값이 비싼 곳에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속물적 사고를 지닌 우리의 시각으로는 가늠이 잘 안 된다. 어떻든 볼더는 여유의 도시였다.
그래선지 도시 구성원의 대부분은 백인들이었고 흑인이나 유색인종은 그저 가끔씩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혼자 생각에 백인들이 많으니 치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시내 중심가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눈요기를 한 후 나는 집사람과 헤어져 또 다른 볼더를 보러갔다. 길을 모르므로 pearl가의 끝부분에서 되돌아올 작정이었으나 뜻밖에 그 끝은 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 닿아 있었다.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 그저 볼더 계곡만 오르내렸는데 그야말로 뜻밖의 횡재였다. 이게 웬 일인가 싶어 저절로 그리로 발길이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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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연구실에 늘 붙어사는 바람에 며느리는 혼자 가기 난감함에 모두 산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등산로가 어디 있는지를 알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산길을 조금 오르니 <red rock>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 위로 멀리 엄청난 크기의 바위산이 보였다. 바위산 아래 이르니 단촐한 안내판이 너른 바위에 붙어 있었다. 짧은 영어라 전부를 알기는 어려웠는데 대략 약 150년 전 이곳에서 금을 채취하던 곳이라는 설명인 듯 했다. 팻말을 뒤로 하고 거대한 바위산 아래 이르니 그 위용이 대단했다. 마치 설악산의 울산바위를 멀리서 올려다 보늣 것 같았다.
바위는 다소 붉은 색을 띠었는데 오랜 풍상에 시달린 탓에 그저 뼈만 남은 것처럼 앙상하고 얇아 그 자체로 기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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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 중에 바위 위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뾰족한 바위 위에 사람들이 조심스레 기어오르고 있었다. 바위가 별로 높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레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곳에 오르니 너른 평야를 지난 바람이 끝없이 몰려들었고, 발아래 볼더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조금 전 걸었던 시내 중심가며 아들이 다니는 대학의 위치까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집들은 모두 숲에 반쯤 가리고 수줍게 도열해 있는 듯 했다. 숲으로 인해 크지 않은 도시의 전모를 모두 드러내는 일은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 뒤로는 멀리 지평선이 시야 가득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 전주 익산 쯤 가야 귀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지평선이 지금은 시야에 모두 가두기가 힘들 지경이다. <래드 락> 뒤로 등산로가 구불하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등산화가 아니어서 혹시 하는 마음에 더 이상의 등산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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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산의 위치를 알았으므로 다음날 다시 오면 될 일이다. 산 아래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가 다소 섭섭해 오던 길의 반대편 길로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얼마간 길을 따라가다 보니 큰 개울이 보였고 이내 익숙한 지형이 나타났다. 볼더 계곡 상류의 너른 잔디밭이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걸었던 곳의 중긴 지점 쯤 되는 곳이다. 이제 조금 볼더 시내 지형이 눈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그곳에서 계곡을 벗어나 시내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거리를 직선으로 두 블럭을 나아갔더니 집사람과 헤어졌던 곳이 나타났다 이제 길을 좀 더 자세히 알 것 같았다. 혹시 조선시대 김정호의 심정이 바로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염치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침내 집에 이르러 식구들과 저녁을 겸해 집 주변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몸은 점점 나른해졌고 마침내 세상이 온통 목을 타고 넘는 것처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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