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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42) / 볼더에서 멕시코 음식을 맛보며
게시물ID : travel_275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7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16 17: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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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에서 멕시코 음식을 맛보며
 
아들 내외가 아점으로 멕시코 음식을 맛보자며 집 옆 멕시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처음 볼더에 오던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할 때도 멕시코 식당을 찾았는데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 데도 입에 잘 맞았었다. 오늘도 그런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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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까지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음식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여행을 할 때는 혹시 하는 마음에 라면이며 밑반찬을 가지고 갔으나 그걸 찾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먹거리를 일부러 챙기는 번거로운 일은 없어졌다. 아마도 세계 어디를 가도 먹는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아들 녀석은 진정한 세계인이라며 웃었다. 사실 나는 미각에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니다. 말하자면 상한 음식이 아니면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고 할 정도이다. 그리고 새로운 음식을 보면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도 새로운 음식에 쉽게 접근하는 한 원인일 것이다.
아들은 나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주문했다는데 음식이 나오고 보니 만두피처럼 얇게 구워낸 것에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싸서 먹는 것이었다. 나이 탓인지 아들이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지금 다시 기억해내려니 그저 가물거리기만 할 뿐이다. 내 마음대로 속을 넣고 쌈처럼 먹으니 나름대로 제법 맛이 있었다.
 
20180609_184052.jpg
 
음식을 먹으면서 그저 궁금한 탓에 식당 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식당은 제법 컸는데 어정쩡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많지 않았다. 멕시코 식당이면 멕시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것이 아닐까 싶었으나 그건 기우였다. 멕시코 사람으로 보이는 이는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말은 멕시코 음식이 자기네들만의 음식이 아니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내가 아는 한 유독 한식당만 한국인이 무슨 애국심을 발휘한다고 찾는 듯하다. 외국에 자리 잡은 많은 한국 음식점은 상당수가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그건 한식이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외면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저 전통이라는 말을 뿌리치지 못한다. 한동안 한복입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복이 입기가 불편하니 요즈음 취향을 고려한 개량 한복이라는 것을 제안하고 제법 자리를 잡는 듯하더니 지금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량 한복은 전통에 반하므로 한복이 아니라는 것이 아마도 그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료 : 네이버>  한식상차림.jpg 
 
전통은 그 나름대로의 멋과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전통은 변화를 수용하는 가운데서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식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늘 국이 있고 차림이 복잡하다. 그러나 대부분 나라의 식탁은 매우 단출하다. 각자가 한 접시로 한 끼를 해결하는 식이다. 그래서 식당 메뉴도 우리와 같은 한 상 기준이 아니라 한 접시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 외국의 문화로 보면 그에 딱 어울리는 우리 음식은 김밥이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스시라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김밥과 형태가 유사하다. 그런데 스시라는 음식은 지금은 세계 보편적인 음식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김밥은 여전히 그저 간단한 한 끼 또는 아이들 소풍 갈 때 싸주는 음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료 : 네이버>  김밥.jpg   
 
스시의 주재료가 생선 살코기라면 김밥의 주재료는 김과 그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속 내용물이다. 바로 그 속 재료 때문에 개발하기에 따라서는 스시보다 김밥이 더욱 다양한 맛을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가 하면 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너무 옛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순대 속을 외국인들도 즐겨할 다양한 내용물로 채운다면 이 또한 스시 이상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만두도 이와 유사하다. 이런 것들을 외국인들도 금방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로 만들어 낸다면 우리 음식도 외국의 유명 음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어본 멕시코 음식이 그랬다. 말하자면 우선 한 접시에 담을 수 있는 음식, 그리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자료 : 네이버>     순대.jpg
한동안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떠돌더니 지금은 그 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다. 우리는 뭐든 출발은 거창한데 그 뒤를 기약하지 못한다. 아마도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사라진 것은 나름대로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이 말을 주창한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을 하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한식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지 못한다는 현실적 한계도 작용한 것 같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입맛을 고수했다는 말로도 이해된다세계인의 입맛을 우리 입맛으로 바꾸려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돈가스라는 음식이 서양의 육식문화와 일본의 튀김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음식이 아니던가.
 
                            <자료 : 네이버>   돈가스.jpg
 
돈가스는 간단한 상차림과 맛이 모두 서양 음식 문화에 잘 어울렸다. 한식 역시 우리의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세계인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과자로 초코파이가 유명하다. 그런데 그 맛은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르다고 한다. 쵸코파이의 현지전략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음식은 안 될까? 굳이 다져보자면 초코파이는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제조되는 대량 생산적 식품이라면 한식은 전통에 기반한 수공업적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어 달 전에 텔레비전에서 낯선 외국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 식당은 음식의 주 내용은 한식이었지만 상차림은 한식 방식이 아니었다.
 
                                         <자료 : 네이버>   윤식당.jpg 
                                                         
 불고기도 한 접시, 볶음밥도 한 접시 하는 식이었다. 식탁은 간단했고, 음식을 맛보러온 사람들은 자기들의 방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덜한 듯 했다.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음식 맛에 매료되었다.
어떻든 멕시코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괜히 쓸데없는 우리 음식 이야기로 장광설을 늘어놓고 말았다. 더운 날씨 때문에 머릿속이 몽롱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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