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의 구내 식당(2)
아들의 말이 오늘은 드물게 쌀국수가 나오는 날이란다. 한국에서는 일부러 쌀국수를 찾는 일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는 곧잘 호텔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그러나 집사람은 그게 입에 잘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집사람은 며느리와 다른 음식 코너로 가버렸다.
아들과 나는 쌀국수 배식 코너 앞으로 가서 몇 가지의 야채며 쌀국수에 넣어 먹을 것을 챙겨 주방쪽으로 들이밀자 이내 야채를 살짝 데친 후 육수에 쌀국수와 함께 넣어 내주었다.
쌀국수 그릇을 받자 이를 일인용 식탁에 올리고 아들은 나를 이끌고 옆 코너로 갔다. 밥과 야채 익힌 것 그리고 몇 가지의 반찬이 될만 한 것들이 있었다. 맛이나 볼 요량으로 그것들을 조금 집었더니 금방 한 접시가 가득 찼다. 두 개의 접시에 쌀국수와 밥, 반찬으로 가득해서 한 끼 식사량이 충분했다. 그런데 아들은 다시 나를 다시 또 다른 음식코너로 안내했다. 거기엔 또다른 음식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제야 그 식당이 거대한 뷔페식당임을 알아차렸다. 참으로 눈치가 없는 영락없는 촌놈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뷔페식당을 가면 음식이 한 줄로 길게 나열이 되어 있어 한 흐름으로 차례를 기다려 음식을 담아가는데 이곳은 음식이 코너 별로 서로 떨어진 다른 곳에 있어서 처음 가는 사람들은 나처럼 그러기가 십상이겠다 싶었다.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코너를 이용하면 되므로 식사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음식으로 인한 혼잡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음식 코너 한쪽은 무슬림들을 위한 <할랄 음식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 다민족국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담은 일인용 식탁을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주변에 인근 중학교에서 견학을 온 아이들이 가득했다. 대체로 식당이라는 곳은 소란스럽다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아무도 떠들거나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건 견학 온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범위를 습관적으로 지키는 듯했다. 그런 풍경은 어제 계곡을 오르내리면서 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공익이 사익에 우선한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속에 불문율로 자리를 잡은 탓일 게다.
어떻든 자리에 앉자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런 식사는 한 끼 값이 얼마나 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정도의 뷔페 음식이라면 2,3만은 넉넉히 될 듯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그 정도의 식비를 매일 지출한다면 그 부담이 상당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이 간단했다.
"우리 돈으로 약 7천 원 정도?"
이 멋진 뷔페 음식이 겨우 7천 원이라니ㅡ
"그렇게 싸? 그러면 집에서 해먹지 말고 세 끼를 여기 와서 먹어라."
아이가 웃는다.
"매일 그렇게 하면 그것도 지겹지.“
”지겨운 게 대수냐? 싼 값에 영양도 충실하지. 이만하면 최고 아니냐?“
후식도 각종 아이스크림이며 케이크 그리고 음료수들이 여러 사람의 입맛을 고려한 듯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이 공부하는 연구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연구실은 공과대학 건물의 복도 끝에 있었다. 연구실에는 대학원생들이 제각기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 옆에 사람이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듯 했다. 내부는 작은 독서실처럼 아늑했고, 옆방은 둘러앉아 토론을 하거나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자주 미팅을 한단다.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처럼 보였다. 우리는 연구실에서 아들의 자리를 창너머로 확인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 미안한 마음에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나와 아들과 헤어지고 며느리의 안내로 학교의 이곳저곳을 더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