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의 구내 식당(1)
오늘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돌아보기로 했다. 여전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기온은 30도를 훨씬 넘었다. 아이가 사는 기숙사에서 아들이 공부하는 공과대학까지는 대략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다. 그러나 아들은 그 길을 시내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겨우 그만한 거리를 버스를 타다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정도 거리를 걷는 게 좋겠다고 했었지만 아이는 걸으면 너무 더워 학습 의욕이 떨어진단다.
아들이 오전 공부를 마치면 연구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11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아직 오전임에도 햇살은 강했고 당연한 일이지안 기온은 기를 쓰고 오르는 중이었다. 집 주변이 온통 잔디라 아래서 올라오는 열기가 거의 차단된 탓인지 걷는 동안 그리 큰 더위를 느끼지 않았다. 대학교는 어제 종일 걸어다닌 볼더 계곡너머에 있다. 아들이 공부하는 건물은 약간 비스듬한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있었다. 얼마간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아들이 왜 버스를 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강한 햇살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대학교 입구에 이르자 대학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나는 아직도 왜 이런 이름을 쓰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콜로라도 주의 주립대학은 모두 그 앞에 콜로라도 대학교라는 명칭을 먼저 쓰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볼더의 대학은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콜로라도 대학교의 분교처럼 운영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주립대학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대학 건물은 모두가 하나같이 붉은 주황색 일색이었다.
"모두 같은 때 한꺼번에 지었나. 왜 모든 건물이 같은 색이지?"
"그럴 리가 있어."
아이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아이가 그러면서 묻는다.
"콜로라도가 무슨 말이야?"
"콜로라도? 글쎄."
"color red라는 말이 변형된 거라네. "
이 말은 "색칠되어 있다는 스페인어에서 유래가 된 말이라네."
스페인 사람들이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주변의 돌들이 모두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말이란다.
아들이 있는 이곳의 지명인 볼더 역시 영어로는 boulder라고 쓰는데 돌더미, 바위와 같은 말이란다. 그러고 보니 며느리가 블러그에서 쓰는 이름이 <볼더리안> 이던데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볼더리안, 볼더 사람이라는 의미도 사용한 것일 텐데 그저 단순히 용어에 충실하자면 우리말의 <돌쇠>가 아닌가? 나중에 그 말을 며느리에게 했더니 박장대소한다.
공과대학 건물 앞에서 아들을 만나 몇 개의 건물을 걸어지나면서 그 건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발길을 구내식당으로 돌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식당은 대학교의 가운데쯤에 위치한 것으로 보였는데 내부는 내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규모가 우선 엄청났다. 이렇게 큰 식당이 필요할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였었다. 그러나 그런 의구심은 금방 해소되었다. 학부생만 2만 6천여 명이란다. 그리고 대학원생도 5천명에 육박한단다. 거기에 교직원까지 더하면 가히 그 숫자가 가늠된다. 그러니 방학이 아니면 평소에 수만명이 이곳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식당은 하루 세끼를 모두 제공한단다. 아침은 기숙사에 있는 학부생을 위한 것인 모양이었다. 오늘은 방학인데도 인근의 중등학생들이 운동 연습과 함께 견학을 온 모양으로 식당이 북적였다.
<이게 대학 구내 식당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뷔페식당보다 더욱 넓었고 음식도 다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