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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2) / 1600미터 고도의 도시 볼더
게시물ID : travel_27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16 15: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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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600미터 고도의 도시 볼더
 

아들 부부는 볼더에 산다. 그곳에 있는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볼더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중소도시인데 지척에 덴버 시가 있어 먼 길 여행은 덴버에 있는 공항을 이용한다. 우리가 이곳으로 올 때도 역시 그랬다. 장엄한 로키산맥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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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Boulder)는 미국 서부 콜로라도 주에 있는 도시로 인구는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집들이 숲 속에 있는지라 도무지 그 수를 실감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그 동안 목격한 대부분의 도시는 중심부에만 겨우 고층 건물들이 있고 그곳을 제외하면 2~3층 정도 높이로 지어져 있어 도무지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볼더는 로키산맥의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데 해발고도가 1,600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태백산 꼭대기에 도시가 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곳이 해발 700여 미터 정도 되는 고지대였었다. 고도가 높아 여름에는 늘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았다. 그래선지 저녁이면 골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그러나 이곳 볼더는 그보다 더 높은 고지대였지만 날씨는 우리의 한창 더울 때인 8월의 날씨와 비슷해 보였다. 다행히 건조한 탓인지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이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 날씨는 오래 전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태국을 여행할 때 느꼈던 것과 똑 같았다. 그래서인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도 땀이 별로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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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는 로키산 인근이라 로키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주요관문이기도 하다. 지도에서 보면 도시는 배후로 로키 산맥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너른 평원을 끼고 있었다. 너른 땅이라 그저 눈을 들면 어느 곳에서나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볼더의 너른 평원은 산 위에 올라 내려다보아도 그 끝을 쉬이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볼더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래드 록>이라는 산을 알게 되고 그리로 올라가는 중에 볼더의 역사가 적힌 현판 같은 것을 발견했다. 볼더라는 도시는 1858년 광부들이 정착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간략한 안내였다. 볼더라는 지명은 이 지역에 큰 자갈(boulder)이 많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광부들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볼더는 덴버의 위성도시로 콜로라도 대학교가 들어서 있는 대학도시이기도 하다. 로키산 관광을 위한 중요한 거점도시로 관광객도 많이 몰려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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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는 너른 평원이 거칠 것이 없어서 그런지 사시사철 맑은 날씨가 자랑거리란다. 우리들이 머무는 동안에도 하늘은 언제나 구름 한 점 없이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색 일색이었다. 일 년 내내 잿빛 하늘을 이고 사는 우리에겐 참으로 꿈같은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날씨가 청명하고 주변 경관이 좋은 곳이라 은퇴자들이 제일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도 하단다. 실제로 공원에는 은퇴자로 보이는 이들이 상당했다. 로키 산 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들네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살림을 하고 있었다. 기숙사는 1인용과 살림집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모두 4층으로 넉넉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들의 경우 살림을 하는 탓에 3,4층을 복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3층은 거실, 주방이 있고, 4층은 침실과 서재가 따로 있었다. 한 가족이 사용하기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침심과 서재가 있는 4층은 천장을 이고 있는 탓에 한낮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목조건물이라 다소 시원하다고 해도 따가운 햇살은 날 것 그대로 지붕 위에 얹히는 탓이다.
집 앞이 대로라 차량소음으로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고 아들 내외가 미리 걱정을 해주었지만 창문을 닫자 거의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동안의 여행으로 지친 탓인지 오랜 만에 숙면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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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부터 열기가 후끈거렸다. 아침나절이면 늘 하던 습관대로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열었더니 아들이 기겁을 한다. 소음 때문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 집 앞의 나무들에서 날아드는 각종 꽃가루와 도로에서 날아오는 먼지 때문이란다. 실제로 3층 거실에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 청소기에 부착해 놓은 걸레 바닥이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가로수며 잔디 둘레로 심어놓은 키 큰 나무에서 꽃가루가 수도 없이 휘날렸다.
집 앞 녹색 잔디는 눈이 부신데 그걸 창문 안에서만 바라보아야 하다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하는 수 없이 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와 잔디 밭 한 가운데 설치해 놓은 간이 의자에 앉으니 소슬한 바람이 불어와 집안보다 훨씬 시원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덩그마니 태양만 매달려 있으니 햇살이 따가울 수밖에 없을 텐데 그늘 밑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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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늘 습도가 높아 한 여름에는 그늘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그저 땀이 줄줄 흐르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별로 땀을 닦아 본 일이 없었다. 잔디밭은 기숙사 마당과 마찬가지여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데도 더러 다람쥐가 놀러 나온다. 다람쥐는 사람이 있어도 겁을 내는 법이 없다. 사람이 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다람쥐는 그저 우리네 공원에서 흔하게 보는 비둘기와 다름없었다. 다람쥐를 향해 쥐 소리를 냈더니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다람쥐가 몸을 곧추세우고 귀를 기울인다. 한국에서는 인기척만 들리면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던 다람쥐가 혹시라도 먹이를 주지 않을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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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지 말거라. 우리도 같은 족속이지만 잘 믿지 않는단다. 뭐 대충 이런 정서가 우리네 정서인데 이곳은 다람쥐조차 사람을 믿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연일 텔레비전에서는 전라도 어느 지역의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가 중계방송 하듯이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다람쥐도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데 우리 땅 이곳에서는 학생조차 마음 편히 살지 못하는 곳인가 싶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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