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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30) /산호세 공항으로 가는 길(2)
게시물ID : travel_27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10 21: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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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공항으로 가는 길(2)
 

공항입구에 이르자 온통 노란색을 입은 스쿨버스가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하교를 하는 모양이었다. 스쿨버스 운행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그저 다른 것이 아니라 부러울 정도다. 이곳의 스쿨버스는 학생들을 내리주기 위해 정차하면 같은 방향으로 운행을 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대 쪽 차선의 차들도 모두 정차를 해야 한단다.
 
         스쿨버스.jpg
                                       <달리는 차 속에서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자료  : 인터넷>
 
도로는 보행자가 우선이고 아직 주의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널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고가 나면 사고에 관한 객관적인 사항들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도로를 횡단하는 자가 좌우를 살피며 걸었는지, 자동차는 도로 주행 속도를 잘 준수했는지 하는 것들을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잣대로 삼아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 그게 우리의 법이다. 그러나 어떻게 설명을 해도 자동차 사고는 인명에 큰 피해를 준 것이다. 생명존중 또는 인권은 이런 경우에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도로 이곳저곳에 <주 법에 의해> 라는 문구가 수도 없이 서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아무래도 어른들과 달리 주의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사고가 나면 아이를 나무랄 일이 아니라 운전자를 나무 라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이러한 법 제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스쿨버스-1.jpg
(자료 : 인터넷)
 
 학생 또는 더 나아가 보행자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탕에 깊이 깔려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다니던 길에 자동차가 끼어들어 다니는 것이므로 자동차는 본래의 도로 주인인 사람에게 양보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미국과 달리 스쿨버스는 초등학교에서 주로 운영되는 데 등하교 거리가 먼 농어촌 초등학교와 사립학교들이다. 그러한 학교들은 수적으로 소수이다 보니 법적 규제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스쿨버스가 정차할 때 오가는 모든 차량이 정차를 한다면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 도로는 자동차 운행을 위해 넓게 닦아놓은 것이므로 사람들이 자동차 도로에 끼어들었다고 일부분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로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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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양방향 도로에도 횡단보도에는 모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텅 빈 거리인데도 사람들은 파란불을 기다려야 하고 텅 빈 횔단보도를 보면허도 자동차는 직진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멍하니 서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양방향 도로에서는 횡당보도가 거의 없었다. 만약 길을 건너려면 도로 중간에 마련된 아주 작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수동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수동 버튼은 크게 복잡하지 않은 사거리에도 있었다. 그러니까 수동 버튼이 눌러지지 않으면 사거리든 양방향 도로든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들어오지 않고 도로는 자동차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 수동버튼을 누르면 차례를 기다려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오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적으로 볼 때 절약되는 기름의 양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운전자는 시간 절약과 기름 절약이라는 이중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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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동차의 도로 통행량에 상관없이 차례대로 파란불과 빨간불이 교차하는 정해진 신호체계를 고집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도로 적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거기에 좁은 도로의 갓길에 차량들이 주차를 해놓기라도 하면 길은 좁아지고 차량 통행은 더욱 더디게 된다. 갓길 주차 정도는 모두가 하는 행위라 단속의 엄두도 못 낸다. 그러다보니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도 도로가 차량으로 막혀 있으면 꼼짝을 못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소방차로 주차된 차량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다 그 차량들에 피해를 입혔다면 소방차 운전자의 과실이 되는 나라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명백히 사익이 공익에 우선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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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입구에서 자동차 기름을 넣었다. 기름을 가득 채워 랜트 카를 반환해야 한단다. 처음에 그렇게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건 당연히 보였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동안 화장실을 사용할 요량으로 주유소 마트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주인이 계산대에서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다 외친다.
"노 노 노 노"
아마도 내가 물건도 안사면서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데 대한 거부 같았다. 화장실과 주유소는 서로 별개인가? 이런 젠장 무슨 놈의 인심이 이리도 사납냐 싶었다. 우리 같으면 당연한 일들이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갑자기 미국 사회에 대한 좋은 인상들이 순식간에 싹 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을 머무는 동안 어디에도 화장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있다고 하더라도 남녀를 통틀어 겨우 한 칸을 함께 사용하는 식이다. 우리보다 엄청나게 먹는 데도 화장실이 없거나 변기 숫자가 적다는 것이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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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가? 어떻든 공항이 가깝다는 아들의 말에 일차원적 욕구 해결에 실패하고 조심스럽게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산호세 공항. 패키지여행으로는 와보지 못할 별로 크지 않은 공항. 규모가 그런 탓인지 타고 내리는 곳이 동일했다. 대체로 탑승구와 출구가 별 개로 나누어지나 이곳은 탑승구로 여행을 마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규모 탓이려니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덴버나 라스베이거스 등 규모가 제법 큰 공항도 별 차이가 없었다.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비행기 여행은 우리네 고속철이나 새마을호 기차여행 같은 것일 게다. 그러다보니 모처럼 힘주어서 하는 여행이 아닌 일상의 여행인지라 세세한 서비스는 그저 눈치 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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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 점심을 하기 위해 고속도로 인근 휴게소를 들렀다. 차에서 내리자 도로에서 후끈한 열기가 몰려들었다.
우리는 멕시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식당 내부는 사방 벽면이 온통 대형 텔레비전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다양한 채널의 스포츠 중계였다. 사람들은 친구들끼리 음식을 먹으며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함께 응원을 하기도 하며 서로 교류를 한다고 한다. 서부개척의 시대에 광활한 평원 위에 목축업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땅 한 가운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이읏 집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교류는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서로 이웃과 교류를 하는 방법으로 접근성이 좋은 곳에 교회당이 세워지고, 마트가 세워지고 식당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주일이면 이웃들은 교회당에 모여 함께 예배를 보고 이웃의 안부를 물었다. 마트에서는 한 주일 치 또는 그 이상의 날에 해당하는 식품을 구입하게 된다. 지금도 대형 마트, 아울렛 같은 매장들은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둘러본 아울렛 매장도 도시의 한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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