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건방진 신입생 이야기
게시물ID : soda_27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햇빛쿠키
추천 : 18
조회수 : 5433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6/01/29 19:02:05
옵션
  • 창작글
대학시절 만화동아리엘 다녔어요. 

당시 만화동아리의 시기가 소위 "그림패"라 불리며 시위할 때 쓸 플래카드나 대자보 등을 만들던 운동권 기수와 에바에 열광하는 신세대가 섞여있는 혼돈의 도가니였죠. 

우리 기수는 후자 쪽이긴 했으나 아직 작화에 능한 수준은 아니라 배워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파란의 신입생이  들어왔어요. 고등학교 시절 제법 회지 활동도 하고 그랬나 보더라구요. 

입부 첫 날은 스윽 둘러보고 가더니 다음 날 나타나서는 이러더군요. 

"선배, 스크린톤 없어요? 펜선가지고 언제 배경선 그려요?"
"라이트 박스도 없어요?"
"에어브러시 쓰면 좋은데, 여긴 그런 거 안 써요?"
"회지 그림들이...ㅎㅎ 그림 수업도 해요?"

 뭐, 학교에서 지원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지금 같으면 얼마든지 갈구겠지만 당시엔 순진무구한 선배들인지라 부들부들 거리며 분해했지요. 그림 수준이 그닥이었긴 했거든요. 

그 날 저녁 우리 동아리에서 제일 실력이 좋았던 미술학과  동기가 수업 마치고 돌아와선 우리 한풀이를 전해 듣고는 분노 폭발!

다음 날 그 콧대 높은 신입생이 거들먹 거리고 있을 때 나타난 동기, 그 날의 그림 수업 강사였습니다. 

"오늘은 만화가들이 실제 작화하는 방식들을 배워봅시다."

그 때부터 도구들을 꺼내서 슥슥 그려나갑니다. 

톤, 에어브러시 사용은 물론  바탕 밑그림도 없이 붓펜만 가지고도 기가 막히게 그려나갔습니다. 

수업이 진행될 수록  그 신입생은 풀이 죽어 말이 없어지더니 수업 끝나곤 조용히 나갔습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의 그 동기는 지금 만화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졌지요. 

약 사이다라 이제껏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동기 이름을 베오베에서 발견하니 무지 반가워 에피소드 하나 적어봤습니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30311
 
출처
보완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