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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20) /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세퀘이야 숲
게시물ID : travel_273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6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30 16:17:45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세퀘이야 숲
 

요세미티 계곡은 빙하시대에 생성된 계곡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평탄한 바닥이 특징이다. 무성한 삼림 사이에 있는 초원과 요세미티 폭포 등 계곡 주변의 폭포가 절경이다. 오늘 우리는 그 계곡의 일부를 보러 가는 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주로 계곡을 중심으로 폭포와 거대한 바위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 본양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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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들어서자 숲이 울창해졌다. 도로는 산허리를 타고 끊임없이 위로만 향했다. 그래도 승용차는 힘든 내색도 없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예전 수동 차량 같으면 벌써 몇 차례 숨을 헐떡이며, 엔진은 독특한 굉음을 냈을 것이다.
산을 오르자 곧게 뻗은 세쿼이아 숲이 울창했다. 그런데 고지대라 그런지 세쿼이아를 제외하고는 키 큰 나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산은 멀리서 보면 흡사 잔디 같은 것으로 뒤덮힌 민둥산 같기도 했다. 말하자면 초록의 민둥산에 세쿼이아가 사방 흩어져 있는 형상이었다. 그 바람에 뜻하지 않게 가끔씩 도로변까지 용감하게 진출한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기도 했다. 사슴 같기도 한 초식동물들이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도 경계하는 기색도 없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러다 간간히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기도 했다.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는지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신기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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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 주차를 할 만한 곳은 이미 다른 차량이 가득해서 우리는 그저 서행을 하면서 차창 밖으로만 내다볼 뿐이어서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도 잠깐. 요세미티는 넓고도 깊으니까 또 어떤 동물들이 우리를 환호하게 할지 모르는 일이다. 한참을 더 구불거리며 오르다보니 갓길에 차량이 여럿 정차해 있었고, 사람들이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침 빈자리도 넉넉해서 우리도 그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쉴 겸해서 내렸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은 깊고도 깊었다. 계곡 반대쪽 산기슭에는 하얀 폭포가 햇살에 반짝이며 흩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스마트폰이며 사진기의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여행은 남는 게 사진뿐이더라는 무슨 철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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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돌로 쌓아놓은 도로 경계석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앉으면서 집사람을 놀려줄 생각에 어이쿠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집사람이 화들짝 놀란다. 그런데 그 놀람은 생각지도 않게 주변에 있던 미국인 노부부에게도 전해져서 그들도 함께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장난임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어주었다. 즐겁기도 했지만 괜히 미안한 생각에 그저 “sorry!!! I’m so sorry.”
하고 멋쩍어 했다. 이거도 영어라고 원. 이 정도면 중학교 1학년도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일 것 같다. 내 영어 실력은 겨우 그런 정도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지난1년 동안 틈틈이 영어회화를 한답시고 중얼거렸는데 현실은 그 중얼거림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다. 나의 그 짧은 영어 솜씨에 집사람과 며느리가 깔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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