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인으로써 정체성을 되찾은 하루. 시작은 같이 저녁먹자는 제 카톡이었으나 끝은 그녀 집에 있는 제 옷가지들 월요일에 가져가는 걸로 끝났네요 하하하..
보고싶다는 내말에도 귀찮다며, 저녁먹자는 말에도 귀찮다면서 며칠전 같이 저녁을 먹다 걸려온 다른 사람의 전화를 나가서 받고와서 너무 당당하게도.. 웃고 떠드는 통화를 제 앞에서 받을 수 없어 나가서 받았다는 그 사람.
오지마 귀찮아 수도없이 반복되는 단답형 카톡에 남자의 직감으로 이미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권태기라고 그래서 귀찮다고.. 직업상 늦게 끝나는 나를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 더 나아질거라는 내 말에 더이상 일말의 기대감도 들지 않는다는 당신의 차가운 카톡에 그냥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로 함께했던 255일간 진상손님에 시달리고 영업실적으로 갈굼당하고 하루 13시간 이상을 서있으면서도 그 늦은 시간 나를 기다려주는 당신에게 항상 제일 먼저 달려간 저였습니다..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저와는 달리 늦게라도 항상 부르면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단 한번도 안해줬던 당신.
당신이 지쳤다는 그 시간시간 오늘은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여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끝나기가 무섭게 냉큼 달려갔던 저는 그런 말 하나 듣지도 못했는데... 몇배는 더 지치지 않았을까요??
매번 데이트비용을 안내는 거는 제가 더 많이 버니까.. 그리고 제가 없다하면 자기가 내긴 하니까.... 아무 말없이 넘어가고 오히려 얻어먹을 때마다 항상 고맙다 말하던 저를 보면서 느껴지는 게 없던가요??
사랑해 한마디 해달라는 제게 사랑은 뭘 바라고 하는게 아니라던 당신. 당신 생일날 욕먹어가며 주말 휴무잡고 한옥마을 놀러갔던 나만큼 내 생일날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발렌타인데이와 겹쳐있는 제 생일에 흔한 초코렛하나 주지 않았고 사랑한단 말 조차 해주지 않은 당신.
표현을 잘하는 나니까. 표현은 내가 다 하고 돈을 많이 버는 나니까 먹는 거 다 내가 내고 잘 굴러가는 차 가진 나니까 놀러가고 싶다 하면 최대한 데려가려고 노력했던 나인데.
원래 표현을 못한다는 말 한마디로 듣고싶다는 사랑해 좋아해 고마워 8개월간 단 한번도 들려주지 않은 당신.
그동안 받았던 내 상처때문에 이제 가는 당신을 너무나 쿨하게 보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배웅도 없고 당신이 우쭐할만한 이별의 눈물도 흘리지 않겠습니다.
8개월간 가족도 지인도 없이 홀로 목포로 발령받았던 내 옆에 있어준 거 그거 하나로 당신에 대한 감사의 말을 끝냅니다.
잘가요. 멀리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딱 당신같은 사람만 만나길 바래요. 좋은 소리도 못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