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 뉴스타파에 포착됐다. 세월호 참사 17일 째인 5월 2일, 박승춘 보훈처장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가보훈처 ‘나라사랑’ 전문강사 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 “우리 국민은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당시 워크숍 강연 촬영 동영상을 보면, 박승춘 처장은 ‘나라사랑’ 전문강사를 모아놓고 “세월호 침몰 사건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지금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춘 처장은 이어 지금은 “단결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경우 “9.11 테러가 났을때, 부시 대통령이 사후 보고를 받고 (현장에) 나타나서 소방관과 경찰관들 어깨를 두드려 줬는데,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56%에서 90%로 올랐다”며 미국과 한국을 비교했다.
특히 박 처장은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미국은 단결”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며 거듭 공격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함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공격'이라는 표현으로 매도한 것이다.
그러나 박승춘 처장이 언급한 911 테러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테러 당일 3번의 담화를 포함해, 초기 3일 동안 모두 11번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특히 9.11은 테러집단에 의한 외부 공격이었고,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선박안전 관리감독 소홀과 무능한 재난 대응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도 이를 맞비교 하면서 우리 국민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박승춘 처장은 또한 “갈등과 분열이 국가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서 정부 비판 여론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일어나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50% 아래로 떨어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염려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박 처장은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나라사랑 전문)강사들이 그 원인을 분석해서 우리 국민들을 교육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편향 없이 보훈 교육에 나서야 할 ’나라사랑’ 전문 강사들에게 대통령 국정 지지도를 높이는 강연 내용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동영상에 담긴 박승춘 처장의 발언은 35분 가량이었고, 이 가운데 세월호 관련 발언은 5분 정도였다. 박 처장은 이날 발언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공격이라고 표현하고, 갈등과 분열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강사는 박 처장의 발언은 “바람직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에 대한) 아부”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승춘 처장은 2012년 대선 당시, 특정 후보를 깎아내리고 정권편향적인 안보 교육을 주도해 대선 개입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남재준 국정원과 함께 그의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국가보훈처에 워크숍 당시 박승춘 처장의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해명을 요청하며 공식 질의서까지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승춘 보훈처장은 지난해 6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에 감사패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패 사유는 '평소 국가 보훈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보훈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