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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은 깡이다.
게시물ID : travel_270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글이8
추천 : 1
조회수 : 8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0/13 15:27:37

DSC03220.JPG

10월 11일. 유랑 복귀 둘쨋 날. 

횡성으로 가는 중 공장 건물 한켠에 텐트를 쳤는데, 눈을 떠 보니 추위가 온몸을 할퀴는 것이다새벽 네 시였다싸한 냉기는 감도는 전운과 같이 나를 긴장케 했다텐트를 긁어보니 얼어 있었다밖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냉기 가득한 텐트 안의 장비들은 습기에 이미 눅눅해 진체다.

 

침낭을 두 개를 포갰지만싸구려 침낭이라 갑자기 떨어진 날씨에 대한 방비가 되지 않았다숨을 쉴 때마다 한기가 얼굴을 할퀸다. 12월 영하 십몇도까지 떨어졌을 때 유랑하던 때에 비하면야 견딜만한 상황이기는 하지만하여간 나 같은 유랑자에게는 이 추위는 가장 끔찍한 적이다.

 

한 여름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도 모르고 배낭 짊어지고 걷다가 저녁 때에 탈진해서 눈이 돌아가던 때가 있을 정도이지만아무리 여름 더위가 힘들다 하지만 추위에 비할 바 못된다더위는 그래도 대략 나무 그늘 아래서 피할 수 있지만추위는 대기를 샅샅이 휘저으며 피부를 할퀴기 때문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렇게 추울 때는 잠이 안이고마땅히 피할 곳도 없는 이유로 그 자세 그대로 텐트 안에서 웅크려 떠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끔찍한 형벌을 받는 느낌이다몇시간 동안 추위 속의 뒤척거림이 이어지다 보면 온 몸이 냉기로 반죽을 한 듯한 기분이다이런 때에는 다만 빨리 아침이 와서 태양이 떠오르기를 바란다하지만 온 몸이 냉기로 할퀴어지는 그 시간은 묵직해지는 머리와 함께 1초 1초 더디게 흐른다마치 영원의 저주가 내려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러 이렇게 어려움을 감수하고 유랑 다니며 이 저주의 시간을 굳이 견뎌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스스로의 앎과 삶에 적응해 사는 일상의 저주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필히 심신에 채찍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안락과 평안은 인간을 나태히 만들고 용기를 좀먹으며스스로와 타협하게 만듦므로...

 

하여간 이러한 인생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가차 없이 전진하는 힘을 세인들은 이라고 표현한다ㅠㅡ


▶ 강원도 횡성 일지 계속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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