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의 글 내용이 약간 거시기한 내용이 있는 관계로 익명으로 했으면 합니다.) 198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야했으나 공부와 담을 싼 저는 재수는 하기 싫고 조금 있으면 군대도 가야되고, 그래서 군대에서 기술을 배우면 사회에서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을때 저의 눈에 들어온 건 “항공기계정비” 라는 낯설은 단어였습니다. 저는 단번에 등록을 하고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어한게 아니라, 좋다니까 그냥 저냥 한거라 첨에 품었던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두 달 정도 다녔을까요? 느닷없이 영장이 날아왔고 저는 이때다 싶어 자격증도 없이 군 입대를 했습니다. 신병훈련소에 갔더니 왜 그렇게 쓰라는 것이 많은지 하루에도 몇 번씩 사회에 있을때 했던 일, 자격증, 기타 여러가지를 지겹게 썼습니다. 그렇게 6주 훈련이 끝나갈 무렵 어떤 부대인지는 모르는데 간부 한분이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간부- “야, 너 항공정비 했다며?” 나 - “예, 그렇습니다.” 간부 - “그래, 자격증 있냐?” 나 - “없습니다.” 간부 - “얼마나 배웠어?” 저는 그때 이것이 ‘군 생활 3년을 알차게 보내느냐? 아니면 산속에서 하루 종일 삽질만 하느냐?’ 하는 분수령사이에 있다는 것을 동물적인 직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나 - “네, 1년 정도 배웠습니다.” 간부 - “그래? 알았어.” 그렇게 6주 훈련이 끝나고 자대배치 받는데 저는 경기도 모 군단인데 사단소속 항공대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첨엔 정말 어안이 벙벙했죠. 영화에서나 보던 헬기가 몇 대인지 정말 멋있고 저는 속으로 ‘이야! 죽인다~ 헬기도 타겠다~ 이제. 역시 나는 머리가 잘 돌아가~’ 그때 그 간부에게 1년 정비기술 배웠다고 했던게 분명 여기까지 온 것이었습니다. 이곳 항공대는 알고 보니 간부는 많은데 사병은 20여명밖에 안됐습니다. 그렇게 부대가 넓은데 고작 몇 명밖에 안 되는 것이었죠. 인원은 부족하고 항공기술을 배운 신병도 들어오지 않고 제가 1년 배웠다고 하니 바로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럭저럭 며칠이 지났는데 선임병들이 이상하게 저를 왕따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등병, 일병고참들은 청소하랴 정비하랴 바쁜데 저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못할 짓이데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약간 호의적인 김상병에게 물었습니다. 나 - “김상병님, 왜 저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것입니까?” 그러자 감상병은 정비를 하다말고 장갑을 벗더니 “잠깐 이리와 봐” 하면서 화장실로 저를 데려가더니 담배를 꼬나물고, 선임 - “너 정말 모르냐?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거냐?” 나 - “뭘 말입니까?” 선임 - “아, 이놈 진짜 멍청한건지 무서운게 없는건지... 너 임마 빽으로 들 어온거 다 알아. 누구 빽이냐? 사단장 빽이냐? 아니면 뭐 어디 시골 군수 빽이라도 되는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에 빽 비스름하게 온 고참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와서 첨에 고참들이 여러가지를 시켰지만 제대로 할 수 있었던게 없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죠. 두 달 밖에 배우지 않은 정비기술을 1년 다닌 걸로 했으니 고참들은 어디서 빽으로 여기 들어 왔구나, 했던 거 죠. 그래서 저를 아예 건들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그 뒤로 왕따도 모자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여러사람이 한사람 바보로 만들기는 정말 누어서 떡먹기더군요. 어느 날 저녁 휴식시간에 고참 한명이 저를 부르더니, 선임 - “너 솔직히 누구 빽으로 들어왔어?” 나 - “빽이라니요? 저는 빽없는데...” 선임 - “아, 이 자식 솔직히 말하라니까! 여기 이 사람들 다 빽으로 들어온 거야. 순순히 말해 봐?” 그 고참은 저를 그렇게 해서 이실직고 시키려고 했던거였죠. 그때 저의 비상한 머리는 샤샤샥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옛날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중앙정보부. 저는 갑자기 중앙정보부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중앙정보부는 없고 기무사라는 곳으로 명칭이 바뀌었죠. 하지만 저는 중앙정보부가 났겠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나 - “중앙.... 뭐라드라?” 선임 - “뭐? 중앙?” 나 - “네. 아버지가 중앙 어디에 계시다고만 하셨습니다. 자세히는 묻지 말 라고....” 일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얼마 안가 선임하사의 귀에 그 얘기가 들어갔고, 머지않아 중대장님. 며칠 뒤에는 대대장님의 귀에 들어 갔던 거죠. 우리부대에 중앙에 계신 분의 아들이 들어왔는데 그 사실을 모른다면 대대장님도 큰일이라 생각하시고 충성심 강한 중대장님이 말씀드린 거였습니다. 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대대장님실로 불려갔습니다. ‘아, 아! 이제 내가 갈 곳은 영창밖에 없구나. 왜 그런 쓸데없는 뻥은 처가지고 그냥 내무반 생활만 약간 편하려고 했는데.....’ 이미 후회 해 보았자 때는 늦었습니다. 저는 어느새 대대장님과의 1대1 면담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대장님은 저는 보시고 환하게 웃으시면서 대대장 - “어, 어 어서 오게. 여기 앉게” 그리고 직접의자를 빼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대대장 - “그래, 군 생활은 할 만한가? 뭐 힘든 건 없고?” 나 - “예 그렇습니다.” 대대장 - “음.. 아버님이 중앙에 계신다고?” 나 - “예, 그렇습니다.” 대대장 - “직책이 어떻게 되시지?” 저는 그때의 제 머리가 그렇게 빨리 도는지는 저도 그때 알았습니다. 0.5초도 안 되서 저는 이렇게 말했죠. 나 - “실장님이십니다.” 그때 대대장님의 얼굴표정이란, 놀람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이 모두를 합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대장님과의 조우가 있고 난 다음 며칠 있다가 대대장님의 호출이 또 있었습니다. 임진강가 옆 작은 개울로 소풍을 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이유 없이 저를 많이 괴롭히던 정보장교와 운전병 이렇게 4명이 짚차를 타고 얼마를 가자 경치가 좋은 약간큰 개울이 나왔습니다. 정자 비슷한 곳에서 자리를 펴고 대대장님은, 대대장 - “자네, 바둑 둘 줄 아나?” 나 - “예, 그렇습니다!” 대대장 - “목쉬겠네. 살살 말하게. 그래. 어이, 정보장교 차에서 바둑판 좀 가지고 오도록” 정보장교는 잽싸게 차에서 바둑판과 알을 가지고 왔고 정자위에서 바둑판을 펴고 그렇게 바둑을 두었습니다. 물론 정보장교는 아니꼽게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 저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대대장님, 대대장 - “자네 뭐하나? 점심 안 먹을꺼야? 아까 가지고 온 반도 가지고 고 기 잡아서 1시간 내로 매운탕 끓이도록”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보장교는 바지를 걷고 반도를 들고 개울가에서 고기를 잡기 시작했죠. 물론 저는 대대장님과 1시간 후의 만찬을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바둑을 두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다음에도 가끔 그곳에서 대대장님과 정보장교가 끓여준 매운탕을 먹을 수 있었고 다른 곳도 경치가 좋은 여러 곳을 가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그곳 병영생활을 마치고 제대를 하는데 대대장님은 직접 짚차로 의정부까지 저를 바래다주었습니다. 대대장 - “전역 축하하고,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기 바라네. 그리고 아버님께 안부 전하고. 하하하” 나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서오는데 그때까지도 저는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속이려고 속인 게 아니고 사실 우리 아버지는 그때당시 중소기업 기획실 실장님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실장님이라고 대대장님께 말할 때 대대장님은 청와대 비서실장쯤으로 생각했나봅니다 그때 군 생활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대장님 그때 잘해 주신 거 고맙습니다. 일부러 속이려고 속인 건 아닙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만약 아직 군에 계시면 별도 달고 만수무강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