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어느 날.
아직은 시원하다고 할 수 없는 저녁 산책길.
내 옆으로 한 노인이 바쁘게 스쳐 지나간다.
하얀 머리와 깡마른 체구의 노인.
한 손에는 아가들이 탈 만한 자전거가 들려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어린이집이 생각났다.
분명 손자를 데리러 가는 할아버지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노인의 발걸음은 내가 도저히 쫓아가지 못 할 정도로 빨랐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손자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발걸음에 담겨 있었다.
곧 오르막이 나왔다.
노년으로 향하는 그의 관절은 오르막이 꽤나 버거운 것 같았다.
이내 그는 나에게 따라잡혀 뒤처지고 말았다.
오르막이 끝나니 내리막이 나온다.
다시 뒤에서 끌려가는 자전거 바퀴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곧 노인은 나를 제친다.
그렇게 우린 몇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났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 끝에 다다랐다.
결국 노인은 멀찌감치 나를 등지고 목적지에 도착한 듯했다.
뒤늦게 어린이집 앞에 다다르게 된 나는 슬쩍 안을 들여다봤다.
어린이집 문 앞에는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있고 안에선 아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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