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 서울대학교 공대 축제. 21:00 청주대학교 축제. 22:30 서원대학교 축제.
지난 9월 17일, 단 하루 동안 걸그룹 에이핑크가 소화한 스케쥴이다. 에이핑크는 다음 날인 18일에는 오후 10시에 전주 MBC 행사에, 11시 30분에는 군산대학교 축제 스케쥴을 소화했다.
일반인들이라면 상상하지 못할 빡빡한 일정을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소화하고 있다. 한 해 가요시장에 쏟아지는 걸그룹은 50~60개. 기존 걸그룹과 경쟁까지 고려하면 ‘무한경쟁’에 가깝다. 특히 신인 걸그룹은 지방 작은 무대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케쥴을 무리하게 짜는 경우가 많다.
전국을 오가야 하는 무리한 스케쥴 탓에 과속운행은 비일비재하다. 교통사고도 그만큼 잦다. 지난해에는 지역 공연을 가던 걸그룹 나인뮤지스 차량이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걸그룹 달샤벳 멤버 수빈이 부산 방송을 마치고 울산으로 이동하다가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9월에는 걸그룹 레이디스코드가 탄 스타렉스 승합차가 갓길 방호벽을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멤버 은비와 리세가 숨지고, 소정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대구에서 진행된 열린음악회 녹화에 출연한 뒤 서울로 올라오던 중이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걸그룹 경쟁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지역에 있는 대학 축제나 작은 지방 행사도 무시할 수 없다”며 “무리한 스케쥴이라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의 이동 시간만 확보되면 행사를 모두 잡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걸그룹이 살아 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무리한 스케쥴만이 아니다. 그들은 돋보이기 위해‘노출’을 감행한다.
주말 오후, TV를 틀면 나오는 걸그룹들은 대부분 타이트하고 짧은 의상을 입고 있다. ‘순수’ 컨셉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은 에이핑크와 러블리즈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가요계는‘노출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큼 발랄한 소녀 이미지를 고수했던 헬로비너스는 ‘노출’ 컨셉으로 노선을 변경해 제목부터 자극적인 ‘끈적끈적’을 발매, 섹시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 AOA 역시 두 번째 미니앨범 ‘사뿐사뿐’으로 변신을 시도, ‘캣우먼’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로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섹시’ 컨셉을 역이용한 걸그룹 EXID는 차트 역주행에도 성공했다. EXID는 지난 8월 ‘위아래’라는 곡을 발매했지만, ‘선정적’이라는 논란만 키운 채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위아래’ 직캠 영상이 ‘섹시 영상’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지난달 28일에는 엠넷 실시칸 차트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EXID는 방송용으로 수위를 낮춰 안무를 수정,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활동을 접은 곡으로 다시 활동을 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것.
걸그룹 카라 멤버에서 솔로로 컴백한 니콜은 몸매가 드러나는 시스루 패션으로 노출을 시도했다. 또 남자 백댄서와 농염한 키스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남심을 흔들고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걸그룹 인기 척도는 군대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노출이 심할수록 군대에서는 반응이 좋아 ‘걸그룹은 벗어야 산다’는 우스겟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적인 의상이나 안무가 화제를 모으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한 노출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10대 청소년들이 아이돌을 자주 접한다는 점을 감안해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