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물은 킬라킬로 처음 접하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모태솔로 남정네 바부팅팅이입니다.
뭐, 들은 얘기로는 일반적으로 열혈물의 주인공은 남자라곤 하는데
그런 것들은 당시 제 덕력이 약해서 못봤었고요. (그렌라간? 구렌라간?도 1편조차 안 봤...)
그동안 제가 좋아한 애니메이션들은 그냥 평범한 카테고리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열혈물과 저는 거리가 많이 멀었죠.
(Serial Experiments Lain, 카우보이 비밥, 하이바네 연맹, 충사, 플라네테스 등과 같은걸 좋아하니깐... 덕력이 좀 있으신 분들은 대충 제가 어떤 성향인지 감은 잡힐겁니다. 에바나 마마마 같은 대작은 보긴 했습니다만 제 원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긴 합니다.)
그런 제가 자꾸 여기저기에서 수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킬라킬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참고로 전 일본어 듣기 실력은 초급에 가깝지만, 대신에 읽기 실력은 약간 됩니다.
그래서인지 킬라킬에 나오는 기술명이라든지 캐릭터 이름이라든지 등등이 큼지막하게 한자로 소개될 때마다
한자의 독음 가지고 말장난치는 부분에 있어서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한국식 독음으론 생명전유(싸움 전/옷감 유)이지만, 일본식 독음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 생명섬유(섬유
≒ 옷감).
한국식 독음으로는 전유상실(싸움 전/옷감 유)이지만, 일본식 독음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 섬유상실(섬유 ≒ 옷감).
한국식 독음으론 습학여행(기습 습... 즉 기습을 위한 여행)이지만, 일본식 독음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 수학여행(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것).
(일본 환타 광고에서...) 트로피칼 후르츠다!! [읭??]
뭐 이거 말고도 많이 있지만 미리니름 방지 + 귀차니즘으로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캐릭터의 이름글자에도 많은 말장난이 들어있더군요.
제 시청 결론은요...
중간즈음에 한번 뒷통수를 때리고 또 한번 뒤집어지지만, 정말로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그 스토리가 정말로 매력적이에요.
머리 아프게 깊게 생각할 필요 없는 오락용 애니메이션으로는 딱이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제가 남정네라서 그런지 몰라도, 초반 몇 화는 정말로 보기 남사스러울 정도로 주인공의 노출도를 자랑하는데,
보다보면 스토리에 심취하게 되고, 스토리에 심취하게 되면 그 노출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이더군요.
뭐랄까... 남자 입장에서 여성의 란제리는 꽤나 야해보이지만 수영복은 야하지 않잖아요.
처음엔 주인공의 변신 차림이 란제리 비스므리한 느낌이었다가 점점 수영복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또 일상복으로 바뀌는 느낌?
중간중간 장면을 캡쳐해서 그것만 보면 야해보일지 몰라도
애니메이션을 쭈욱 이어보다가 그 장면에 접하면 그냥 당연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랄까 제 열혈물에 대한 편견은 땀내나는 남정네들의 어처구니없는 우정? 이 쯤의 느낌인데,
이러한 것을 무지막지하게 깨어버린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열혈물을 거의 안 본 제가 할 얘기는 아닐것 같습니다만,
열혈물에 있어서 일종의 마법소녀물에 있어서의 마마마와 비슷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마법소녀 밍키는 제가 꼬맹이었을 당시 리얼타임으로 TV에서 시청했는데 당시 워낙 충격이 커서 아직도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나이 차고 나서 마마마서 비슷한 충격을 받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