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올해 서른.. 오늘 회사에서 장비 납품할게 있었는데 양이 많아 힘들고, 짜증나고, 춥고;; 정장 입고 출근해서 쥐꼬리 월급 받아가며 이게 머하는 짓인가? 생각하면서 납품 다 하고 남은 박스 대충 모아서 길가 쓰레기 두는곳에 누가 가져가겠지 생각하며 휙~~ 내 팽게치고 투덜되며 담배 하나 물었는데..
정말 허름한 차림에 어떤 할아버지께서 ' 총각 저 박스 버리는 건가?' 물으신다. 모습을 보니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신 듯 찬바람에 빨갛게 된 광대뼈에 삐쩍말라 거동도 제대로 못 할만큼 허약하게 보이셨다.
난 ' 네. 다 가져 가세요~' 말한 후 속으론 혹, 재활용 이지만, 남의 건물 앞에 가져다 놓은거라... 내심 찜찜 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근데...갑자기 그 할아버지께서.. 손주 뻘인 나에게 얼굴이 땅에 닿을 만큼 허리를 숙이며..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하다며 허리를 굽히시는거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피우던 담배를 뒤로 불씨를 끄고 나도 모르게 ' 아 예.. 아닙니다..고생하시네요' 말을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오후내내 00동에서 여기까지 ( 약 15킬로 정도되는 거리 ) 리어카 한대를 다 못 채웠는데 총각때문에 밥값했다며..'
날이 풀렸다 하지만 아직은 밖이 추운데 그 연세에 무거운 수레를 끌고 버는 몇푼 안되는 그 돈이 하루하루를 밥 걱정없이 사는 수단이라니... 나는 귀찮은 듯 버린 저 폐지가 이분 한테는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거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갑자기 초라하고, 창피하고, 못나게 느껴져 낯이 뜨거워 지는 걸 느꼈다......
와... 매일매일 난 왜 이모양 이꼴로 살까? 하는 어두운 생각들을 많이 했던 나를 다시 돌아본다. 오늘 비록,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상에 작은 에피소드지만,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소중한 날이였다.
여러분 길 가다가 심심치 않게 폐지줍는 노인분들 만나잖아요.. 작은거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시는 이분들을 위해 우리 모두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내보아요^^
오늘 간만에 다시 한번 내 자신이 참 행복한 놈이구나... 아직은 나도 뜨거운 먼가가 가슴에 남아 있구나.. 하는 훈훈함을 품고 잠이 듭니다.. 모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