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침에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2시간 정도 업무를 본 후,
외근 때문에 차를 빼려고 하는데 뒷 문짝 옆(뒷 휀다 위)가 흰색 줄이 가있고 살짝 찍힌….
제 차 옆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흰 승용차.
높이 보니 딱 후진하다 사이드미러로 제 차를 긁은 듯해 보였죠.
근데, 오전 두 시간 동안 아무 말이 없더군요.
물론 저도 그 차가 그랬는지 확신할 수 없기에 외근도 급하고 해서 일단 회사를 나왔죠.
오후 쯤에 흡연실 앞에 가니 그 직원이 담배를 피며 있더군요.
혹시 아닐 수도 있으니 조심스레 얘기했죠.
"XX 씨 혹시 주차하다가……." 까지 말하니
"아, 네. 누구 차인지 몰라서요." 이 염병. -_- 매일 같이 서로 같은 장소에 주차하는데.
그러더니 "그거 물파스로 바르면 되는데...."
물파스로 바르면 된다고 말하는 건 관용의 차원에서 긁힌 제가 할 말이죠.
긁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닌 거 맞죠?
하여튼 "물파스로 지우면 되는 거 알죠. 일단 사과는 하셔야죠?" 그러더니 미안하다고 고개를 푹 숙이데요.
뭐 썩 친하진 않아도, 한 회사 사람이고, 앞으로도 볼 사람이라 넘어갔는데,
생각해 보니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말도 안 한 그 사람을 과연 내가 이렇게 넘어가는 게 잘한 건가 싶기도 해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