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danzi.com/ddanziNews/2379499
2014.04.28. 월요일
견인차
지난 기사 <시즌1>
<시즌2>
|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바쁘게 보내며 2주나 휴재하고 거의 2주 내내 수면부족으로 지내다가 일을 끝내고 이틀 정도 자고 일어나서 "으쌰! 글을 써볼까!" 하고 컴퓨터를 켰더니 한국이 뒤집어졌더군요.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는 한없이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스스로 안타까울 정도로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들에 비해 감정적이기보다는 본능적인 행동을 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설치류들 등 작은 초식동물들은 새끼를 낳고도 양육할 환경에 극도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무작정 새끼를 기른다기 보다는 새끼를 죽이고 섭취해서 차라리 다음에 태어날 새끼들의 양분으로 비축합니다.
수컷 사자들은 프라이드(사자무리)를 지배하는 기간인 우리들이 보통 생각하는 시간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평균 2년 정도) 그 기간 동안 자신의 DNA를 남기기 위해서 암사자들을 임신시켜야 합니다. 단, 새끼를 키우는 암사자는 새끼들이 다 자랄 때까지 다시 임신하지 않기 때문에 숫사자들은 암컷들이 다시 발정하도록 태어나 있는 어린 새끼들을 전부 죽여버립니다. "사자는 새끼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린다." 라는 스파르타식 교육방침의 모토는 이런 다른 숫사자의 새끼를 죽기기 위한 젊은 숫사자들의 행동을 오해한 것에서 비록 된 것이지요.
뻐꾸기들은 새끼를 낳아 자신이 직접 새끼를 키우기 보다는 멧새나 종달새 등 다른 다른 새들의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양육시킴으로써(Brood parasite; 탁란) 스스로 에너지 소비를 방지하고, 알 또한 다른 새들보다 부화가 10여 일로 훨씬 빠르기 때문에 먼저 태어나서 양부모의 알들을 전부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서 죽여버림으로 양육경쟁을 초기에 방지해 버립니다. 이런 행동 덕에 외국에서 뻐꾸기(Cuckoo)는 미친 사람을 의미합니다.
야생동물들은 엄연히 따지고 보자면, 본인의 자손을 성공적으로 남기는데 가장 좋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극단적으로 이성적인 생물들 입니다.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들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이나, 공통점은 내 새끼, 우리의 새끼는 지독하게 아낀다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미친 새, 우리나라에서는 비열한 새라는 별칭까지 얻은 뻐꾸기는 자기가 키우는 것 보다 탁란해서 다른 새가 양육시키는 것이 훨씬 새끼 생존율을 높이기 때문에 선택한 종 보존법입니다. 또 그렇게 육아기생 숙주가 된 종달새 같은 새들은 열과 성을 다해 보살피고 품어 주고 먹여주고 혼자 잘 살수 있도록 훌륭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사자 프라이드(무리)의 영역은 259제곱 킬로미터까지 거대할 때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영역 확인/표시를 위해 무리의 숫사자가 나간 사이 젊은 숫사자, 때로는 두세 마리가 같이 프라이드를 공격해서 새끼들을 죽이고 무리를 차지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사자들이 얌전히 앉아서 새끼들이 죽도록 놔두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도망쳐서 독립해서 자기들끼리 무리를 이룰 때까지 암컷 혼자 사냥하고 보호하며 키울 때도 있고, 자기 새끼가 아닌 새끼들이라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지어서 숫사자한테 달려들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큰 먹이를 혼자 무리해서 사냥하다가 죽기도 하고 숫사자한테 물려 죽기도 하며 새끼들과 다 같이 굶어 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끼들을 마냥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사자와 마찬가지로 공동육아(Cooperative Breeding)을 하는 늑대, 하이에나와 같은 동물들은 육아를 담당하는 개체가 따로 있습니다. 힘세고 날렵한 성체들은 사냥을 하고, 영역을 노리고 새끼들을 노리는 침입자들을 몰아내고, 곰이나 독수리 등등 새끼를 먹이로 아는 녀석들의 위협에서 보호합니다. 늑대의 무리에서 자신의 새끼가 있고 없고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서열관계는 나뉘지만, 종국에는 "니 새끼가 내 새끼고 내 새끼가 니 새끼다." 라며 서로 지키고 보호합니다.
타조들은 여러 암컷이 한 둥지에 새끼를 낳아 번갈아 가면서 알을 품고 돌봅니다. 수십 개의 똑같이 생긴 알들 중에서도 자신의 알들을 정확하게 가려내서 가운데 쪽으로 몰고 더 품으려고 하지만, 종국엔 모든 알들을 굴리고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는 아빠와 엄마들이 애지중지 보호하며 키우죠.
인간은 엄밀히 따지자면 공동육아를 하는 동물들 중 하나 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학교에 보내며, 부모들이 돈을 벌어 가족(무리)를 먹여 살리는 동안 다른 개체들은 일정한 보상을 받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 시킵니다. 또 다른 개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동체 무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일련의 부분, 예를 들어 영역보호, 다른 공동체와의 교류, 무리 내의 규칙 정립 등등을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사실 단지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 말고는 다른 동물들과 전혀 다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진화한 성대기관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욱 복잡한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동체 조직으로서 이점을 가지고 있죠.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은 자손들을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지키고 길러낼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 우월한 수단을 가지고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사용을 하고 있죠.
단지 인간과 금수 사이에는 여러 차이점이 있겠습니다만, 미개하고 도덕도 인정도 모르는 금수들도 자기 공동체의 새끼들을 목숨 걸고 지키는데 대한민국의 정부라는 윗줄은 생때같은 아이들이 물 속에 갇혀 죽어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는 것, 그것 하나 확실히 다르네요. 권력을 가질수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사람들은 공동체의 자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동물의 본능도 잊을 정도로 권력을 많이 가졌나 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통탄한 일입니다.
몇 해전 '라가디마'라는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습니다. 라가디마가 새끼를 키워내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는데 한번은 라가디마가 사냥을 나간 사이 뱀이 라가디마의 새끼를 잡아 먹습니다. 사냥에서 돌아와 상황을 눈치챈 라가디마는 뱀을 맹렬하게 공격해서 새끼를 다시 토해내게 만듭니다. 새끼를 돌려받은 라가디마는 나무 위에 올라가 한참을 울부짖죠.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그 후 라가디마는 한번도 뱀 따위에게 새끼를 빼앗기지 않고 훌륭하게 새끼들을 키워내는 어미가 됩니다.
대한민국이 우울증에 빠졌다고 들었습니다.
우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어른들을 믿으며 죽어 갔으니까요. 하지만, 가라앉지 마세요. 주저앉지 마세요. 아이들을 전부 돌려 받으세요. 분노하세요. 요 몇 해간 몇 번이나 아이들이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빠져 죽고, 건물이 무너져 깔려 죽고, 이번엔 배가 뒤집어져 죽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을 믿었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무참하게 져버렸습니다.
우리는 어른들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인간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앉아서 울지 마세요. 외면하지 마세요. 분개하고 분노하세요. 의무와 책임을 저버린 우리 자신들과 우리나라에 분노하세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우리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변화합시다.
분노하세요, 여러분.
견인차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