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복귀 앞둔 박지성, 마음을 말하다
게시물ID : humordata_363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깅코
추천 : 11
조회수 : 72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6/11/27 15:12:41

<출처 : 월간 마음수련 12월호>




복귀 앞둔 박지성, 마음을 말하다




- 월간 마음수련 맨체스터 현지 단독 인터뷰

아름다운 청년 박지성이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언론사를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마음을 이야기하기는 처음입니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느낀 심경,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주전경쟁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각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박지성식의 지혜, 히딩크에 이어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축구를 하는 의미와 감동의 순간들...

10월 23일,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캐링톤훈련장에서 만난 그가 시종일관 밝게 웃음 지으며 차분하고 편안하게 밝힌 마음 이야기입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난 게 제일 감동스러워요”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캐링톤 훈련장이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이곳은 보안 때문인지 입구에 표지판 하나 없었다.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지 않는 곳이다. 2개의 관문을 거쳐 들어간 그곳은 삼엄하지는 않지만 숲으로 둘러싸여 마치 요새나 산사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문득 축구도 구도의 길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을 다 내놓아야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그렇지 않을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지성만큼만 노력하면 하늘인들 감동 안하실까. 사춘기가 끼여들 틈조차 없을 정도로 그는 치열하게 자신을 다스려왔다. 스물다섯 청년에겐 고행이 아닌 행복한 선택이었지만 때로는 고행보다 더 혹독한 슬럼프의 고통도 이겨내야 했다.

그 고통을 이겨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그가 그곳에 있었다. 지난 9월 왼쪽 발목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12월 성탄절에 맞춰 경기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월 23일 캐링톤 훈련장 인터뷰룸에서 건강하고 밝은 모습의 박지성 선수를 만났다.

인터뷰 양성찬 본지 영국 통신원

축구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 누리고 있어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수는 지금 실력에 비해서 저평가 된 선수 중에 하나이고 이제 맨유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선수다”라고 평가한 터였다. 특유의 쑥스런 웃음을 짓는 그에게 “세계 최고 클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냐”고 불쑥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축구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_나이키제공


기자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 꿈을 이루어온 비결이 있을까요.

박지성 일단 어떤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제 경우에서는 당연히 축구선수로 성공하는 게 목표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매일매일 연습에 최선을 다해왔어요. 차근차근 앞에 한단계 작은 목표를 설정해 놓습니다. 큰 목표를 위해서는 그런 작은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훈련을 해왔는데 너무나 운이 잘 따라줘서 지금 자리에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 그는 힘든 재활훈련의 막바지에 와 있다. 스스로도 “선수로서 가장 힘든 것이 재활훈련”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재활훈련 같은 육체적인 고단함이나 아픔쯤이야 그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런 부담감은 어떤 클럽에 소속된 선수라도 다 가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경기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팀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나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기가 그 팀에 있는 이유를 경기에서 보여준다면 기회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누구와의 포지션 경쟁보다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지성 선수는 팀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그는 베테랑 사진 기자가 아니면 촬영하기 힘든 선수로도 유명하다. 볼을 끌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선수이기 때문. 월드컵에서도 발에 엔진을 단 것처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그를 보지 않았던가. 맨체스터 지역신문에서 보도한 것처럼 그는 ‘양말이 다 벗겨질 정도로 뛰면서 골을 돕는 선수’였다.

지치지 않는 체력,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는 활동량, 예측하기 힘든 공간 침투, 부지런히 움직여 찬스를 잡아내는 타입, 그는 공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좋은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현대 축구의 키워드인 ‘공간싸움’에 매우 탁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11명 개개인을 점으로 보면 선수와 선수가 콤비 플레이를 잘 펼치면 좋은 선을 긋게 되고, 3~4명이 잘 뭉치면 더 큰 면을 만들 수 있는데 넓은 면적의 공간을 확보할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지사.

공간싸움에 큰 보탬이 되는 선과 면을 무수히 만들어내는 박지성은 팀에서는 그야말로 최고 효자다. “골문 앞에서 언제나 나보다 더 골을 넣기 좋은 위치에 동료가 있는지 살핀다”는 박지성. 더 유리한 곳의 동료에게 패스를 해서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퍼거슨 감독이 “선수들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스태프들도 그를 신뢰한다”고 한 이유는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박지성의 이 같은 마음가짐 때문일 게다.



사진_베스트일레븐 제공

기자
인간 박지성, 한마디로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가요.

박지성 믿음을 얘기하고 싶어요. 사람들 간에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축구선수로서도 모든 동료나 감독이나 팬들한테도 그런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구요. 내가 경기장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팀 전체가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선수,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팬과의 신뢰,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문제를 풀 듯 어려운 시간 이겨 나가
지성은 어린 시절부터 정신력 하나는 아주 탁월했다.
초등학교 4학년,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되어 축구부가 해체되었을 때도 지성은 추운 겨울,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공을 차며 연습을 했던, 될 성부른 나무였다.

그 시절 그가 얼마나 신나게 열심히 축구를 했는지, 그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른 선수들 사이로 7번을 단 꼬마가 드리블해 들어가더니 골을 넣더라”라고 말하곤 했다.
특히 축구를 할 때 감독님의 말씀이라면 꽉 믿어버렸다.


언젠가 축구부 감독이 술에 취해 선수들에게 자신이 올 때까지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지시하고 가버린 일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해가 지자 다 집으로 돌아갔지만, 지성이만은 감독님을 기다리며 자정이 넘도록 팔굽혀펴기를 계속했다.

감독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고지식함에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늘 왜소한 체격이 문제라 여겼던 지성은 어릴 때부터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순간도 공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발등 구석구석마다 적어도 3천 번씩 공이 닿아야 감각이 생기고 다시 3천 번이 닿아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는 감독님의 말을 그대로 믿었으니 어린 그가 쏟았을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2001년 1월 첫 국가대표 훈련 때. 강동구장 그라운드가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어 살얼음까지 깔렸는데도 상대팀 볼을 빼앗으려 주저하지 않고 태클하는 모습을 보고 히딩크 감독이 했던 말이 있다.

“그녀석 정신력 하나는 좋네” 하더니 나중에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인 평발에 왜소한 체격,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대기업 프로축구단 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대학마다 퇴짜를 맞던 별 볼일 없던 그가 믿어왔던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버티겠다는 정신력과 노력뿐이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는데 히딩크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그 한마디를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고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로 “예전보다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가 되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선수 활동 시절,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정신력 덕이었다.







기자
어렵고 힘들 때 그 상황을 이겨나가는 박선수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지성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힘들었을 때 남들이 그 자체를 도와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옆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실천하지 않으면 그 어려운 과정을 극복할 수 없어요. 결국은 자기 자신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해요. 저 역시도 차근차근 뭐가 잘못됐는지를 생각을 하고, 시간은 걸리지만 하나하나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 나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네덜란드 진출 초기, 그에겐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오른쪽 무릎 수술 후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았다. 패스 미스가 잦아지자 동료들 간에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왔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자신감도 잃었다. 특히 홈팬들의 야유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공을 받기만 해도 터져나오는 야유. 죽을힘을 다해 뛰어도, 단 한차례의 패스 미스에도 터지는 야유에 라커룸으로 향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당시 일본 구단에서 이적 제의가 왔을 때 히딩크 감독은 “넌 여기서 틀림없이 성공한다, 난 내 눈을 믿고 너를 믿는다”고 격려했다.

안쓰럽게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에게 지성은 말했다. “전 제가 가진 능력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어요.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난 나를 믿어요.”

마음 다스릴 수 있어야 공도 맘대로 찹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무엇인가 보여주지 않으면 퇴출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도 컸다. 그는 “자신감은 가지고 싶다고 가져지는 것이 아니어서 계기가 있어야 하고 조금씩 부풀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내 발 앞에 놓인 공도 마음대로 찰 수 있고 상대편을 이길 수 있기에, 두 발 뒤로 밀려나더라도 다시 한 발씩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이렇게 땀을 흘리며 1년을 보냈고, 리그에서 7골, 챔피언 리그에서 2골을 넣으며 유럽에 이름을 떨쳤다.


기자
히딩크 감독과 현재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지성 어떤 사람이든지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정말 실력이 안 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믿어주고 격려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 감동적인 순간이 여러 번 있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언제인가요.

박지성 제가 태어난 게 제일 감동스럽구요(웃음). 제일 감동스러웠던 거는 2002년 월드컵 끝나고 나서인데, 내가 축구하기를 잘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난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만, 어떠한 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2002년 월드컵이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장점은 별로 없는 거 같고, 내성적이라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나’보다는 팀 전체를 배려하는 마음, 요령을 모르는 성실성, 그 순수함과 인내가 바탕이 된 정신력, 사람과 사물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 어려움에 처할수록 커지는 정직한 용기…. 그가 스물다섯 살 아름다운 청년 박지성이다.



여섯 살 때 세발자전거를 선물 받은 후 좋아하는 박지성




사진_월간 마음수련
맨체스터 캐링톤 훈련장 입구





사진_월간 마음수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념품점의 박지성 티셔츠





사진_월간마음수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포트 경기장





사진_월간마음수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념품점에서 판매되는 카드



박지성의 모교인 세류초등학교 후배들이
월드컵 응원을 위해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다
(
사진_ 황재성)






<출처 : 월간 마음수련 12월호>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