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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콩전]플레이하면서 든 몇가지 생각
게시물ID : gametalk_265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15
조회수 : 76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7/14 02:33:24
1. 개발자 아저씨들 이력이 어떤지는 알 방도도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캐릭터를 설계할 때부터 뭔가 글러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탱/힐/딜(+버퍼)라는 구조,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한 보스 몬스터 다굴빵 컨텐츠를 에버퀘스트, EQ가 온라인게임에 정립시킨 이후 많은 게임들이 이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어색하거나 도저히 이 구조가 안 먹히는 게임에서까지 반영하려고 하는 점이다 이거죠.
게임이 달라지면 이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RPG에서도 스타일이 다를 때는 뭔가 변화폭을 줘야합니다. 그게 개성이고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죠. 헌데 이걸 액션게임에다 어거지로 밀어넣는다던가 하면 좀 문제가 골때려집니다. 왜냐면 액션이라는 장르는 두들겨 줘팸의 미학, 말 그대로 액숀의 장르거든요. RPG는 롤 플레잉, 역할극이니 탱힐딜이 먹힌다지만 액숀은 다들 '난 저놈쉬끼를 줘팸해줘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하는 게임이란 말입니다. 근데 거기에 힐과 탱을 잡아넣기 시작하면서.... 줘팸을 하는 게임에서 퍼맞는 역할을 하고 남들 줘팰때 혼자 붕대나 감아야 하니 즐거울 리가 없죠.
의외로 해답은 간단합니다. 액숀의 정체성인 '줘 뚜둘겨 팸', 그러니까 딜러의 구조를 차용해 탱킹과 힐링 메카니즘을 짜면 됩니다. 분명 줘패는 게 분명하지만 탱킹이 되는 것이라던가, 누가 봐도 후려까는 거지만 이상하게 피가 차듯 말입니다. 뭐 세세하게는 게임 만드는 사람들 골 빠개지도록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죠. 안그릏슴까?
 
메이플스토리2도 이 고질적인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굳이 넣을 필요 있나 싶은데 줘터지는 역할이 있고, 남들 신나게 팰때 붕대 감으라는 역할이 있죠. 그것도 딱1명씩. 누가 봐도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이 묻어납니다. 아마 기획회의할 때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 했을지도 모르겠지요.
 
"야, 그래도 명목상 RPG인데 탱딜힐 구색은 맞춰야 하지 않겠어?"
"ㅇㅇ"
"그러니까 일단 탱이랑 힐 넣자."
"ㅇㅇ"
 
근데 막상 넣고 나서보니 오라지게 힐이나 탱이 재미가 없는 겁니다. 당연하죠. 자기네들이 MORPG라고 말은 했지만 시스템은 액션에 가깝거든요. 요새 트랜드가 그래요. 실제로 게임 플레이도 그렇죠.
무엇보다도 탱커라는 단어의 기초개념은 '남이 쳐맞고 죽을 거 우월한 몸뚱아리로 대신 쳐맞고 오래 버틴다'는 거에요. 하지만 이 게임은 '그냥 네 발재간이 부족하면 쳐맞아라'에 가깝죠. 어그로라는 개념은 그냥 공격 타겟 정도의 의미밖에 없고, 회피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불과하죠.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 그야 개발자들 몫이긴 한데, 일단 제 생각은 탱킹의 개념을 좀 비틀어서 적용을 해야 좀 먹힐 겁니다. 일종의 데미지 리듀스 버퍼 개념, 그러니까 내가 쳐맞고 버틴다는 개념이 아니라 '쟤네들이 쳐맞아도 버틸 수 있게 돕는다'는 역할에 중점을 맞추라 이거죠.
 물론 파티 가입만 했다고 그냥 마구잡이로 뎀감버프 막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액티브 스킬로 '이 스킬을 쓰면 우리중에 덜떨어진 친구가 발놀림이 구려서 쳐맞을 일이 생기면, 쳐맞는 데미지를 일정 부분 깎는다'던가, '머리가 부족해서 항상 몸뚱아리가 고생인 칭구에게 계란껍데기같은 보호막을 씌운다'던가 '느려터진 반응속도를 커버하기 위해 잠시동안 이속을 올려준다'는 식으로 적용하자는 거죠.
 당연히 이러면 방어적 스킬밖에 없겠죠? 그러니 저기에 추가로 '이 스킬의 효과가 발동되면 탱커의 다음 공격이 추가 데미지를 준다'던가 '칭구가 이 스킬에 걸렸을때 쳐맞으면 그렇게 도와줘도 쳐맞는 걸 보고 분노한 탱커가 분노의 일격을 날린다' 같은 옵션을 부가해주면 장땡이죠. 데미지 감소와 딜링을 동시에. 물론 솔플시엔 자가적용을 하게 해줘야겠죠.
힐러의 경우엔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순수 힐러가 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자기네들이 너무나도 정말 잘 알기 때문에(....) 힐러의 탈을 쓴 하이브리드로 설계를 했습니다만.... 까고 말해서 하이브리드는 밸런스 잡기 더럽게 빡센 직업군입니다. 세면 혼자 다해쳐먹고 평범하면 이도저도 안되는 바보 되기 딱 좋은 포지션이니까요.
이럴 때 쓰기 좋은 게 뭐냐면, 스위칭 스킬이죠. 간단하게 말해서 '이걸 켜고 있으면 힐링이 세지는 대신 데미지를 포기한다'라던가 '모드 A는 파워힐, 모드B는 파워딜'같은 거 말입니다. 물론 스위칭 빈번하게 혼자 다해쳐먹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적당하게 쿨타임을 넣고 항상 유지되도록 만들어야겠죠.
거기에 힐 메카니즘 문제도 그렇고 힐 스킬의 범위도 문제입니다. 그냥 시전자 주위 몇미터는 겁나 무식한 발상이고, 심지어 힐링스킬 중 기초힐링은 그냥 범위가 겁나 좁습니다. 주력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까고 말해서 이 게임은 뭉쳐서 돌아다니다가 단체로 쳐맞으면 난감한 게임인데 이러면 안 되죠. 그런 의미에서 힐스킬을 좀 뜯어고쳐서 부채꼴 모양으로 변경한 뒤에 최대사거리를 늘리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사실 현재 힐 스킬은 말뚝힐을 하라는 건지 종잡을 수 없죠. 하지만 부채꼴로 만들어놓으면 힐 자체의 컨트롤 요소도 늘고 전략적인 선택지도 증가하게 됩니다.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앞으로 클래스는 더 추가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난감한 탱커와 힐러의 포지션을 방치하면 그리 좋은 꼴은 못 볼겁니다. 한쪽은 자기 정체성이 모호하고, 다른 한쪽은 이도저도 안되지만 유일하게 할 수 있다는 메리트밖에 없으니까요.
 
 
 
2. 하우징에 대해서도 좀 불만이 있는게, 실용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뭐 아직 오베라서 나중에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할 게 블록쌓기 말고 없어요. 뭔가 만드는 거도 대리인을 시키는 것밖에 없고 말이죠. 거기다 설치한 오브젝트 중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애가... 뭐 있나요? 그 버프 주는 트로피 말곤 별거 없는데 말이죠.
이걸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 연출샷이나 설정샷 좋아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브젝트를 설치했으면 그걸 활용하는 모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리도구면 조리도구, 샤워부스면 샤워부스, 변기라면... 어, 이건 안되겠네. 아무튼 간에, 최소한 의자에 앉아서 테레비 보는 설정샷이라도 좀 하게 만들어줘봐요. 아니면 전등이라도 구현해서 껐다켰다라도 하던가, 광원효과도 적용하게 해서 나이트클럽같은거라도 만들어주던가.
아, 그거 좋잖아요. 가구 타입이면 뭔가 랜덤버프 제공같은 거. 물론 디자인 가구는 옵션 셀프로 못 건들게 하고, 일단 '쓰면 뭔지 모르겠지만 버프가 걸리는' 그런 거라던가, '일정 시간마다 뒤적거리면 내가 분명 안 넣어뒀는데 튀어나오는 정체불명의 물품이 나오는 상자'라던가 말이죠.
블록쌓기가 핵심인 건 알겠는데, 블록은 쌓고 갖고 놀라고 있는 겁니다. 블록을 쌓는 건 좋다 치더라도 거기서 좀 놀게 뭐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겁니다.
 
풀장같은거 만들어다 거기서 물장난도 치고 말이야....
어 잠깐. 해수욕장 세트 블록 만들어다 팔면 돈 좀 되겠는데?
 
 
 
3. 각종 여러 컨텐츠들을 보면 뭐 많이 준비는 해놨습니다. 헌데 각 컨텐츠마다 알맹이가 영 부실한 느낌을 감추기 힘듭니다.
특히나 제작. 전 제작을 사랑하고 아끼며 정말 제작이 있는 게임이라면 달려가서 플레이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비록 이 게임이 제가 가장 혐오하는 제작 방식인 '대리인 수주'같은 거라고 해도 말이죠. 하지만 여기선 제작시스템이 참 구립니다. 뭔가 그럴싸한 배경은 참 많은데 제작이 부실해요. 부실해!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말입니다, 와우할때 전문기술 보유한게 없어서 캐릭 하나 만렙까지 키우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에이지오브코난할땐 나 혼자서 연고도 없는 길드에 길드건축물 세워준다고 들어간다음 혼자서 다 세웠다고
미니게임이다 뭐다 할 건 잡다하게 많습니다. 보스도 뭐 쿨되면 잡고 막 잡고 그러죠. 헌데, 하면서 드는 느낌이라면 컨텐츠마다 깊이가 없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아, 그렇지!
보스 잡을땐 뭐 성취욕이나 그런 게 고취된다기보단 그냥 아오 그냥 렉쩔어 아오 사람많아 아오 이거잡고 또 다른채널가서 잡아야지 하는 노동의 느낌이 들죠. 사실상 주력컨텐츠라고 할 만한 건데도 말입니다. 하긴, 보스들이 뭐 무빙을 열심히 하려고 해도 렉도 쩔어주는데다 심심하면 푹찍패턴을 남발하니 뭐 어떻게 피하고 자시고 할 거 있나요. 죽으면 달려가서 다시 때리는 판인데.
블록쌓기야 아까도 말한거니 패쓰하고, 쉐도우 월드는 뭐 가면 다굴빵만 신나게 놓는 아귀떼들 덕분에 뭐 즐긴다고 할 것도 없고, 전광판에다 그림 올리는 건 여러모로 올리고 싶은 그림이 많지만 영정먹기 딱 좋으니 안되고(........)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모자 너머의 신비한 미니게임 정도겠네요. 그거야 미니게임이고 딱 미니게임 퀄리티니까 즐겁지, 그게 주력컨텐츠였어봐요. 신나겠습니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현재 메이플2는 미니게임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오래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하루라도 빨리 주력컨텐츠를 강화하던가, 도전할 가치가 있는 뭔가를 만들던가를 해야 합니다. 아니, 씨 노가다 말고. 그게 뭐가 도전이야 노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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