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글 써봅니다.
0.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책들을 추천하면 괜찮을거 같아서 여기에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책은 크게 서양, 동양, 현대로 분류했습니다. 또한 난이도별로 번호(1번부터 3번까지)를 매겨 분류를 했습니다. 다만 이는 매우 주관적 기준에 의한 것이므로 직접 책을 들춰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술 분야의 특성상 서양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에 관한 책을 추천할 때는 부득불 번역되지 않은 서적들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노파심에 말하면 저의 추천 서적은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책들을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것 혹은 전공자들 사이에서 명저로 분류되었거나 크게 이슈가 되었던책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했으며 간혹가다 지나치게 마이너하다 싶은 서적들도 집어넣었으니 취향에 맞춰서 골라 보시면 될거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저의 독서역량 부족으로 특정 분야, 가령 미술사 분야에 관련된 책들 집중적으로 선정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추천 목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더 자세한 추천을 받고 싶으면 미술 관련 전공을 하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1. 시작하기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 / 도병훈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가볍게 쓰여진 느낌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는 미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만큼 쉽게 쓰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맨 처음 접했던 미술 관련 서적이 이 책이었는데 미술사의 흐름을 대강 잡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세계예술문화사 시리즈 / 전하현
전하현 선생님은 영국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미술 강연을 하고 계신 분인데 본인의 직접 전공이 아님에도 비교적 쉽게 미술 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술사 전체를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각 사조에 대해서 친철한 설명이 특징적이며 특히나 작품 하나하나를 형식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는 설정으로 쓰여진 책이기에 문장도 평이하고 책의 두께도 그리 두껍지 않아 가볍게 읽어보기 좋습니다.
어떻게 이해할까? 시리즈 / 미술문화 출판사
위와 같은 성격의 책으로 어떻게 이해할까? 시리즈도 처음 미술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조 중심으로 미술을 설명하는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열화당 미술문고 시리즈 등은 내용이 지나치게 압축적이어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위에서 언급한 두 시리즈는 처음 미술을 접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비교적 쉽게 쓰여진 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할 때 이 책들로 시작해보는 것도 미술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해할까? 시리즈의 강점을 하나 꼽자면 친절한 설명을 들 수 있겠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술사 관련 개론서들은 정석적인 느낌이 강한 반면 이 책은 학원 강사의 족집게 과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조를 설명할 때 관념적인 부분은 소략하고 실제 미술가들의 작품활동과 작품 분석에 크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 역시 분량이 상당히 얇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짬날 때마다 한 두 권씩 들춰봤던 것 같습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동양미술사에서 가장 대중적인 책을 쓴 학자 한 명을 꼽자면 향년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오주석 선생님의 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오주석 선생님의 책들은 학술적 성격의 책들을 제외하면 모두 구어체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이 가진 큰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문체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 자체도 한국미술에 대해서 흥미를 갖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회화사를 전공하셨기에 회화 쪽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미술 감상의 본질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미술책 중 하나입니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 안휘준
한국미술사의 거목이자 김원용 선생님을 잇는 미술사학계의 대표적 1세대 학자인 안휘준 선생님의 강연을 기록한 책입니다.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에 읽기가 쉽고 또 가끔가다 내비치는 한국미술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자주 꺼내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책의 주된 소재는 약간은 거북할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국미술의 특질성, 한국미술의 고유한 미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 수 있기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이시니만큼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박학함이 책의 곳곳에 묻어나오는데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책 읽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틀을 다진, 한국이 낳은 걸출한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 ~1984) 선생님이 쓴 교양서는 이제는 고전으로 분류될 정도로 널리 읽혀진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주는 힘은 학자적인 관점이 아닌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릇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할 때는 우선 그 분야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애호가의 관점에서 미술을 보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최순우 선생님의 책은 나온지 꽤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전에 개정 증보판으로 읽었는데 최근에 나온 개정판은 편집도 깔끔하고 두께도 적당하다고 하니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 읽어볼 것을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2. 들어가기
서양미술사 / 에른스트 곰브리치
미술사학도들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미술사 역사 이래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개론서. 미술사의 대중화에 공헌한 전설적 명저. 한 세대의 미술사 전공자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책. 하나같이 손발 오그라드는 멘트지만 사실 이런 화려한 미사여구들이 언론과 학계에서 그것도 동구권과 서구권을 가리지 않고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가지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반증합니다. 사실 책 자체는 정리가 되어 있는 느낌은 아닙니다. 또 일부 주장은 조금 오래되어서 다른 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지요. 워낙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동시대 미술에 대한 서술 또한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술 방식이 미술사가 독특한 학문적 위치를 점하는데 큰 공헌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서문에 나온 유명한 명언 "미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는 여타 다른 학문과 차별된 미술사만의 독특한 역사 전개를 펴나가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개론서라 함은 보통 다양한 의견들을 소개시켜주고 그를 둘러싼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보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곰브리치의 책은 그 소명을 다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이 책은 미술가의 생애를 중심으로 서양미술사를 파악하다 보니 영웅주의사관이라는 비판도 받은적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가 80년대 미술사에 큰 변혁을 가져온 신미술사학의 여러 조류들에 대해서 꽤나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이 단순히 입문서의 역할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그가 서문에서 했던 유명한 말은 헤겔의 "시대정신" 개념으로 해석 가능한 여러 개념들, 가령 뵐플린의 "양식"이나 파노프스키의 "도상", 하우저의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론서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관을 빼고 건조하게 텍스트만 바라본다면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세심하게 작품을 파헤칠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상세하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레퍼런스들은 석학이라는 두 글자를 절로 떠오르게 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한국에서도 90년대부터 번역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학술서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8쇄를 찍어냈으니 그 위력이 엄청난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인데..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얇고 가벼운 보급판(?)이 나온것 같으니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그것을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서양미술사 / 호스트 젠슨
보통 서양미술사와 더불어 많이 거론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인것 같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책은 개론서로 널리 읽히는 책들 중 하나입니다. 한국판은 최기득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솔직히 번역의 질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가지고 있는 4판 개정판의 경우 제본 상태가 영 좋지 못해서 오래 펴놓고 있으면 페이지가 통채로 떨어져 나가기도 하더군요. 그럼에도 책 자체의 내용이 워낙 훌륭해서 공부할 때는 반드시 참고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위에 언급된 곰브리치의 책과 비교해보면 좀 더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곰브리치의 책은..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솔직히 정리하면서 공부하기에 적당한 책은 아닙니다. 그런점을 생각했을 때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을 때 살펴보면 좋다고 봅니다.
클릭, 서양미술사 / 캐롤 스트릭랜드
미진사에서 내놓은 클릭, 시리즈의 경우 미술 개론서들 중에서는 꽤나 괜찮은 축에 속합니다. 그 중에서도 서양미술사를 다룬 이 책은 책의 두께만을 비교해놓고 볼 때는 위에 소개한 두 개의 책들보다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80년대 이후 미술사학계 내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책이기에 추천 목록에 올려놓습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 대한 과도한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페미니즘의 관점이 십 분 수용된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관을 제하고 보더라도 책 자체가 워낙 사조를 정리하기 좋아서 거의 모든 대학의 미술 관련 교양 강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본래 책 자체는 핸드북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매우 얇은 책인데 연구자들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넣고 좀 더 명확한 비교가 필요한 부분에는 부가자료를 넣거나 작품을 대체(가령 영국 미술에서 게인즈버러와 레이놀즈를 비교하는 표)해 볼륨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한국에서 보기 드문 균형잡힌 미술사 개론서가 탄생한 것이지요.
MARILYN STOKSTAD / ART HISTORY
위의 책들도 개론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지만 만약 영어책을 읽는데 부담이 없으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영미권의 거의 모든 미술사 관련 학과에서 참고 교재로 올라오는 책이고 가장 최신의 학문적 업적을 반영하고 있는 개론서이기도 합니다. 앞서 쓰여진 책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이 가진 강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서술에 있어 균형이 있다는 것과 최신의 논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존의 서구권의 미술사 개론서들, 가령 곰브리치의 책이나 젠슨의 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첫째는 최신 학계 연구 성과의 반영 여부로 구체적으로 80~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예술의 사회사, 젠더 논의, 이데올로기, 시각문화 연구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곰브리치의 책의 경우 뒤에 써진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이러한 연구 성과를 매우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마이클 박산달로 대표되는 시각문화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젠슨의 경우에도 페미니즘 연구성과를 (의도하던 하지 않았던) 누락시켜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한편 캐롤 스트릭랜드의 책은 당대의 학문적 분위기와 맞물려 이 점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반면 최근까지도 개정되고 있는 이 책은 그러한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면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논의들을 놓치지 않고있다는 점에서 처음 미술을 접할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 비판은 바로 동서양의 균형에 대한 부분인데 곰브리치와 젠슨의 책은 특히 이 부분에서 동양미술사를 거의 방기하다시피 할 정도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젠슨의 책의 경우 애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곰브리치의 책에서 중국의 미술은 그 중요성과 다르게 부차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여타 다른 미술들 또한 서양미술사와 비교해보면 매우 소략되어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미술사학계에서는 미술사 개론서가 미술의 역사에 대한 도식적인 구도를 만들어내며 그를 통해서 서양의 미술에 대한 암묵적인 우위를 강조한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세계미술사라는 개념 하에 개론서들이 다시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추후에 또 언급하겠습니다만은 <아이콘와 현존>이라는 기념비적 연구서를 써낸 한스 벨팅 같은 학자들이 아프리카, 남미를 포괄하는 미술사를 쓰려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의도에 기인한 것입니다. MARILYN STOKSTAD의 책은 바로 그러한논쟁 속에서 비교적 동서양의 균형을 맞춰 서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심지어 한국미술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여전히 동양미술사는 서양미술사에 비해 분량이적지만 이전의 미술사 개론서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균형잡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동양미술사 / 한정희 외
한국의 미술 관련 분야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연구성과를 자랑하는 분야가 바로 동양미술사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그 역사는 매우 짧지만 선학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미진사에서 출판한 동양미술사는 그러한 동양미술사학계의 대표적인 연구자들이 모여서 쓴 책입니다.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중국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일본, 인도, 기타지역의 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실 동양미술사라고 하면 중국, 일본 미술사를 연구하는 분야라는 인식이 강한데 근 몇 년간 동양미술사학계의 학문적인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인도 미술에 대한 서술이 추가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작성자 본인이 이쪽 분야의 미술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지라 내용이 얼마나 밀도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중국미술사나 일본미술사의 경우 국내의 연구자들이 썼기에 문장이 읽기가 쉽고 내용 또한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각 자료를 통한 요점 정리가 아주 뛰어난데 중국회화사 부분에서 당-송-원-명-청 시대의 화풍을 하나의 도표로 표현한 부분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미술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해드리는 바이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재독, 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중국미술사 / 마이클 설리반
서구의 동양미술사학계에서 대표적인 연구자인 마이클 설리반의 중국미술 개론서 입니다. 제가 올려놓은 책은 영문판입니다만 한국에 번역본이 있으므로 그것을 찾아서 보면 되겠습니다. 그의 책은 서구의 시선으로 보는 중국미술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합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전 중국미술사 연구의 중심지는 대만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에서는 미국 학자들의 연구서들이 꽤나 출판되어 있는데 최근에는 마이클 설리반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회화사 / 아카야마 테루카츠
미술사 분야에서 일본미술사는 정말이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전공자들도 매우 소수이고 또 국내에 나와있는 책도 많지 않죠.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책들 중에서 그나마 고전 반열에 오르는 책을 꼽으라면 단연 아키야마 테루카츠의 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책 자체는 나온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1961년에 나온 책인데 사실 한국 내에서 일본미술사에 대한 최신 논의를 접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으므로 이 정도의 책만 가지고도 충분히 일본미술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여기서 더 심도 깊은 이해를 원하면 논문을 뒤져야 할겁니다). 만약 영어책을 읽는데 부담이 없으시면 일본미술사의 대표적 학자들 가령 쿠노 타케시, 마츠바라 사루토 등을 검색해보면 아마존에서 대표저서들이 영역된 것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미술의 역사 / 김원용, 안휘준
서양미술사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있다면 한국미술사에는 김원용, 안휘준 선생님의 <한국미술의 역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한국미술사 전공자들이 적어도 한번 아니 공부하는 내내 소장하고 읽어보는 책이고 대중들에게도 한국미술사의 전문적 입문서로 널리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김원용, 안휘준 선생님은 사제 관계인데 김원용 선생님은 작고하시고 현재 안휘준 선생님이 꾸준히 개정판을 내서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책 자체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조선말기까지의 예술을 매체별로 끊어서 설명해주고 있고 최근까지도 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논지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다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정독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공부하듯이 읽어야되고 따라서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 한계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마스터해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한국미술사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새로움의 충격 / 로버트 휴즈
영국 텔레비젼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책으로 한국에서는 텔레비전 시리즈가 아니라 단행본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내용을 텔레비전 시리즈로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19세기 후반의 미술 상황부터 시작해서 팝아트 전후까지의 미술 상황을 설명하는데 모더니즘 미술에 대해서 막연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간결한 문체로 쓰여진 이 책에서 많은 지식들을 얻어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도 나온지는 한참된 책이라 오늘날에 와서는 고전아닌 고전으로 읽히는 책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지는 파괴력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모더니즘을 설명할때 너무나 유명한 명제인 "대상의 재현에서 새로움의 충격으로"라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하니 어찌보면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뭔가 모더니즘 미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데 전문적인 서적이 부담스럽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술책의 기본적인 덕목인 깨끗한 도판이 이 책에서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그리고 번역은 오늘날의 기준에서는 나쁜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고 서점 아니면 찾기 어려운 책이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0세기의 미술 / 노버트 린튼
처음 서양 현대 미술 파트를 공부할 때 들여다본 책으로 최근에도 종종 스터디 시간에 쓰이는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책 자체는 나온지 10년이 넘어서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윤난지 선생님이 번역을 깔끔하게 하셨는지 문장이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책 자체의 내용도 매우 준수한데 자칫 오개념으로 점철될수 있는 초기 모더니즘에 대한 깔끔한 설명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20세기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책이기 때문에 한 권정도 소장하고 정독해보길 추천하는 바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채택하고 있는 주제별로 목차 끊는 방식이 싫다면 연도별로 기계적으로 끊어놓은 에드워드 스미스의 <20세기 시각 예술>도 볼만합니다. 다만 이 책은 제 개인적인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분야별로 파고들어가 보겠습니다. 대충 미학, 교섭사, 회화사, 조각사, 미술사학사, 방법론 등으로 나눠서 책을 소개할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