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런가 싶긴 한데, 저 어릴때까지만 해도 엄마들끼리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애들 놀게 해놓고 엄마들은 그 옆에서 수다떨면서 노는? 그런 풍습이 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빠른년생이라 9살)이고 동생은 이제 막 3살(만으로는 한살이고, 동생도 빠른년생이라 년도만 따지면 두살인데 밖에서는 그냥 세살이라고 하고 다녔어요. 학교 일찍 가니까 미리 한살 부풀려놓는? 그런...) 되던 때, 그때도 그렇게 엄마들끼리는 서로 수다떨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고 있었어요. 애들이래봤자 다들 여덟살 열살 다섯살 이렇고 제 동생만 세살이라 엄마는 저희들한테 애(동생) 잘 보고 있으라고 해놓고 수다떨러 가셨죠.
근데 솔직히 놀다보면 동생 데리고 노는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동생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같이 놀아주는게 아니라 나중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하고 따로따로 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날도 전 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그네 타고 놀고, 동생은 다섯살짜리랑 같이 모래장난 하고 놀고. 그렇게 놀던중이었어요.
왜, 애들끼리 그네 타다보면 괜히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 경쟁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그날도 그렇게 애들이랑 같이 경쟁붙어서 막 그네 높이 타려고 발버둥치고 몸 확 확 뒤로 젖히고 그러고 있었는데.... 그때 제 동생이 모래장난을 집어던지고 갑자기 제 그네 바로 밑으로 기어들어갔어요. 이게 차라리 뒤로 확 올라갔을때 그런거면 제가 그냥 그네 놔버리고 뛰쳐내렸을텐데, 하필이면 제가 앞으로 올라갔을때 그 밑으로 들어간거라 제가 미처 못 보고 그대로 사고가 났어요. 그대로 동생은 제 발에 콱 차이고...
너무 당황해서 그네도 바로 못 멈추고 한번 더 쳤던 것 같아요. 그때 그냥 그네에서 뛰어내렸으면 저 혼자 손목 좀 삐고 마는? 수준으로 끝났을텐데 당황한데다 그땐 또 어렸으니까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구요.
그때 동생 눈꺼풀이 길게 찢어져서 중3인 지금까지도 흉터가 남아있어요. 그나마 눈꺼풀만 찢어져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눈이 실명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걸로 기억해요. 사실 지금도 동생은 그쪽 눈만 시력이 조금 떨어져요. 가족 전원이 양쪽 눈 시력에 차이가 커서 유전인건지 사고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생이 안경 쓰는 것만 보면 동생한테 너무 미안해져요. 제가 그때 상황 판단만 제대로 했으면 이정도로 다치진 않았을텐데 싶고..
제 입으로(손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첫째가 아무리 어른스럽고, 둘째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도 애는 애더라구요. 전 그래도 그당시엔 또래 애들보다 훨씬 책도 많이 읽었고, 다른 애들보다는 그래도 똑똑한 편(공부 잘하는거랑 좀 다른 방향으로요..)이었는데도 그런 상황에 닥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일로 저는 아직도 가끔 생각날 때 마다 미안해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트라우마 생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