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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풍이였다
게시물ID : gomin_2626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기쓴헤네시
추천 : 4
조회수 : 51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1/07 04:52:09
나는 항상 정의를 존경하며 용기를 동경했다.

노약자 석에 앉아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지하철 막말남에게 큰 덩치로 위엄포스를 날려주거나,
게임하는걸 보고 꿀밤도 모지라 헥토파스칼싸닥션으로 장애아를 울리는 나이만 먹은 아저씨풋에게 반박하는 논리라던가...

이런 용기는 누구나 생각하는 당연한 일이면서도 대단한 일이다.
나 역시 이런 뉴스를 접하면 나도 저 상황에선 저런다-라는 식의 냉소와 나도 저렇게 되야지-하는 존경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저그런 병풍이되었다.


친구가 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온 대학로는 경제때문인지 금요일 밤임에도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친구가 추천이라며 끌고간 선술집안 미닫이 문앞에 왠 할머니 한분이 서 계셨다.
우리는 그 할머니께서 자리를 옮겨 주시고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 난 할머니가 주인이구나-했는데 ㄷ자로 놓인 조리대겸 테이블 가운데에서 주인 아저씨가 어묵을 체우며 계란말이를 굽고 계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굽으신 등 만큼이나 초라했다.
안그래도 추운 밤바람에,
부산의 차디찬 바닷바람까지 이겨내기엔 그 잘난 눕시자켓이 모자랄 판에 할머니께선 이 추위를 덜어줄만한 윗도리하나 걸치지않고 계셨다.

괜시리 끌리는 시선에 죄송스러워 메뉴판을 살피는 중 "장난하냐"라는 장난같지않은 소리가 들렸다.


내가 앉은 자리서 바로 마주보이는 칠성파 행동대장같은 아저씨가 할머니를 보고 외쳤다. 
친구로 보이는 동행인이 말리는 와중에도 몇마디를 계속 해댔는데 
할머니의 모습은 그 짱돌의 말에 압사 당할 듯 두손에는 껍질이 벗겨진 양파들이든 망을 양손에 쥐시고 괴로이 서 계셨다.


술주정하듯 몇번이고 반복적으로 외치던 말을 들으니
자신이 농산물쪽에서 일하는데
할머니께서 파는 저 껍질 벗겨진 양파는 
농산물 시장 상인들이 야간선별작업을 거쳐 상품가치가 없고 상한것들을 버리는데 
그걸 할머니들은 자신이 힘들다며 도와달라는 핑계로 가게를 돌아다니며 팔고있다고 말했다.



그만하세요.
라고 하고싶었다.
할머니 제가 다 살께요.
라고 하고싶었다.

하지만 난 포토샵이나 다루는 돈없어 친구에게 빌붙어먹으러온 체구약한 디자인과 학생일 뿐이였다.

내가 힘이들어서... 내가 어려워서.. 라며 자기변호하시던 할머니깨서는 더욱 허리를 굽히고
차가운 금요일 밤 거리로 나가셨다.

할머니께서 나가시고도 그 아저씨의 이야긴 그칠줄 몰랐다.


내가 불편한 표정을 짓자 
친구녀석은 저런 사람 성질건드리면 못쓴다고 걍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줬다.



믈론 아저씨가 자기가 농산물을 파는 입장에서 다른사람이 피해보지않기 위해 그런것일 수도 있다.
자기 직업에대한 의식이며 정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늙으신 분을 몇번이나 되내이며 면박을 줘야만 했을까?

정의란 무엇일까?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뭐라할 수 없다. 
난 그저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조금전 겪고 집으로와 자기전에 생각나서 써봤어요.
블로그에 늘 일기형식으로 쓰는데 정말 정의가 무엇인가 생각하다 한번 올려보아요.
정의란 무엇이며 나는 성공해서 우리부모님 저렇게 추운 거리로 내몰지말아야겠다 라는 생각까지.. 
많은 생각이드는 밤이였네요.

긴글에다 재미도 없지고 폰으로 쓰는거라 맞춤법 문맥등 모두 이상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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