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봉주 7회 방송 이후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에 관한 내용과 박은정 검사의 거취 문제 등이 엄청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과 연관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뉴스 해드라인은 이번 사건을 '나경원 기소 청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결국 이번 사건이 나경원 전 의원의 향후 정치행보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전체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니 다음과 같은 흐름인 것 같습니다.
1. 박은정 검사가 <나는 꼼수다> 멤버 혹은 주진우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 - 이 부분에 있어서 기자가 직접 취재를 했다기 보다는 제보를 받았을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혹은 검찰 내부의 소문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기자가 취재원을 밝혀 들은 내용일 수도 있구요 일단 이 시점 이후 박은정 검사와 <나는 꼼수다> 사이에는 암묵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황을 봤을때 박은정 검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2. 서울시장 선거 전 <나는 꼼수다> 방송을 통해 기소청탁 의혹건이 최초로 제기됨 - <나는 꼼수다> 팀이 정보를 입수한 후 얼마나 지난 후에 제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근거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섰기에 의혹을 제공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봉주 7회에서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에 기소청탁이 확실하다는 '물증'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모험이었겠지요.
3. 나경원의 낙선, 관련 내용에 대한 고발. - 결국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은 낙선하고, 기소청탁 의혹건에 관해서는 고소가 아닌 고발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른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이 사건은 대검 공안 1부에서 담당하게 되지요. 하지만 사건의 수사와 조사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지지부진합니다. 사안의 민감성을 봤을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지요. 현직 판사와, 현직 검사를 조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 하나라도 터지게되면 겉잡을 수 없는 파장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죠. 아마 이 시기에 검찰은 일단 내부 고발자를 색출(?) 하는 작업을 벌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4. 주진우에 대한 구속영장 방침이 검찰 내부에서 거론됨 - <나는 꼼수다>가 밝힌대로라면 최근들어 주진우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내부 방침으로 정해집니다. 내부 고발자 색출헤 실패하자 주진우로부터 관련 정보를 캐야겠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어떤 근거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내부 방침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정도로 검찰이 다급했거나... 혹은 명분찾기에 고심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5. 박은정 검사의 진술, <나는 꼼수다>의 실명공개 - 박은정 검사와 <나는 꼼수다> 사이에 모종의 핫라인이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박은정 검사는 공안 1부에 가서 관련 내용을 진술합니다. 나꼼수 방송대로라면 주진우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를 감지한 박은정 검사가 이른바 '나꼼수 몰살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본인 스스로의 결단으로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지만 취재원으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스스로 팽개치고 전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6. 사정 당국의 확인, 박은정 검사의 사의 표명, 나경원의 기자회견 -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관련기사링크) 사정당국에 의해 김재호판사가 당시 박은정 검사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하지요. 박은정 검사는 사의를 표명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지만 검찰은 반려했다고 하구요 반려한 이유는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라고도 했구요. (이 부분까지는 나름 합리적입니다.) 나경원은 기자회견을 했지만... 전화를 했냐는 질문에는 '기소청탁은 하지 않았다' 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단 사정당국이 확인했다는 기사가 사실이라면 사실상 게임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재호 판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배우자(나경원)가 걸린 사건에 대해 기소청탁을 했다는 것이 사정당국에 의해 확인되었다는 것이니까요 (근데 사정당국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여러군데인데 어떤 사정 당국이 확인했을까요?)
하지만 게임이 끝난 듯 하면서도 묘하게 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1. 검찰 조직의 대처 사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조직 대 조직의 논리로 보자면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력기관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건입니다. 아무리 일반 국민이 검찰조직을 불신한다 할지언정 검찰이라는 조직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권한이 일개 법관에 의해 유린당한 사건이 됩니다. 즉, 기소청탁이 의혹이 있던 시점으로 부터 검찰은 자신의 조직 위신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사법부의 권력남용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것이 삼권분립이 가진 권력의 상호 견제 논리에 맞는 것이기도 하구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우리집 딸아이가 옆집 남자애한테 한대 얻어맞고 울면서 들어와서 내가 옆집 남자애한테 맞았어요 라고 호소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마치... " 왜 맞았다고 이야기 해서 옆집 남자애를 난처하게 만드니?"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맞았다고 주위에 이야기한 네 행동을 반성해" 라고 하는 것이지요
박은정 검사의 사표를 반려했다고는 하나 박은정 검사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할 정도면 검찰 조직이 어떤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직 대 조직으로 검찰은 사법부를 견제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검찰이 나서서 사법부를 까지 못하는 이유.. 검찰이 누구의 통제 하에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2. 김재호 판사의 또다른 청탁은 없었나? 하지만 박은정검사는 청탁을 본인이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당시 출산휴가로 관련 사건은 다른 검사가 담당하게 됩니다. 조선일보 보도대로라면 실재로 사건을 처린한 검사는 최용운 검사입니다. (관련기사링크) 보도대로라면 최용운검사는 별도의 청탁 없이 스스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업무 인수인계관계를 생각해 봅시다. 박은정검사가 관련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를 할때 "이번 사건은 김재호 판사가 특별히 검토해 달라고 한 사건이니 그렇게 알아라" 라고 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김재호 판사 입장에서 박은정검사는 일면식 없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출산 휴가로 인해 담당자가 바뀌었다면? 그 후로 뭔가 다른 일이 생길 개연성은 없는 것일까요? 사건의 사안으로 봤을 때 약식 기소로만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을 정식 기소해서 재판까지 끌고가는 것... 최용운 검사는 과연 소신껏 사건을 처리한 것일까요?
3. 나경원은 몰랐을까? 만일 기소청탁이 사실이라면... 과연 남편이 괴로워하는 아내를 보기 힘들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사건을 수습하고자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정치인 아내가 판사인 남편이 나름 권력이 있으니 이러저러 해주길 부탁을 했을까요? 과연... 부부가 공모했을 가능성은 진정 0%일까요? 그렇다면 나경원은 남편의 행동과 관련 얼마만큼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사법부에 의해 검찰 권한이 유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권력기관의 대처도 이해가 안되는 점도 많고 나경원 전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모호한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고 사정당국이 확인했다는 기사까지 뜬 마당에 아직도 뭔가 논란거리가 남아있다는 것에도 이번 사건은 참 흥미진진합니다. 진실이 OOO를 자유롭게 하리라. 진실의 힘,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할 때입니다.
PS. 진중권 교수가 박은정 검사는 양심고백을 당한것 이라고 했다지요? 박은정 검사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꼼수가 강제인증 시킨것 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 권력이 부당하게 남용된 것입니다. 부디 초점을 정확히 맞춰 주시길... 그리고 힘들더라도 최소한 방송을 듣고 선후관계는 파악하고 까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