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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는데...
게시물ID : humorbest_2597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혜원바라기★
추천 : 57
조회수 : 3285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1/23 14:53:13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1/22 03:21:30
잠이 오질 않습니다.
나이는 31살 아마 이번 임용시험 준비가 마지막일 듯 한데...
그동안의 준비가 헛되질 않았는지 3차까지 무사히 치뤘고 합불합격의 여부를 떠나서 정말 이제는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교사가 되고자 마음 먹은것은 고등학교때부터였고 좋아하는 것이 운동이었기에 체육교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중학교시절 최악의 교사와 고등학교시절 최고의 스승을 만난 저로서는 교육자의 길이 얼마나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체육교육과에 진학하여 초등학교 아이들의 축구교실 강사, 유치원체육교사, 기간제교사, 중고등학교 입시내신 체육강사.......
계속해서 체육교사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사실 무엇을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가족들의 후원이 없이는 무엇을 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저의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교사가 되고자 노력만 한 것이 아니구나 싶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점점 저의 사회의 타성에 젖어 안정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고질적인 한국의 교육에 대해 개념을 잡아가면서 더더욱 한심한 우리나라의 교육에 염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기본이 가장 중요한 교육에서 유아 교육에 대한 지원이 선진국수준에 한참 미달인 우리나라... 얼마나 기본적인 것을 챙기지 못하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단지 우리의 공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그나마도 지금의 공교육 살리기위한 정책들마저도 결국 학원보다 잘가르쳐 학원 보다 학교를 믿게 하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교육 사회학에 기능론과 갈등론이 있습니다.
기능론은 학교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갈등론은 사회의 주도층이 교육을 통해 주도권을 계속 승계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것은 대립되면서도 둘다 맞는 말들입니다.
기득권은 교육을 쥐락펴락하며 하위 계층의 상위이동을 적극 막으려 할테고 하위계층은 그 정책놀음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학교의 혜택을 버릴 수 없어 계속해서 이용하는 순환을 하고 있죠.
사실 교사 수준에서는 이런 점들을 무시하면서 학교 단위에서만 일어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라는 게 무섭습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이럴때 쓰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공부중에 절망을 느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우리나라를 바꾸는 것은 불가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니까요.
그러다가 문득 간단한 계산을 했습니다.
한명의 교사가 1년에 가르치는 학생수가 대략 250명이 넘습니다. 그렇게 30년을 가르치면 7500명이라는 숫자가 나타나죠.
그렇게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조금씩 올바른 색깔로 정신을 채운다면 아마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타났고... 절망으로 인한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체육이라는 과목이 정말 매력적인 과목입니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의 편협한 교육이 여성들에게 운동이라는 측면의 관심을 빼앗았지만 사실 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즐거움입니다.
그것을 통하여 다양한 인성교육과 경쟁, 협력, 배려등을 습득할 수 있고 이것은 다양한 문제해결로의 접근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오래전부터 영국등의 대학입시에서는 대학입시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스포츠의 참여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운동선수로 활동한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평가요소지요.....
여튼 이 체육이라는 과목을 제가 선택했다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윤리처럼 글과 과거의 철학만을 통한 도덕교육이 아니고(특정교과를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를 하면서 패스를 통해 협력과 팀원에 대한 믿음, 신뢰의 확장을 머리를 통해가 아닌 가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멋진 과목이니까요.
물론 학교에서는 아직도 공 던져주는 수업, 수다떠는 수업, 자유수업의 대명사 이기도 합니다만 제가 합격하고 정식으로 학교에 간다면..... 제가 습득한 지식과 열정을 다 쏟아부어서 정말 훌륭한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저에게도 학교생활에서의 딜레마와 매너리즘에 고뇌하게 되리라 싶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저를 채찍질 해주시길 바랍니다.
합격자 발표도 안한 이 와중에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잠이 안오고 마음은 학교에 향해 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이 유치한 글을 쓰면서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저를 아는 사람이 이 사이트에도 몇몇이 있고, 자주는 아니지만 적잖이 활동도 해왔던 오늘의유머에 제 머리에 이 쓸데없는 걱정... 나쁘게 말하면 배설글 한번 주저리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곳이라면 제가 최종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더라도 스스럼없이 자랑하거나 슬픔을 나눠줄 것 같거든요.
제가 3차 심층면접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면접관들께 전한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순 우리말 중에 마중물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마중물 같은 교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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