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저랑 8년을 동고동락하신 제 시어머니예요.
고등학교 때 버스비 아껴서 매일 한겨레 신문 사서 보던 저와
이회창이 대통령 되는 것을 무엇보다 바라셨던,
명박이 당선되는 날 하루종일 싱글벙글이셨던,
결혼하며 본격 보수주의의 노선을 밟아오신 시어머니.
가까운 사람과 종교, 정치 얘기 하지 말라고
전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 동안 이 두 가지를 놓고 대립선 놓은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저..
조중동 보시던 시어머니께서 앉으시는 자리에 은근슬쩍 한겨레랑 시사주간지까지 놓아드리며
그렇게 8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봉하마을도 같이 가시고 사람사는 세상, 운명..책도 읽으시고 좋았는데..
박근혜로 확정되기 전까진 그여자가 뭘 하겠어..라고 하시더니..
여당 후보 확정되니.. 뽑으시겠다네요..
어머니, 문재인 좋아하시잖아요?했더니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이건 다르지. 이런건 양보 못하지.
하시네요..
꼭 보시라고 했는데 박쇼도 안 보시고..
꼭 보라고 해서 안보신듯해요..
보셨어도 아마 욕하시면서도 투표때는 뽑으실거예요..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이름만 바뀌는 그들처럼
며느리랑 사시다보니 전략적 제휴를 위해 무늬만 바뀌신척 하신 건지..
그들이 집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 심리와 근거모를 동지의식?
이런게 저반에 깔려있는 것 같기도하고..
어머니랑 논쟁해봐야 결국 고부갈등만 생기니..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나이든 사람을 바꾸는 것은
다 그려진 그림의 여백을 찾아
그림을 더 채워넣는 거라고
그건 이미 불가능하니
여백많은 네가 맞춰가며 살라고 하셨는데
같이 사는 동안 그래도 여백 좀 찾아 그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던듯 싶어요..ㅎㅎㅎㅎㅎ
그래도 저희 부부, 부재자투표 신청했으니 둘이서 손 꼭잡고
아이 둘데리고 뉴욕에 가서 꼭 투표할 거예요.
귀찮게 뭘 하냐시던 어머니의 만류가 있었지만
2-1=1이니
이번 선거 어머니가 지시겠어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