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에서 지내는 동안 손바닥 헤나를 하러 갔다
손바닥 헤나 같은건 원래는 기혼 여성들만 하는거라고 함
길을 잘 모를때마다 심심하면 현지인 찬스를 쓰는 나와 친구
다년간 여행에서 깨달은건 혼자서 알아보지도 못하는 현지어 붙들고 헤매는 것 보다
한번 물어보는게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물어볼때마다 알려주는 길은 전부 제각각....
오토릭샤를 타고 뉴델리 최대 번화가 코넛 플레이스로 향하는데...
-코넛 플레이스에 가서 보니 '최대 번화가' 는 그냥 사람이 몇배 더 북적이는 지역을 말하는 거 같다
릭샤 아저씨는 30루피 (육백원)에 코넛 플레이스에 데려다 줄 테니까
그 전에 가게 두어 군데를 들렀다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쿤 커미션 거래로군
뛰는 릭샤아저씨 위에 나는 여행객이었던 나는 그려유 아저씨 맘대로 하슈 하지만 30루피 이상은 못줘유
아저씨는 인도 전통의상 파는 가게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가격은 기본 1000루피 이상ㅋㅋㅋ (이만원)
-이상하게 현지에 가면 현지 물가에 맞춰서 전두엽이 셋팅 되는 모양인지
어느순간 100루피에도 벌벌 떠는 나
엄청나게 고급 가게였음
1000루피면 우리가 인도에서 매끼 탄두리 치킨을 챱챱 먹으며 일주일은 지낼수 있는 돈이었다
거기서 아무것도 살 생각이 없었다. 살 능력도 안되지만
그냥 아저씨 체면도 있고 하니 관심 있는 척 흐음 ~으흠? 같은 감탄사만 날리고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거지 관광객들인지 이 사람들이 알리가 없지...
음...여긴 우리가 찾는게 없네요 쏘리 라는 개소리를 날리며 나갈려는데
여직원이 내 손을 붙잡더니 2층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3층으로....그리고 4층으로....
응??
이 가게는 무려 4층에 옥탑방까지 있었고 전부 전통의상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직원분은 미소를 띠며 니가 뭘 찾는진 모르겠지만 어지간한건 다 있을거야 그러니 그냥 나갈 생각하지마
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관광객 치고는 지나치게 인색한 인간이었다
아마 그 직원분이 처음으로 아무것도 못팔고 내보낸 관광객일거다
우리가 빈손으로 나오는걸 본 릭샤 아저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안해유...오늘은 운수 없는 날이구만유
아저씨는 코넛 플레이스에 도착 하자마자 자기가 잘 아는 헤나집으로 또 우리를 끌고 갔다
더위에 약한 나는 목이 너무 말랐기 때문에 물만 잠깐 사고 가겠다고 했을 뿐인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조급해진 모양인지 물이고 자시고 빨리 손바닥 헤나부터 하라고 화를 냄 ㅋㅋㅋㅋ
엔간하면 같이 가줄려고 했는데 정말 목이 말라서 뒤질것만 같았기 때문에
30루피에 20루피나 더 얹어서 주고는 (천원) 아저씨를 보냈다
내일은 우리 같은 거지 말고 돈 좀 있는 관광객을 찾길 바라며
-인도에선 5분 이상 물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음
손바닥 헤나를 해주던 아가씨와 페북 친구를 맺고 주변 사람들과 화기애애 친해졌다
물론 그들끼리도 서로 모르는 사이
코넛 플레이스의 길거리에서 한벌에 사천원 하는 정말 싸고 이쁜 푼자비를 몇개 사서
친구와 여행 내내 그것만 입고 다녔다
-사리는 기혼여성이 입는 옷이고 푼자비는 원피스와 바지로 된 미혼 여성들이 주로 입는 옷
인도에는 심심하면 연착을 한다는 기차도, 사기꾼들도 없었다.
우리가 늦어서 기차를 놓쳤을 뿐....
우리가 기차를 타야 하는 곳은 올드델리역이었는데 뉴델리에서 멀었고 또 너무 밀렸다
그래, 인도 기차는 연착을 자주 한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보자꾸나!
올드델리역에 도착하니 기차는 이미 칼같이 도착해서 칼같이 출발 한 뒤였음 ㅋㅋㅋㅋ
뉴델리에서 하루 더 강제 숙박한 뒤 다음날 무려 4시간 일찍 올드델리역으로 출발
뉴델리역만 봤을때는 흠 인도도 예전같지 않군...류시화 책에서 보던
그 옛날의 인도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건지도...
라고 생각하고 올드델리 역으로 갔더니 사라지긴 개뿔...거기 그대로 있었다
기차 시간을 기다리면서 모포나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들이 역 광장에 가득하고 그냥 자는 사람들도 가득하고
거기서 불을 지펴서 자파티를 굽고 카레를 끓이고 혼돈의 카오스였음
선로 가득 온갖 오물들로 뒤덮이고 파리떼가 가득한 올드델리역
하지만 나와 친구는 그런건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서
오물 가득한 선로 바로 옆에 자리를 깔고는 포도를 처묵하면서 기차를 기다림
복잡한 기차표 예매와 마찬가지로 타는 것도 정말 복잡한 인도의 기차
인도에는 기차표 예매와 승차 방법에 관해 시험을 통과해야만 탈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깐요
-뻥임
전광판에 기차 번호와 시간이 뜨면 육교를 건너서 각각 해당되는 번호의 선로로 내려 가서 타는데
육교가 엄청나게 길고...한 백미터는 되는 듯 했다
걸어다가다 선로 번호가 바꼈다는 전광판 안내가 다시 뜸ㅋㅋㅋㅋㅋㅋ
야야, 7번인데 4번으로 바꼈어!
다시 4번으로 되돌아감
4번 선로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또 선로 번호가 바뀜
1번으로 감
무한반복
그리고 전부 힌디어라서 아무나 붙잡고 자이살메르 가는거 맞아유? 확실하쥬??
그렇게 자이살메르로 가는 닭장 열차에서의 무시무시한 열 여덞시간이 시작되었다
팬이 달린 3층 침대칸이었는데 양쪽으로 3층 침대가 달려있고 나와 친구, 어리게 생긴 군인,
봄방학을 맞아 여행 온 일본 남자 대학생이 있었음
-이름이 전형적인 일본 이름이었는데. 요이치였나? 무튼 그런 이름
이 일본 남자애한테 영어로 간단한 몇 마디를 물었지만
남자애는 '아노....에...아노....'
라고 하며 생각나지 않는 영어 단어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해서 그냥 질문 자체를 취소했다
군인 청년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짜파티를 먹고 있었는데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나한테도 나눠 줬음
9시가 되면 착착 조립해서 침대를 만들고 잘 준비를 함 -침대라고는 하지만 병원 보호자 침대 같은 침대
다음날 아침이 되었지만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다능
기차안에 사모사와 짜이를 파는 행상인들이 다니고 있었다
중간에 기차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잠시 정차했는데
한시도 가만히 못있는 나는 기차 밖으로 나가서 창문을 통해 기차 안에 있는 인도인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함
그 중에 인도 여대생이 있었음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아까 그 여대생이 우리 칸으로 놀러왔다
자신의 친구들 8명과 함께....전부 대학생들이었음
아마 '우리 기차에 희한하게 생긴 동아시아 여자애가 있더라' 라고 했나봄
저 인도 북부 시킴지방에서 온 학생들이었는데
시킴지방은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인도인 얼굴이 아닌 네팔 사람에 가까운 외모였음
인도는 워낙 커서 언어도 주마다 다르고 생김새도 다릅디다
전통 악기를 가지고 와서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다른 기차칸에서 우르르 구경오고 ㅋㅋㅋ
이 학생들 덕분에 정말 재밌는 기차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열여덟시간만에 기차는 인도의 건조한 사막 라자스탄주에 있는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다
한가지 더, 인도기차는 정차역을 방송해주지 않음 ㅋㅋㅋㅋㅋ
주변 사람 붙들고 이 다음역은 어디유?? 아저씨 자이살 메르 가요? 도착하면 우리한테 말 좀 해주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