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설을 취미로 씁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개 올렸는데요...
제가 뭐 글을 잘쓰는건 아니지만 취미로 글쓰는걸 좋아해서 올려봅니다.
일단 하나는 올려봅니다.
치킨 배틀 (chicken battle)
2013년 2월 12일, 대구의 어느 한 유명한 치킨집에서 많이 먹기 대회를 벌이고 있었다. 우승상품은 한달간 그 치킨집의 치킨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티켓이다.
참가인원은 모두 합쳐서 10명이며 치킨의 종류는 후라이드와 양념 중에 하나를 골라서 시간 안에 많이 먹는 사람이 우승이다. 시간 안이라고 해도 제한시간이 1시간이기 때문에 제한시간이라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1시간동안 빠르게 먹으면 1시간을 다 못 채우고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푸드 파이터에게 1시간이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시작!”
시작이라는 말과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참가자들이 일제히 치킨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한손으로는 너무 적다. 두 손도 부족하다. 양손과 입에 치킨을 집어넣으며 미친 듯이 입과 혀를 사용하여 목으로 넘긴다.
“시작과 동시에 치킨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열기가 상당하군요!”
구경꾼들도 참가자 본인도 주최 측도 한 시간 동안 조용히 먹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중계자와 해설자가 있다. 1시간동안 말없이 치킨을 먹는것을 보고만 있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로운 일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것이라 생각한다.
해설자로는 현직 푸드파이터이자 인터넷에서 유명한 박양념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과 입을 더듬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 시작하자마자 6번 선수 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뼈를 제대로 발라내지 못하는 것 같군요”
저들이 먹는 치킨은 순살 치킨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뼈를 발라내는 기술은 필수적이었다. 아무리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진짜 승부에서 뼈를 발라내지 못한다면 시간에 맞추질 못한다.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만을 믿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이 대회는 순살 치킨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뼈를 발라내는 기술은 필수적입니다. 위장의 용량이 큰 것만이 장점인 사람은 일반인끼리의 승부라면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승부에서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6번 선수는 그 이후로 열심히 치킨을 발라내서 어느정도 능숙해진 것 같지만 초반에 뼈를 제대로 발라내지 못하여 쌓여가는 닭의 뼈가 다른 사람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4번 선수는 마치 기계처럼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군요! 뼈도 빠르게 바르는 것이 우승후보라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4번 선수를 보니 마치 로봇이라도 된 듯이 일정한 동작으로 닭을 집고 뼈를 발라내서는 살코기만을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마치 마라톤을 할 때, 빠른 속도를 내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듯이 저 4번 선수도 완벽히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었다.
“확실히 페이스조절은 프로 못지않군요.”
“오오?! 엄청난 것 아닙니까?”
“이런 동네 대회치고는 상당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부족하군요.”
“그 결정적인 요소라 하면?!”
“그건 경기를 계속 지켜보면 자연스레 알겁니다.”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는 중, 중계자의 눈에 먹는 방법이 조금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니?! 저 분은?!”
시선을 준 그곳에는 어떤 여성이 치킨을 먹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니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도 좋다. 무려 그녀는 치킨을 뼈째로 씹어 먹고 있는 것이다!
“9번 선수! 치킨을 뼈째로 먹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순살 치킨이 아닐 텐데 뼈가 전혀 쌓이고 있지 않습니다! 사장님, 이건 괜찮은 건가요?”
“인정합니다.”
“사장님께 인정받은 치킨 뼈째로 삼키기 신공! 대단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분은… TV에 나오던 일명 ‘통아작녀’군요 실제로 보는 것은 저도 처음입니다. 저희 사이에선 푸트 파이트계의 이단아라 불리고 있죠”
9번 선수는 중계자의 말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뼈째로 치킨을 삼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다른 선수에게도 눈길을 돌려볼까요?”
시선을 돌리니 다른 선수들이 몰두해서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을 최선을 다해서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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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
경기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을 때, 갑자긴 누군가가 항복 선언을 했다.
“경기시작 30분만에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그 첫 번째 탈락자는 바로 4번 선수! 4번 선수는 분명 페이스 조절이 프로급인 우승 후보였을 텐데요?!”
“앞서 말한 이기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 때문입니다.”
“그 결정적인 요소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바로 위장의 용량입니다. 저 선수의 복부를 보니 위장이 상당히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기계적으로 먹는 것을 보아하니 치킨을 사랑하지 않는듯합니다.”
“치킨에 대한 사랑의 부족으로 4번 선수 탈락!”
그렇게 첫 번째 탈락자가 나오고 다른 선수들도 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저, 항복할게요!”
“저… 저도!”
경기 개시 45분경에 탈락자가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도전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은 이제 더이상 먹을 수 없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쌓아가는 닭뼈의 산을 보고는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탈락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1번, 6번, 9번 세 명 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세 명 뿐! 경기가 점점 흥미진진해집니다!”
“켁! 켁!”
그때, 갑자기 9번 선수가 목을 부여잡고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저 선수는 치킨을 뼈째로 삼키다가 뼈가 목에 걸린 듯합니다. 119를 불러서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세요”
직후에 바로 119에 연락해서 매장직원으로 보이는 사람 한명이 붙어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치킨을 사랑하긴 하지만 뼈까지 소유하려는 과욕에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그렇게 해서 결국 남은 것은 1번과 6번 두 명뿐이었다.
“이제 남은 선수는 1번과 6번 선수뿐! 1번 선수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잘도 먹는군요!”
“저 선수는 위장도 평범한 정도의 크기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군요”
1번 선수는 딱 봐도 평범한 몸집이라 절대 많이 먹을 수 있게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치킨의 뼈를 발라서 삼키는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경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도 속도가 줄지 않다니 이상할 정도다.
그때, 해설자 박양념의 머리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서… 설마 저건!”
“뭔가요?! 혹시 뭔가 문제라도?”
“저… 저건 푸드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고급기술이라고 알려지는 고도의 마인드 컨트롤 기술!”
“마인드 컨트롤?!”
“인간의 위장은 마음만 먹으면 몇십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복감과 포만감을 지배하는 것은 뇌라고 하죠, 그 뇌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아무리 먹는다고 해도 원하기만 한다면 포만감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그런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저도 이런 기술이 있다고만 들었지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진귀한 광경을 보게 되는군요!”
"박양념 해설위원도 놀라게한 고급 스킬!"
"치킨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 저도 여기서 한 수 배워가는군요"
어느새 제한시간 한 시간이 끝나고 그 둘 중 아무도 항복하지 않은 채로 채점시간이 다가왔다.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치킨박스의 개수를 확인하자 한 시간 동안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확연히 차이가 났다. 6번 선수가 먹은 치킨보다 1번 선수가 먹은 치킨이 훨씬 더 많았다.
6번 선수는 확실히 위장의 용량이 많아서 롱런할 수 있었지만 뼈를 바르는 것이 능숙치 못해서 치킨을 먹는 속도가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먹은 치킨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우승은 1번, 진간장 선수! 우승 소감을 말해주세요!”
중계자가 마이크를 넘기고, 그것을 넘겨받은 1번 선수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며 보고 있는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 대회에 우승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다만, 후라이드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음부터는 간장양념도 준비해주세요”
그렇게 2013년 2월 12일의 많이 먹기 대회는 막을 내렸다.
.
푸드 파이트, 그것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다.
치킨이 먹고싶을때 쓴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란 자고로 영감이 번뜩일때 써야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