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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후임폭행범으로 오해받은 썰.txt (긴글주의)
게시물ID : soda_25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킹쾅쿵쾅
추천 : 27
조회수 : 4559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6/01/16 06:40:23
지난번 글들이 반응이 좋아 많은 분들께 받은 추천을 보답하고자 새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군대서 겪은 일로 앞선 글의 시점인 고3 보다 2년 뒤의 일이나 정신적, 공간적으로 고립됐던 군대라는 특수성 탓에 일의 진행이 좀 답답해 보일 수 있으니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활자 비만 인가 봅니다.

쓸때마다 스압이네요... 죄송합니다.

이야기 시작합니다.

군 시절 본인이 상병을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중대장이 오게 되었는데 연대장과 대대장이 모두 육사였던 우리 부대에서 삼군 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외롭고 진급도 힘든 처지에 놓인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진급하려는 마음은 대단해서 좋게 말해 의욕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부임초 부터 부사관 중심이던 본인 부대를 장악하려 대대적인 피의 숙청이 있었습니다.

 독립 중대였던 터라 신임 중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병사들은 저항 한번 못하고 맥없이 나가떨어졌습니다.

 양담배, 맥심 잡지, 근무태만, 두발 불량, 군복 불량 등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병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휴가를 자르고군기 교육대를 보냈고 그 대부분은 당시 부사관 중 실세였던 인품 좋은 한 중사님과 친한 병들이었는데 그중엔 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중고딩 시절부터 규칙이라면 어겨본 적이없었고 교복 한번 줄이는 일 없었기에 군대에서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만한 일은 어느 하나 범한 일이 없었습니다.

 의욕적인 중대장의 눈에 중사와 친하고 중사를 많이 믿고 따르는 저는 눈엣가시였고, 호시탐탐 저를 노린다는 걸 선임들과 다른 간부들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더욱 조심했습니다.

그러던 중 훈련 기간 동안 사건이 터졌는데, 제 밑에 새로 들어온 후임을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것입시다.

이 후임은 앞서 언급한 중사님의 특명으로 떠맡게 된 인원으로 사고 수준이나 언어 능력이 (제가 느끼기에) 순수한 초등학생 수준이었고  중대 자체적으로 복무부적합 판단을 하여 이친구가 집에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전담할 사람을 구했고 이에 제가 당첨 된 것입니다.

훈련도중 이 친구가 힘듬을 호소하여 중대장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맞았냐는 질문을 받게 된 그가 무언갈 말할듯 우물쭈물거리자 중대장은 저를 겨냥한 유도심문을 하셨고 곧 그 친구는 제게 맞았다고 해버린 것입니다.
 (전역 하는 행정병이 말해줬습니다. 부들부들....)

전 중대장에게 불려가서 '순진한 얼굴을 하고 뒤로는 호박씨나 깐다' '네가 뭔 짓을 하고 어떤 야비한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수틀리면 때리고 말 안 들으면 때리고 남들한텐 힘든 척 불쌍한 척 동정받는 비열한 자식' 등등 처음엔 알아듣지도 못할 모욕적인 언사들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한다고 했던 군 생활을, 특히나 비록 나는 맞아도 이걸 대물림하지 말자는 생각에 이를 악문 그 시간들이 한 번에 비열하고 야비한 선임으로 매도되니 정말 세상이 무너지고 저라는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에 멘탈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훈련이 끝나고 난 일요일, 훈련 후 정비를 다 맞춘 그날 아침부터 두 번째 면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미 중대장은 저를 파렴치한 폭행범 취급하고 있었고 사실관계는 파악하지도 않은 체 저를 영창에 보내려 했습니다.

이에 저 또한 '제가 폭행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나 증인 하나 없이 단지 맞았다고 주장하는 인원 한 명의 말만 가지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말씀하시며 위협적인 어투로 취조를 빙자한 인격모독을 하시는데 심히 불쾌합니다. 

 군인이라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이 아닌데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하시는 중대장님의 태도 또한 묵과할 수 없습니다. 
(관련 학과 전공자입니다... 사실 1학년 막 마치고 군대를 간 거라 대충 생각나는 대로 덜덜 떨며 나오는 대로 말을 싸질렀습니다 이때까진 사실 군인 또한 일반법의 영향을 받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추측해서 말한 겁니다. ㅜㅜ 그만큼 급하고 쫄렸습니다)

두 당사자의 정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 아무 근거 없이 편파적으로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하시는 중대장님께 저를 향한 신뢰는 찾아볼 수 없으며 저를 믿지 않는 지휘관을 저 또한 신뢰할 수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휴전상태에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지휘관과 병사 이에 더 이상 신뢰가 없다면 그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신뢰 상실을 이유로 이 일이 해결된 뒤 정식으로 타 부대로의 전출을 요구합니다.

 또한 제게는 직속 지휘관의 상급자까지 면담권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정식 요청합니다.

   정식적인 절차대로 요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요청이 거절된다면 저는 불가피하게 군단 헌병대나 병무청 등의 사랑의 전화에 전화를 걸어 상급기관에 이 폭행 사건에 대해 조사를 요청할 것입니다.'

 라고 훈련 기간 내내 혼자 준비한 말들을 중대장님이 어떤 표정으로 반응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몸과 목소리까지 달달 떨리는걸 애써 숨겨가며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하고 내무실에 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너무 나서 겨울인데도 상의가 땀으로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걸 듣고 나신 중대장님께선 노발대발 화를 내시며 상관면 전모독죄다, 협박하는거냐, 지금이 전시였으면 즉결 심판 감이다 등등 저의 잘못과 건방짐에 대해 지적하시면서 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후임 폭행에 지금 저지른 죄까지 더해 육군교도소에 보낼 테니 가서 짐을 싸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구나 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이등병부터 일병 시절 매 맞아가며 무식하게 참고 견딘 세월이 억울해 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몇시간이 흐르고 저녁이간이 다되어서 대대본부에서 군용차량이 한대 내려왔고 저는 그것에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동기가 저의 억울함을 교회 목사님께 알렸고 목사님께서 대대장님께 이와 관련하여 따로 물어보신 겁니다.

 그후 목사님께 듣기론 당시 제가 종교활동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던 모습을 대대장님께서 평소 눈여겨보셨고 목사님의 물음에 '그 친구가 그럴 리 없다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자신이 해결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차출되어 군용차량에 탔던 본인은 이제 당연히 영창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목적지는 군인 회관이었고 그곳으로 가자 대대장님께서 삼겹살을 구우시며 기다리고 계셨고 그날 목욕탕까지 풀코스로 대접받았습니다.

 '영창 가기 전 마지막 만찬이구나'라고 생각한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억울함을 알려 볼까 했지만 차마 먼저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다먹고 목욕탕에 가기까지 대대장님께서는 일상적인 대화 몇마디 외에는 별말씀이 없으셨고 함께 탕에 들어가서야 이 문제에 관해 입을 떼셨습니다.

대대장님께서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대대장은 자네가 그랬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제부터 대대장이 직접 사건의 진상을 밝힐 테니 스스로 당당하다면 마음 놓고 있으면 된다.

 혼자 그 인원을 보살피느라 고생이 많았다.

설사 정말 폭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은 죄만큼만 처벌을 받고 어느 하나 억울한 사람 없도록 하겠다.

대대장이 미리 신경 쓰지 못해미안하다'

라고 하시며 대대 차원에서도 그 친구에 대해 복무 부적합 검사를 신청하고 관련 부대로의 차출을 신청했으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론 직접 그 친구를 관리하시겠다고 했습니다.

후에 대대장님 사비로 진행된 정신감정에서 이 친구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전문의의 소견이 있었고 대대 차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대원들이 저의 결백에 대해 진술해 줘서 아무런 오해 없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친구는 대대본부로 이동하여 주임원사실 당번병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그린캠프와 당번병을 번갈아 가며 남은 군 생활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전 타 부대로 전출가지 못했고, 이때부터 저는 영창에서 간이 군법 책이라던가 사건사고 사례집을 입수하여 열심히 읽고 이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휴가 나가서 군법 개론과 군 형사 절차법 등등의 책을 구입해와 공부하면서 중대장의 부조리함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 같은 군 생활을 보냈습니다.

 쓰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졌습니다.

어느 분 하나 비아냥 대시는 분 없이 재밌다고, 멋있다고 해주시니 똑같은 일상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제게 새로운 활력소가 됩니다.

안 그래도 사이다 게시판엔 사건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며서까지 진정성 없는 내용으로 여러분들의 응원을 배신으로 화답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올 한 해 뜻하신 바를 모두 이루실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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