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방함
Kagerou-Class Destroyer USS Arashi
미 합중국 해군 일본 해군의 카게로급 구축함 USS 아라시 입니다.
카게로급 구축함은 일본 해군이 런던 해군 군축조약 이후 경량형 구축함의 개발에 실패 한 뒤 조약을 탈퇴하고, 당시 신형 구축함이던 아사시오급 구축함을 베이스로 개발에 착수한 신형 구축함 입니다.
최종적으로는 후부키급 특형 구축함을 상회하는 성능을 요구받았고 실제로도 2차대전기 일본제 구축함의 결정체나 다름 없는 위치에 있는 배 입니다.
카게로급은 초기 총 15척이 계획 되었습니다.
이후 18척으로 늘어났습니다만 이중 세척은 당시 명목상으로 4만톤급으로 거짓 기재된 야마토급의 실건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블러핑으로 넣은 계획이었고 이후 마루4 계획을 통해 4척의 추가 건조가 잡히며 최종적으로는 19척이 건조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본 해군이 카게로급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기에 후부키급과 함께 최전선을 누비며 싸워 왔던 배이고, 그만큼 소모가 심해 전후 생존함이 단 한척이었습니다. 바로 행운함이자 불침함으로 유명한 카게로급 8번함 유키카제.
하여간 이렇게 일본 해군의 구축함들 중엔 가장 성능이 좋은 축에 들어갔고, 실제로도 많은 해전에서 활약해 줬던 카게로급 입니다만...
카게로급 16번함 아라시는 유난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아라시는 남방작전 당시 4 구축대에서 센다이급 경순양함 나카가 이끄는 제 4 수뢰전대에 소속되어 지원 임무를 행했고, 다수의 미국 상선과 미군 건보트 에쉬빌을 격침시키는데 조력하며 차곡차곡 공적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럭저럭 공적을 쌓아가다 레이먼드 스프루언스 나구모 주이치 제독의 지휘 하에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 한 아라시.
이 해전 중 아라시는 미 해군의 나왈급 잠수함 2번함 USS 노틸러스가 나구모 함대를 공격하려는것을 목격한 뒤 폭뢰 공격을 가해 USS 노틸러스를 쫓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본대에서 뒤쳐지게 되었고, 본대의 주력함을 호위하는 임무를 방기할수는 없었기에 서둘러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 급히 출력을 올려 본대를 향해 달렸고...그 결과 해수면에는 큰 궤적이 남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나구모 함대를 찾고 있던 미 해군의 급강하 폭격기 대대가 이걸 봐 버렸다는거.(...)
더 골때리는건 대대장 C. 웨이드 멕클러스키 소령은 아슬아슬한 연료 상황에 "남서쪽으로 한번 둘러보고 없으면 일단 돌아가자." 는 생각으로 그쪽으로 비행을 했던 상황 이었습니다.
망망대해에 커다랗게 이정표를 그려둔거나 마찬가지라 멕클러스키 소령은 얼씨구나 하고 그 궤적을 따라 나구모 함대 본대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구모 함대를 발견 합니다.
설상가상 미 해군 USS 요크타운의 제 3 뇌격기 대대의 뇌격기들을 추격하느라 일본 해군의 A6M 영식함상전투기(제로센)들은 수면 가까이로 내려와 저공 비행을 하던 중이었고, 하늘이 텅 비어 있는걸 본 멕클러스키 소령은 공격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카가의 승무원이 멕클러스키 소령이 이끄는 폭격기 대대를 목격한 후...
"적기 직상! 급강하!"(적기가 바로 위에 있고 급강하 하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미드웨이 해전의 대역전극이 시작됩니다.
일명 '운명의 5분'이라 불리는 단 5분간 일본 해군은 항공모함 카가, 아카기, 소류를 잃었고 살아 남은 항공모함 히류는 미군에 대한 공격을 계속 하여 요크타운을 대파 시키는 공적을 쌓았습니다만 바로 정신줄을 잡고 역습을 가한 회색 괴물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공격으로 결국 용궁으로 가 버렸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나구모 제독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키를 잡고 멍때리고 있는 조타수를 밀어 내 버리고는 직접 키를 잡고 그 크고 둔중한 항공모함 아카기(최종 사양의 만재 기준 배수량 4만톤이 넘는 거대한 배였습니다.)를 몰아 어뢰를 피해 낼 정도로(...) 고군 분투했던 해전이었지만...뭐 상대가 너무 안좋았죠.
이로 인해 일본 해군은 자군의 최정예 항공단이던 1, 2 항공전대를 모두 잃었으며 일본 해군 제독들 중에는 상당히 유능한 인재였던 야마구치 다몬 제독까지 전사해 버리는 뼈아픈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이 5분간의 피해와 이후 입은 피해로 인해 일본 해군의 정규 항공모함은 쇼카쿠급 항공모함인 쇼카쿠, 즈이카쿠와 류조급 항공모함 류조의 세척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 패배로 전세가 완전히 미군쪽으로 기울었으며 일본은 자국 해군 최강의 카드를 단 5분만에 용궁으로 보내 버리며 사실상 알짜배기라 불리던 모든 전력을 잃어버리다 시피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대한 독립 투쟁함(...)이자 일본 제국을 멸망시킨 훌륭한 미 합중국 해군 군함(...)이라 할수 있겠습니다만...
운명의 5분이 펼쳐진 1942년 6월 4일의 전투 이후 아라시는 기체 추락으로 바다에 빠져 표류중이던 미 해군 제3뇌격비행대대의 웨줄리 프랭크 오스무스 소위를 포로로 잡았습니다.
오스무스 소위를 심문해 미 해군의 전력이 항공모함 세척으로 이루어 졌다는것을 알아 낸 후, 다음날인 6월 5일 오스무스 소위를 갑판으로 끌어냅니다.
그리고 오스무스 소위의 뒷목을 소방용 도끼로 가격하였습니다.
당연히 그를 처형하기 위해 한 행동이며 충격으로 떨어진 오스무스 소위가 난간을 잡고 간신히 버티자 다시 한번 밀어 바다에 생으로 수장시키는 전쟁 범죄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 건으로 인해 아라시의 함장인 와타나베 유스마사 중좌는 전후 미군이 전범 재판에 피고로 기소하기 위해 그의 행방을 수소문 하고 다니다 그가 전사한것을 알고서야 그만 뒀었지요.
아라시의 생존자들은 당시 오스무스 소위의 처형을 주도한 인물로 함장 와타나베 유스마사 중좌와 마츠우라 츠토무 포술장을 지목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게 책임 떠넘기기일 가능성도 별로 없는게...상하 위계질서가 굉장히 강했던 일본 해군에서 말단 수병이나 위관급 장교가 함장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포로를 처형했다고 생각 하는것도 좀 말이 안되긴 하니까 말이지요...
하여간 이후 과달카날 해전에 참가하여 살아남은 아라시는 1943년 8월 7일 솔로몬 제도에서 일어난 벨라만 해전에서 격침되며 용궁으로 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아라시는 역사를 바꾼 구축함으로서 좋은 의미(?)건 나쁜의미건 굉장히 유명한 군함 입니다.
일본제 군함들 중에 진짜로 미군 소속이 된 전함 나가토 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명예 미군(?)이면서 이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건 아라시 정도랄까요...
덤1. 이 해전에서 전사한 야마구치 다몬 제독은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항공전력의 강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선진적인 사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항공전에 대해 그다지 밝지를 못해(...) 지휘 할때는 채면이고 뭐고 다 내 던지고 참모들에게 '이렇게 하면 되는가?' 라고 일일히 물어가며 지휘를 했다고 합니다.
이게 딱히 부정적인건 아닌게 연공서열의 채면만을 중시해 비전문적인 판단으로 부대를 말아 먹고 부하들을 개죽음 시킨 지휘관이 전쟁사에 수두룩하다는걸 봤을때 야마구치 제독의 이런 면은 칭찬해도 될 일이지요.
다만 파일럿들 사이에서는 '사람잡는 다몬'이라 불리며 영 평가가 좋지 않았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지옥훈련도 문제고 함재기의 발함 역시 함포를 쏴 붙이듯 '일단 때려박고 보자'는 식으로 왕창 날려보내는 어택땅지휘를 해서라고 합니다.
덕분에 인적자원을 소홀히 한 지휘관이라는 비판도 받습니다만 이사람이 정말로 파일럿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해서 이런건 아닌것이, 미드웨이 해전 당시 출격 명령을 내리려고 보니 계속되는 전투에 파일럿들이 도저히 출격해서 전투를 소화 할 만 한 상태가 아니라는걸 깨달은 가쿠 대좌라는 장교가 파일럿들에게 각성제(소위 히로뽕이라고 하는 그거.)를 투여 하려고 한 적이 있답니다.
다몬 제독이 그 소릴 듣고 가쿠 대좌를 말리고는(무지하게 갈궈 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_-;;; 이사람 성깔로는 일본 해군 내에서 손꼽히는 다혈질에 열혈 남아로 유명한 사람이라...영화 '도라 도라 도라'에도 나오듯 이사람은 자기가 판단 했을때 아니다 싶으면 상급자에게도 대놓고 돌직구를 쏴 버리던 양반이었습죠.) 파일럿들에게 식사와 휴식을 취하게 한 뒤 출격 시켰다는군요. 이런걸 보면 정말로 파일럿들을 소모품으로 생각 했다기 보다는 본인이 파일럿 출신도 아니고 항공전에 그리 해박한 지휘관이 아니다 보니 파일럿들의 고충을 잘 몰랐다고 보면 될듯 합니다.
하여간 당시 일본 해군의 제독들 중에는 그래도 상당히 유능한 축이었고, 이 사람을 잃은건 일본 해군 입장에서는 정말로 뼈아픈 타격이었던건 사실입니다.
덤2. 본문에 나구모 주이치 제독이 직접 아카기의 키를 잡고 어뢰를 피해 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나구모 제독 역시 항공전에는 무지한 편이었습니다.
이사람은 수뢰전(어뢰전, 뇌격전) 전문가였고 수뢰전에 있어서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었기에 조함 실력이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긴 했지요.
나구모 제독이 후소급 전함 야마시로의 함장을 역임할 당시, 일명 '꽃의 2수전' 이라 불리는 일본 해군 최정예 수뢰전대인 제 2 수뢰전대와 야간 전투 훈련을 시행 한적이 있습니다.
훈련중 당시 2수전 기함이었던 센다이급 경순양함 2번함 진츠가 탐조등을 켜고 야마시로의 정면으로 전속력으로 돌진을 해 왔습니다.
완전히 충돌코스로 들어오면서도 속력을 줄이지 않는것을 본 함대 참모장이(당연히 당시 함장이었던 나구모 제독보다 상급자 입니다.) 기겁을 한 나머지 멘붕이라도 했는지 '좌현으로 틀어서 피해라.' 라는 월권행위를 저질렀는데 말이지요...
진츠의 움직임을 간파한 나구모 함장이 '참모장에겐 배의 지휘권이 없소!' 라고 일갈하고 우현으로 회피 할것을 명령 했습니다.
그리고 나구모 함장이 간파한 대로 진츠 역시 우측으로 틀면서 간신히 충돌을 면했다고 합니다. 좌현으로 틀었으면 정면 충돌할 상황이었다더군요.
당시 진츠가 야마시로에게 걸었던 공격의 정체는 탐조등으로 전함의 시야를 가린뒤(=눈뽕을 놓고. -_-;;;) 전속력으로 정면 돌격을 해서 충돌 직전에 어뢰를 흩뿌리고 스쳐 지나가며 적을 격침시키는 초근접 뇌격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