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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써보는 썰
게시물ID : love_25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음흉
추천 : 4
조회수 : 107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3/30 22:29:42

평소같은 날이였다. 정말 별다를거없는 보통날이였고, 어쩐지 술이 땡기는 그냥 그런날.
그냥 그런 날속에 이미 잊어버렸고, 감정조차 희미해진 그사람을 봤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한번씩 떠오르는 영화 대사가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내게 제일 우선되는 가치관은 사랑이였다는 흔한, 그런 대사가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술기운에 정말 진지한데 어찌보면 정말 오그라드는 말인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도 가끔 생각하며 공감을 한다.

어릴적부터 나는 사랑이 너무 궁금했다, 남자아이치고 흔치 않게 연애소설에 빠져보기도 했고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했으며, 항상 사랑을 하고 싶었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소설처럼

내 첫 사랑은 무척이나 늦었다, 어릴적 그저 호기심에 시작한 풋사랑이 아니라,
진짜 사랑.

21살 처음 그사람을 만났었다, 
사실은 20살 겨울쯤, 입대를 앞둔 친구가 그저 불쌍했던 내 친구가, 가기전에 그리 노래를 부르던 연애라도 해봐야겠지 않겠냐며 소개를 해줬었지만, 군대를 고작 반년 앞둔 예비 군인은 염치가 있지, 하며 마다했었지만
짧은 미련으로 한 일주일정도를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았드랬다.

그렇게 짧은 인연이 지나고 몇달이 지나, 해가 바뀔즈음, 친구네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그사람을 처음으로 만났다.
얼굴은 무척이나 하얗고, 작았던 그사람을 본순간 사랑에 빠졌던것 같았다. 알바에 지쳐 힘들어 하는 그사람의 모습을 잠깐 넋을 놓고 바라보다, 어디서나온 용기인지 자연스레 알바를 돕고 있었다.

그후로도 나는 기회만 생기면 가게를 들락날락거렸고 덕분에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워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가게 알바생이 됬고, 군대를 한달 앞둔 시점 
굉장히 찌질한 생각이지만 까이면 어차피 군대 갈텐데 하는 무모한 의식의 발로로, 데이트 신청을 했고
잠깐의 고민속에 흔쾌히 수락하는 그사람을 보며 사람의 심장이 이렇게 세게, 크게 뛸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고대하던 첫 데이트날, 청계천을 걷고, 명동을 돌아다니며 누구나 한번쯤 했었을 흔한 데이트를 하고
날이 저물고 추위가 올즈음 몸을 녹이러 들어간 카페에서 고백했었다.
사실 고백까지는 생각이 없었지만, 카페에서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중 무심결에 그사람이 날보며
그래도 너는 안돼 하는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이게 바로 타이밍이라는 말과는 반대되는 생각이 찰나의 시간속에 내 정신을 지배하는듯한 기분이였다.
사실,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비록 입대를 앞둔 너무나 염치 없는 말이니 긍정적인 대답은 기대하지 않는데,
그래도 꼭 한번쯤 말하고 싶었노라고, 

말하는 내내 몇마디 안되는 그말사이에 목구멍에서 심장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내가 미쳤지 하는 세상이 무너져내릴듯한 자괴감이 온 몸을 감싸왔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졌다.

이윽고, 한참을 당황한 눈으로 날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니모습에 세상이 정말 무너져 내렸다.
도깨비의 진자운동이 아니라 그저 뉴턴의 중력의 법칙처럼 한없이 바닥을 뚫고 심장이 떨어져내렸다.
차라리 소중히 간직할걸, 이 감정에 홀로 감사할걸, 그저 친구로라도, 지내다 군대라도 갖다와서 얘기해볼걸
미친X, 미친X끼 X라이 별에 별 욕을 했었다.

그렇게 1초가 1분,10분,1시간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속에 그사람이 대답했다.

생각해보겠노라고, 지금 당장 대답하기는 힘들것 같다고.

끝이였다. 인생이 끝난것 같았고 분위기 있는 카페도 아닌,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리는 카페에서
온갖 소음들이 들려오는 그런곳에서, 확신도 없이 찌질이같이 말을 꺼낸 내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다.

거기서 나는 서툴렀다.

거기서 나는 모자랐다.

거기서 나는 찌질했으며, 멍청했다.

속으로는 온갖 비명과 자괴감에 찌들어 상처를 헤집고 또 헤집어 갈기 갈기 찢겨나가는 중에도
멍청하게 태연한척, 그래? 그럼 그렇게해 , 너무 부담갖지마 라는 후에 친구들에게 부담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된 멘트를 쏟아냈다.

그렇게 그날의 어색함을 간직한체, 말없이 지하철로 너를 데려다주며 정말 죽고싶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런 날 그사람은 처음에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리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힐끗거렸고. 어느새 지하철은
달리고 달려 그사람이 내려야하는 역에 도착했다.

어색한 인사로 너를 마중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 어떤 말로 이 상황을 수습해야하나, 
시간을 돌릴수는 없을까, 이대로는 , 이걸로는 만족할수가 없었다. 친구로라도 남고 싶은 마음에
온갖 멘트를 고민할때

그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또 다시 심장이 아찔한 번지점프를 반복했다.
이러다 심장이 터지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울정도로, 숨이 가쁘고 전화기를 붙잡은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한참을 멍청히 떠는 동안 이미 전화는 끊겼고 부재중통화로 넘어간 전화를 보다가 
그사람이 내린역에서 30분은 더가야했던 도착역에서 내려 겨우겨우 다시 전화를 했었다.

어쩐지 긴장하는듯한 목소리로 받는 그사람 덕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두손으로 붙잡고 조용한 곳을 찾아 움직였다.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럼 우리 사귀어보자고, 비록 넌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런건 신경 안쓰겠다고.
나도 너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말에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크나큰 행복이 홍수라도 난듯 넘치다 못해 온몸에 차오르고 있었다.
아니, 벌써 7년이나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

심장이 신이 났다, 미친듯이 뛰고 있었으며 머릿속에 종이 울리는 듯 했다.
드디어 나도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마주했던 사랑이 온다는 기쁨은 말로 형용할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했을 너를 배려하지는 못할 망정 두어시간을 더 통화했고
통화중에 잠든 너의 숨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샜다.

그렇게 너는 내가 그렇게도 맹신하며, 상상하며, 꿈꾸어 왔던

인연이 되었고, 운명이 되었고, 사랑이 되었다.


그렇게 너는  내가 맹신하던, 상상하던, 꿈꾸어 왔던
인연을, 운명을, 사랑을 깨부수어준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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