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대장 대봉이
IJN의 패망을 책임진다! 장갑항모! 뿌뿌뿡!
일본 해군의 LPG선 장갑 항공모함 다이호 입니다.
미드웨이 해전 당시 아군 항모의 방어력 부족을 실감한 일본 해군이 야심차게 건조한 장갑 항모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은 개전 이전부터 건조중인 항모 였습니다.
이 다이호를 기반으로 카이다이호급(개 다이호급 즉 다이호 개량형) 5척의 건조 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미드웨이 해전에서 카가, 아카기, 히류, 소류를 잃고 항모 전력이 반토막난 일본 해군이 히류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여 운류급 항공모함 세척(운류, 아마기, 카츠라기)을 건조하게 되면서 카이다이호급 건조 계획은 무산 되었습니다.(다만 운류급의 완성후 모습은 히류보다는 소류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이름의 의미는 대봉(大鳳) 봉황이라는 뜻입니다. 일본 해군은 항공모함의 이름으로 환상종의 이름(호쇼, 다이호, 류조, 히류, 소류, 운류등), 상서로운 동물의 이름(쇼카쿠, 즈이카쿠, 히요, 준요, 신요등)을 사용 하였습니다.
카가, 아카기, 아마기, 카츠라기 등의 이름은 전함에 붙는 고대 일본 번국의 이름인데 카가와 아카기는 각각 전함과 순양전함으로 건조하던걸 항모로 개장한 케이스지만 운류급 항공모함인 아마기, 카츠라기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참고로 아마기는 아카기의 언니뻘 되는 아마기급 순양전함의 1번함으로 건조중 관동대지진으로 파손되어 건조가 취소된 배 입니다. 아마기급의 2번함이 아카기. 운류급 아마기는 이 아마기의 이름을 이은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동명이함(?)입니다.
카가 역시 1번함으로 토사급 전함 1번함 토사가 있습니다만 이쪽은 아예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카가급 전함으로 기록되고 있지요.(...)
(공고급 순양전함은 중순양함에 붙는 산 이름이 붙었습니다만 이는 공고급 도입 계획이 처음에는 장갑순양함 도입 계획으로 잡혔다가 순양전함 도입계획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함명을 변경하지 않아서 입니다. 어차피 일본 해군 함선중 순양전함은 공고급 뿐이라 별 의미는 없습니다만...)
하여간 이 다이호는 일본 해군 항공모함 기술의 결정체로서 일본 해군 최고 수훈함인 쇼카쿠급 항공모함의 설계를 많이 참고하여 완성된 항공 모함 입니다.
쇼카쿠급을 운용하며 얻은 노하우에 더해 운용하며 지적된 단점을 개량하여 완성된 항공모함으로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장갑항모라는점.
추축국 최초의 장갑항모로서 비행갑판에 25mm의 DS강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75mm의 CNS갑판을 설치하여 500Kg 급 폭탄의 급강하 폭격을 방어 해 낼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연돌 배치도 아일랜드형 연돌배치로 변경하고 이에 더해 함교 역시 대형화시키고, 비행갑판에 장갑을 깔면서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 류조 같은 꼴이 나는걸 막기 위해 함 자체의 높이를 기존의 일본제 항모들보다 낮췄다고 합니다.(히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이렇게 낮아진 함의 높이에 기존의 하향 굴절식 연돌을 설치 할 경우 연돌에 해수가 유입될 우려가 있었기에 자연히 연돌이 위로 올라오고 이 연돌이 함교와 일체화 하며 자연히 함교 역시 대형화 된거지요.
참고로 이 하향 굴절식 연돌이라는게 참 사람 잡는 물건이라 밑으로 꺾인 연돌에서 나오는 뜨거운 매연이 거주구를 직격해 버려서(...) 카가 같은 경우 선실 온도가 40도를 찍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카기도 별반 다를바 없었는데, 이 덕에 함내에 이질이 발생하는등 위생이 개판이었고(...) 생긴 별명이 '바다독수리 꼬치구이 제조기 카가'와 '살인주택 아카기'.(...)
이따위걸 타고 그 더운 하와이를 찍어가며 태평양을 내달려야 했던 수병들은 참...(...)
하여간 이 다이호는 취역 당시부터 일본 해군 최강의 항모로서 한껏 기대를 받았고, 또 화려한 전공을 세워야 했을 터 였습니다.
계획 대로라면 말이죠.(...)
...근데 뭐 세상사 마음대로 된댑니까?
다이호의 취역과 함께 일본 해군은 미드웨이에서 날려 먹었던 항공 세력을 전성기만큼은 아니라도 어느정도 복구시켰습니다.
어찌어찌 복구시킨 항공 세력을 추스려서 미 해군과의 일전에 나서는데...
하필이면 그 해전이 필리핀 해 해전 이었습니다.(...)
이 해전에서 다이호는 오자와 지사부로 함대의 기함으로서 참가 합니다.
최강의 항모로서 기대받던 다이호는 탑재하고 있던 54기의 함재기를 발함 시켰고...
생환한 함재기는 단 4기였습니다.(...)
애초에 이 필리핀 해 해전에서 일본 해군이 498기의 항공기를 투입하여 미군 전투기에 359기, 미군 대공포에 19기를 조공하면서 총 378기의 항공기를 날려 버리며 애써 재건한 항공 세력을 도로 주저앉혀 버렸으니 뭐...-_-;;;
1944년 6월 19일 08시 16분 미 해군의 가토급 잠수함인 USS 알바코어가 오자와 제독의 항모전단을 발견한 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다이호를 공격 하려고 시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USS 알바코어의 FCS가 맛이 가 버렸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알바코어는 다이호를 목측으로 관측해 가며 근성으로 6발의 어뢰를 발사 했습니다.
6발중 4발은 빗나갔고 두발이 명중 코스로 진입 했습니다만...
당시 다이호에서 막 이함 하려던 고마츠 상등비행병조(한국군의 상사에 해당함)가 그걸 보고는...
이함하다 말고 어뢰로 다이빙해서 한발을 몸으로 탱킹 했습니다. 그야말로 살신성인.;;;
고마츠 상등비행병조의 눈물나는 살신성인에도 불구하고 남은 한발은 다이호에 명중해 버렸고...
그 한발은 하필이면 항공유 저장장치 두개를 아작내 버리는데 성공 했습니다.
피격 당시에는 대단한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실제로도 정확한 조치를 취했다면 경미한 피해로 그칠수 있었으나 담당 장교의 미숙한 조치로 인해 연료 배관에서 휘발성 가스가 새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해군도 아예 바보는 아닌데다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후달렸지(물론 건함 기술에 있어서는 기술 단절로 인해 나치 독일 크릭스 마리네의 건함 기술은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지만 적어도 다른 분야에서는 세계 수위권에 드는 기술력을 유지 중이었습니다.)이미 전함이나 항모를 국산화 할 정도의 기술력은 가지고 있는 나라였으므로 실전 경험을 통한 개량점을 반영하여 항공유 저장탱크와 관련 배관은 각종 유출 방지처리를 해 두어서 파손은 됬지만 유출양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뭘 멀쩡하게 만들면 일본제가 아니라는걸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아카시: 예? 함정용 유류 배관에는 이런 유출 방지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파손 규모에 비해 유출양이 많이 발생 했는데...문제는 당시 다이호가 때고 있던 연료가 정제된 경유나 중유가 아닌 타라칸 정유라는 원유에 가까운 기름이었다는겁니다.
함정용 엔진은 거친 연료를 넣어도 그럭저럭 돌아가는 관계로 급한대로 타라칸 유전에서 시추한 타라칸 정유를 때려 박은건데...
이 타라칸 정유는 딱히 나쁜 기름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름의 질이 매우 좋아서 정유를 덜하고도 쓸수 있을 정도 였습니다만...문제는 아무래도 정유를 거의 안하다시피 하고 때려 박다 보니 안에 오만 휘발성 물질이 섞여 있어 관리에 상당히 신경써야 된다는것 정도랄까...(...)
그러니까 원유를 정유해서 아스팔트 피치를 걸러내고 중유, 등유, 경유, 휘발유 등으로 분류해야 되는데 저게 아스팔트 피치정도를 빼고는 몽창 다 섞여 있어서 무지무지 휘발성이 높고 불이 잘 붙는 연료였다는겁니다.-ㅅ-;;;
그런 판국에 다이호 자체는 안정성이 높은 경유나 중유를 사용하는걸 전제로 설계된 배였기에 이런 휘발성 물질의 대량 유출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습니다.
경유나 중유는 누출되더라도 어마어마한 화재가 아닌 이상 크게 문제가 되질 않았기에 항공유 계통처럼 함내의 특정 구역을 촘촘히 봉쇄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던겁니다. 당연히 휘발성 가스가 함내 전체로 퍼졌는데...
문제는 당시 다이호는 폐쇄식 격납고를 채택하고 있어서 이 가스가 밖으로 빠질 생각을 안했다는거지요.
그리고 윗선에서 "야, 빨리 불 끄고 가스 빼!" 라고 닥달을 해 대는 와중에 다이호의 진화작업 책임자가 어처구니 없는 악수를 둬 버렸습니다.
'함내에 퍼진 휘발성 가스를 함내 전체로 골고루 분산시킨 후 각 블록의 환기 시스템을 통해 배출한다.'라는 복구 계획을 세워 버린것.
당연히 함내에 휘발성 가스가 골고루 퍼진다면 작은 불길에도 함내가 불바다가 되는건 안봐도 비디오인데...사실 다이호의 환기 시스템이 폐쇄식 격납고를 채용한 장갑항모의 것이라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부실했기에 그게 최선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결국 그날 15시 32분, 주격납고의 제너레이터에서 불꽃이 튀며 1차 폭발이 일어났고 당연히 다이호의 함내는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장갑갑판+폐쇄식 격납고의 특성으로 폭발력이 밖으로 빠지지 않고 함체 전체에 대타격을 주면서 이 시점에서 이미 함생은 끝난거나 마찬가지였지요.
결국 퇴함이 진행되었지만 일왕(그러니까 덴노) 부부의 사진을 안전하게 옮기고 퇴함을 위해 비행갑판 위에서 점호를 하는등의 뻘짓을 하다 17시 28분 일어난 2차 폭발로 인해 폭발성 가스가 다시 인화하며 침몰했습니다.
전체 승조원 2,150명 중 1,650명이 전사하는 끔찍한 최후였지요.
당연한 소리지만 기함인 다이호가 이렇게 어이없이 용궁으로 가면서 필리핀 해 해전은 일본 해군의 참패로 끝이 났고, 이후 일본 해군은 두번다시 항공 세력을 복구시키지 못한채 기껏 뽑은 운류급 수송선 항공모함, 야마토급 3번함 시나노 등은 제대로 항공전 한번 치러보지 못하고 용궁으로 가거나 퇴역해야 했습니다.
덤. 본문을 보면 그놈의 폐쇄식 격납고가 폭발력을 묶어둔 덕에 더욱 더 끔찍한 최후가 되었는데 말이죠...
이 폐쇄식 격납고는 일본에게 있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바로 일본 해군이 전쟁 초기부터 줄창 굴리던 그 유명한 영식함상전투기 A6M. 즉, 제로센의 제질 문제였지요.
이 제로센은 극단적인 경량화를 위해 초초두랄루민(Extra Super Duralumin)을 사용 했습니다.
이 소재는 비강도는 뛰어났습니다만 내식성과 취성이 형편없는 소재였는데, 이 형편없는 내식성 덕에 바다에서 쓰기에는 최악의 소재였던겁니다.(...)
그런데 이걸 고집한 이유는 일본 해군이 호리코시 지로(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인 그 호리코시 지로가 맞습니다.)에게 요구한 말도 안되는 ROC를 맞추려면 이거 말고는 답이 없었던지라...-ㅅ-;;;
결국 이 형편없는 내식성을 가진 기체를 항모에서 굴리려면 항모의 격납고가 최대한 해수가 닿을 일이 없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폐쇄식 격납고를 채용할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반대급부인 미군의 경우 개방형 격납고를 채택하여 어지간한 폭발에도 비행기는 아작날지언정 배는 살려 돌아가는게 가능했으니 뭐...-_-;;;
아 그리고 일본군 자체가 장비의 내식 대책, 절연 대책에 좀 심하게 무심했습니다.
전선에 천을 돌돌 감아놓고 위에 페인트를 칠한걸 두고 '군용 절연대책'이랍시고 밀었던게 이양반들이라 뭐...파견 와 있던 독일 기술자들이 얼마나 어이 없었을지는 안봐도 뻔하겠죠.;;;
더 어이없는건 정작 다이호는 제로센을 운용하지 않았습니다.-_-;;;
전투기로 A7M 렛푸, 공격기로 B7A 류세이, 정찰기로 C6N 사이운을 운용 했지요.
뭐 쟤들도 A6M이랑 비교 했을때 도찐개찐이거나 더한 놈들이라 결국 폐쇄식 격납고는 필요 했지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