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관한 약사법 개정 반대
공공의료센터의 도입 등 ... 의료공공성 확보가 선행돼야
2012년 02월 06일 (월) 18:08:00 정리/이혜경 기자
[email protected]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해 시작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지난 해 7월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을 밝히면서 논란이 해를 넘겨 거듭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졸속적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18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여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며, 공공의료체계의 확립과 의약품안전관리체계를 세우기 위해 다음 19대 국회에서의 총체적 점검과 논의를 요구한다.
정부는 야간, 휴일의 의약품 구입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 한다는 명분으로 편의점 등에서 감기약 등의 의약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편의’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의약품의 안전성’ 이다. 유명한 진통제 ‘게보린'의 주성분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은 재생불량성 빈혈 등 부작용 논란으로 식약청의 안전성 재검토 중 제약사 스스로 퇴출한 예에서 보듯이 안전하다고 한 일반의약품도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아직 의약품 부작용 보고, 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약국 외 판매 시 발생할 의약품 부작용 문제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건강은 위협받고, 의료비 지출은 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정부의 주장처럼 심야,휴일의 약 구입이 불편한 것일까?
대한약사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 만19~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일에 약국 보다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아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2.2%에 달했다.
또 진료공백 해결방안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6%가 시간외 진료센터와 의원·약국당번제 등을 선호한 반면 일반약 약국외 판매 응답은 33.6%에 그쳤다. 휴일에 병원이 영업을 하지 않는데 대한 대안으로는 응답자의 65.7%가 시간외 진료센터를 가장 많이 꼽았고 공공약국(64.1%), 의원·약국 당번제(62.7%)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 국민의 16%는 돈이 없어서, 39%는 시간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한다. 즉 ‘의약품 구입’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심야, 휴일의 ‘진료 공백'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는 올바른 방법은 의료전달 체계를 갖추고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은 밤이나 휴일에 환자가 생기면 굳이 응급실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경증질환도 응급실에 가야만 한다.
이 경우 비싼 의료비 지출부담 뿐만 아니라 병원의 위급한 응급질환 진료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화된 사례인 양 언급했던 미국에서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비싼 의료비와 왜곡된 의료체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관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센터’ 등의 도입으로 보건의료의 공공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또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한미 FTA의 문제점과 관련 많은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미 FTA는 국회에서 통과되어 발효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의약품 중 일부가 슈퍼나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해외자본이 유통업에 들어와 의약품을 판매하는 중 만약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에 문제가 생겨 회수하거나 판매중지로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할 경우 ‘투자자-정부 제소제도(ISD)’의 대상의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는 미래유보조항에 포함되어 제소의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수용 및 보상, 최소대우기준에 의해 제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더해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연속선상에 있다. 정부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추진한 것은 단지 국민 편의가 아니라 약국에서만 유통되는 의약품을 편의점 등 일반시장으로 진출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의료분야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 유통시장의 확대는 병원 등 다른 의료분야에 대한 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충분한 여론수렴과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적으로 18대 국회내에 약사법 개정을 강행하는데 반대한다. 공공의료의 확충과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 제반 문제를 심도있고 종합적인 논의를 거친 후 19대 국회에서 결정하기를 촉구한다.
- 졸속적인 약사법 개정 반대한다
- 공공의료센터 도입 등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라
- 의약품 부작용의 보고 및 사후관리 등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를 강화하라
2012년 2월 6일
공공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