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서울의 어느 사립학교. 설립자의 흉상이 교정에 새로 세워지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애국독립인사로 알고 있었고, 학교 설립자이자 흉상의 주인공이 일제강점기 제자를 정신대에 보내고, 조선 청년들에게 학도병으로 일제군대에 지원하라고 독려한 친일파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
전교조 교사를 중심으로 10여 명이 흉상 제막식에서 이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학교측에서는 설립자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난리가 났지만, 진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교사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학생들은 설립자가 자신의 제자들을 정신대로 보내면서 일장기를 머리에 두르게 하고 찍은 기념사진까지 공개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졸업생들과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이를 문제 삼자 결국 학교는 흉상이 세워진 지 한 달도 안 돼 이를 철거했다.
위 이야기는 2000년 서울의 중앙여중고에서 벌어진 일이다. 추계예술대와 중앙여중고를 운영하는 그 사학법인은 추계학원이다. '추계'는 이 학교 설립자이자 친일파인 황신덕의 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