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이프 놀이는 사실 무의미한 거죠.
워냑에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지라 이럴 경우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되었을 거다라고 반드시 장담을 못하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웃 일본의 근대화와 부국강병이 비교가 되니까 대한제국이 근대화 먼저 했으면 하는 이프놀이가 자꾸 시전되는 줄은 압니다만...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은
이웃 일본이 그걸 이룰 수 있었던 건
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은 피와 땀을 흘려준 위에 운대가 맞아 떨어주었기에 겨우 가능한 겁니다. 복잡다단한 우여곡절이 존재하는 거죠.
단순히 하나의 조건, 한 두 사람의 의지 여부만으로 그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엉터리인 거죠.
일본은 사실 출발부터 우리와는 아주 조건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부유하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고, 서구인과의 접촉을 계속 유지했기에 서양과의 교섭에서도 훨씬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 체제를 뒤엎고 혁명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근대사를 보면 근대화 노력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생존하지 못하고 서구 열강의 밥이 되어 버린 무수한 나라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근대화 성과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패배하면 그걸로 끝인 거죠. 오랜 식민지 생활을 거치게 되면 별 수 없는 제3세계 가난한 후진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바로 근대기 비서구 세계의 운명인 것입니다.
일본 역시 언제든지 그런 나락으로 떨어질 기회는 여러번 있었습니다.
삿쵸 동맹이 끝내 무산되어 막부에 의해 각개격파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럴 경우 막부는 서구 열강의 충실한 매판정권이 되어 버리겠죠. 당근 일본은 그냥 중국마냥 반식민지 신세로 후진국으로 남아 있게 될 겁니다.
또 보신전쟁때 막부가 결사항전의 의지를 가지고 프랑스의 원조를 끌어들이고 여기에 다시 영국이 사쵸 동맹을 원조하여 내전이 대단히 길어져 버리게 된다면??? 일본은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져 버렸을 것이고 역시 각기 줄을 댄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 신세가 되거나 보호국 신세가 되어 있었겠죠.
아무리 일본이 미운 이웃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보여준 훌륭한 결단은 인정해 줄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근대화 과정은 그에 못지 않은 피와 땀을 필요로 할 겁니다. 무수한 지사들의 혈투 위에 구체제를 허물고 신체제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겠죠.
제발 역사를 단순하게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혁명은 극도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거사입니다. 이것이 성공하고 말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겠죠.
아무리 조선이 서구 열강과의 교섭에 적극적이고 내정개혁을 단행하는데 성공하고 산업육성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해도
결국에는 혁명이라는 벽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그걸 뛰어넘느냐 마느냐가 결국 조선의 근대화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