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애·결혼·출산 포기한 '3포 세대'" 2012-02-13
"20대에게 연애할 권리를 허(許)하라" 13일 홍대입구역 앞. 거리 한복판에 나타난 20대 커플들 한 무리가 끌어안고 서로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벌어진 '키스 플래시몹' 행사에 참가한 연인들이었다. 키스하는 연인들 주변에는 '무엇이 우리의 연애를 가로막는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가 벌어졌다. 지나가다 행사를 구경하던 20대들은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백수라서 미안해요', '사랑 나눌 공간이 없어요', '애인이 안 생겨요' 등의 선택지에 골고루 스티커를 붙였다. 진보신당은 이날 "흔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삶을 사는 요즘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일컬어 '3포 세대'라고 한다"며 "3포 세대에게 자유로운 연애를 허하라는 취지로 키스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20대들은 대체로 행사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연애할 시간이 없다'는 설문조사 선택지에 스티커를 붙인 김지희(가명·26) 씨는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일하는데, 너무 바쁘고 데이트할 돈도 없어서 연애를 안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극배우는 한 달에 30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면서 "그마저 연습기간에는 돈을 못 받아서 카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20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심정연(26) 씨는 "연애하고 싶지만 미래를 대비해야 하고 마냥 놀 수만은 없다"며 "20대는 돈도 벌어야 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 씨는 "학교 다닐 때는 학비 벌기 위해 공부하랴 일하랴 시간이 모자라고, 졸업하고 나서는 취업을 준비해야하는데 연애한다고 부모님 손을 빌리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씨는 "주변에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취업이 우선이라서 연애를 안 한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20대에 결혼자금을 모은 사람은 30대가 되고 나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고 호소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직장 구하고 이것저것 조건 따져서 연애하는 것보다 20대에 연애하는 게 더 순수할 수 있는데, 지금 20대들은 순수한 연애를 할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연애를 하는 20대도 고민은 마찬가지로 있었다. 애인과 함께 행사를 구경한 고병용(24) 씨는 "아무리 돈 없이 놀 수 있다고 해도 (애인에게) 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못해줄 때 힘들다"며 "특히 기념일을 챙기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연애할 공간이 없다는 호소도 있었다. 정휘아(26) 씨는 "영화비도 올랐고 하다못해 카페에 가더라도 돈이 든다"며 "연애할 공간이 없어서 모텔도 전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사는 곳이 안정적이어야 연애도 한다"면서 정부가 젊은 사람을 위한 주거정책을 펼쳤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진보신당은 "3포 세대에게 자유로운 연애를 허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잔업‧야근 등을 줄이고, 1인 가구의 독립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인 1800시간대로 줄이는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기본 연차 7일 확대 및 보건휴가 유급화 △35세 미만 단독세대주 전세자금 대출 제한 폐지 △주택대출 국가책임제 등의 청년 정책을 제시했다. 기사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213153837§ion=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