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 글로 읽으면 불가사의하게 어려워보이는 이 구조. 그냥 정부에서 노후자금 준비하시라고 현금을 돌려준다는 뜻이다. 물론 현금을 직접 주지 않고 세금에서 깎아주는 형식을 취함)
노후를 준비할 것인가?중도에 환매해야할 경우가 있을까?중도에 돈을 못 낼 경우가 있을까?내는 세금은 얼마인가?연봉은 얼마인가?배우자가 가입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나이는 얼마인가?미래에 물가가 상승할 것 같은가 하락할 것 같은가?
펀드와 보험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납입방식이다. 펀드는 자유납이고 보험은 일반 보험들처럼 정기납이다.한달에 한번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넣는게 기본이고, 넣지 못하면 여러 불이익을 받거나 해지가 되는 강제적인 방식이다. 또한 더 넣고 싶어도 제한이 있고, 덜 넣고 싶어도 제한이 있다.
자유납이라 하면 일년내내 아무 때나 입금이 가능하고, 심지어 입금을 안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아무런 조건이 없다. 자기절제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이 드높은 자유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유가 있으면 스스로 룰을 정해 강제화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림 3 - 자유납과 정기납의 차이는 크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인생일대의 현금흐름을 결정해버리지 말자)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서부터 승부가 크게 갈렸다고 생각한다. 자유납과 정기납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쪽과, 정기납만 선택할 수 있는 쪽, 비교해서 무엇하랴, 펀드 측의 완승이다.
세상에 억지로 남이 정해둔 스케줄에 노예가 되어야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물론 재테크라는게 강제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필요가 있다. 게으름을 이기고 꾸준히 투자를 하기 위한 푸쉬가 필요하다. 하지만 굳이 강제적이어야만 저축이 될 것 같다고 믿는 사람 중에 실제로 열심히 저축한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헬스클럽 24개월을 끊어두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 설령 그것 때문에 열심히 나가게 되더라도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강제해두는 것 아닐까? 강제성이 필요하다면 어머니나 배우자에게 강제해달라고 부탁하거나 그마저 안되면 SNS나 까페에 들어가서 '저축이 잘 안되는 저 비정상일까요 좀 혼내주세요'라고 사회적 압력을 활용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강제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연금저축펀드에도 적립식으로 돈을 넣는 기능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그만이다. 강제로 통장에서 빼가는게 속이 편하다면 이렇게라도 사용해보는게 좋다. 정 안되면 '저축을 안하면 벌금으로 여러분에게 피자를 돌리겠습니다' 라고 주위에 공약을 던지면 어떨까? 왜 굳이 막대한 해지환급금을 금융기관에게 줄 각오를 해야하는가. 금융기관들은 당신의 해지율을 정교하게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돈으로 돈을 벌고 있다. 헬스클럽도 마찬가지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생활비를 마련해둔 상태가 아니라면 해지할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강제적 저축은 절대로 비추한다. 특히 20~30대에는 연금상품을 꾸준히 유지하기엔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매월 내던 보험료 때문에 급전을 쓸 수가 없어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실제로 너무나 흔하다.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다. 비상금 통장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가 무엇을 권하던지 간에 "저는 아직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중이어서 그 후에 이야기합시다"라고 이야기할 일이다. 암보험보다 더 급한게 비상금이다. (그보다 더 급한게 카드빚 청산이지만)
실제로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5년 평균 해지율은 33%에 달한다. 십수년을 유지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 셋 중 한명은 5년도 안되어 포기했다는 것이다. 포기할만한 사정들이 다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고객의 행복을 판매수수료보다 더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오히려 금융사에서 책임을 졌을테지. 해지 하신분들은 원금을 겨우 겨우 챙겨갔다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물가상승 때문에 다소 손실을 보셨을 것이다. 중도에 포기할 때는 환급 받은 세금까지 몇백만원을 도로 다 뱉어내야 한다는 상담원의 설명을 듣겠지만, 아마도 연금저축보험의 구조를 뒤늦게 확인하고 분노와 허탈함에 잠겨 앞뒤 안 가리고 다 해지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셨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어쨌든 그 분노가 진실에 기반했든 아니든 이렇게 실망과 분노에 손실을 보시는 분이 너무나 많은게 금융업권의 안타까운 부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보험사들은 '해지 수수료'는 받지 않지만, 더 치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보험금을 납입할 때마다 "계약체결비용"과 "계약관리비용"을 떼는 것이다.
(그림 5 - 우리나라 연금 가입 1위 생명보험사의 대표연금의 수수료 체계다. 수수료 이름을 창의적으로 붙여 규제를 넘어서고 고객을 속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 그림은 우리나라 연금 가입 1위 모 보험사의 대표적인 온라인 다이렉트 연금저축보험 수수료 체계인데, 매월 납입할때마다 새로이 비용을 4.8% 씩 떼겠다는 것이다. 마치 실제로 매월 계약체결비용이 새로 발생하고 계약관리비용이 새로 발생하는 것처럼. 이렇게 우리는 100만 원을 내면 4.8만 원 떼고 95.2만 원으로 시작해야 하니, 5% 이상을 벌어야 본전이 된다. (수수료율을 메꾸려면 수수료율 보다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 몇년 납입하다보면 대개 이 대목에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보험사에 따지기 시작하지만 때는 이미 늦는다.
해당 회사에서 제공한 해지환급률 테이블이 있다. 공시 이율이 3%로 꾸준하다고 설정했을 때이다. "그들이 말하는 환급률"만 보면 마치 본전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해지시에 세금을 돌려뱉고, 물가상승을 쫓아가지 못한 것등을 헤아리지 않더라도, 공시이율로 불어났을 것이라 예상한 자금보다 수수료와 제법 비슷한 약 -4.6%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상품은 그나마 온라인 다이렉트 상품이어서 훨씬 상식(?)적인 수준이다. 전화영업이나 직접 영업으로 이뤄지는 상품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게다가 테이블과 가정들은 또 어찌나들 복잡하게 만들어두는지)
(그림 6 - 위 회사의 환급금, 환급률 테이블을 토대로 실제로 해지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를 계산해봤다. 3%씩 늘어났을 것이라 기대한 금액에서 -4.6% 정도 적게 돌려받을 것이다)
해지하면 -4.6% 정도는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약정이었다는 것이다. 내 나약한 의지에 대해 강제성을 만들어준 감사로 4.6%의 금액을 베팅해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는 수익률로 쳤을 땐 고시이율에서 약 0.9%가 사라지는 효과다. 3%를 기대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면 2.1% 이하로 내려온다는 뜻이다. 앞으로 고시이율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 되면 패널티는 더 커져만 간다.
정리하자면, 연금저축보험은 정기납 구조로 인해 계속 납입하기에 스트레스가 매우 크지만, 중도 해지하면 상당한 불이익을 받으므로, 좋게 말하자면 강제적 저축을 하게 만들어주는 상품, 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금은 별도다.
이 회사만 그럴까? 이 생명보험사에서 10년차 해지환급률은 111% 대로, 3% 공시이율 시에 -4.6%대의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만약 적혀 있는 해지환급률이 같다면 결국 손해보는 폭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공시이율이 높다면 수수료가 더 크다는 의미이고, 공시이율이 낮다면 수수료는 낮아도 그만큼 손해라는 이야기. 조삼모사다.
보험다모아에서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들을 살펴봤다. 10년차 해지환급률이 다 대동소이하다.
연금저축펀드는 펀드 수수료 0.15~1.00% 만 내면 끝이다. 해지 환급률이나 여타 수수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지할 때 돈 내야한다 그러면 비보험 상품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구조가 깔끔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돈 벌 구석이 별로 없어 크게 마케팅을 안한 것일 수도 있다.(물론 해지시에 세금 환급한 것 뱉어내야하는 것은 동일하다) 0.15%~1.00% 수수료 차이는 어떤 펀드에 가입하냐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선취수수료가 없는 펀드들을 선택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펀드 중에 우수한 것들을 고르면, 4.8%의 보험 수수료에 비해 5~70배 정도 저렴해질 수 있다.
유동성과 수수료, 환급성에 대해서 비교해봤지만 솔직히 펀드 쪽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비교 자체가 무리이다.
하지만 연금저축펀드는 무조건 더 좋은 수익이 날 것인가?
이 점은 상품의 문제보다는 운용 방법의 문제다. 펀드로도 연 3%의 변동금리와 유사하게 구조를 짤 수 있다. 다만 채권 등의 자산군이 아무래도 공시 이율을 따박따박 받는 것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이 크다. 즉 일시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다.
단기투자에서 95%의 대중이 실패한다. 그러니 우리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변액보험도 펀드를 적재적소에 알아서 갈아타시면 참 좋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개인들이 마음껏 사고 팔아서는 시장 수익률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 DALBAR 라는 리서치 회사에서는 10년간 평균을 볼 때 사람들은 연평균 4% 이상 시장 수익률에 뒤처지고 있다고 한다. 아주 체계적으로 손실 내는 방법을 모두가 일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투자 고수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일반인들은 시장보다 -8% 이상 뒤처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무조건 펀드가 좋을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단순한 주가지수 투자를 장기적으로 하면 확실히 안정성이 높다는 증거들이 있다. 더 나아가 기한이 길수록 주식 투자가 채권이나 금리 투자보다 훨씬 안전하면서 동시에 수익률도 높다는 일설이 있다.
(그림 8 - 200년간 주식 수익률과 안정성이 장기적으로 채권 등 여타 모든 자산군을 압도했다는 데이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제러미 시겔. 주식이 왕이니까 주식만 무조건 사시라는 증권업 마케팅에서는 일종의 구원자가 되었다고 생각함)
하지만 저런 널리 알려진 마케팅 문구들을 진리처럼 전달할 참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물가 상승'이다. 매년 2%씩 예금금리를 받아도, 물가가 3%씩 상승해버리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더 가난해진다. 짜장면 예를 살펴보자. 매년 물가가 3%씩 오르면 10년 후에 짜장면 값은 30% 상승한다. 우리 자산이 저 정도 불어나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더 가난해져서 사먹을 수 있는 짜장면 그릇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실질'이라는 단어를 물가상승을 제하고 실질적으로 소유한 부의 크기를 이야기한다. 30년 전에 짜장면이 한 100원 하던 시절에는 1억 원 가진 사람이 실질적으로 매우 부유하지 않았겠나. 지금은 1억 원으로 노후를 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림 9 - 짜장면이라는 실물자산과 돈의 가치를 비교. 돈이란 것은 결국 교환가치여서, 물가가 상승하면 돈의 가치도 줄어들어버리는 슬픔이 있음)
그렇다면 물가상승을 예측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것일까?
흔히들 저금리 시대라고들 하는데, 금리는 물가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는 물가 자체보다는 경제 성장이 물가와 금리를 이끌었다면, 이제 경제 성장은 영향이 많이 줄었다. 물가가 높아져야만 금리가 연동해서 높아질 수 있는데, 또 의외의 변수로 물가가 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를 '위험'에 대해 우리는 항상 인지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번 130년치 데이터를 살펴보자.
(그림 10 - 로버트 쉴러 교수의 130년 데이터를 통해 10년간 실질 금리수익과 10년 평균 고시 금리의 비교)
이 차트에서 주로 아래쪽에 있는 파란색 선은 10년간 목돈을 투자해놓고 고시 이율을 받아온 사람이, 그 사이 물가상승률만큼 가난해진 최종년도 '실질' 수익률이다. 위쪽의 붉은 선은 10년간 평균 고시 금리다. 사이의 하얗고 검은 줄무늬는 그 격차를 표현한 것이다. 고시 금리가 얼마이든 나의 실질 수익류과는 제법 큰 괴리가 존재한다. 80년대 초에는 평균 고시 금리가 7%를 넘어갔음에도 그 기간에 은행에 있던 내 자금은 마이너스 실질 금리가 되어버렸다. 흔히 얘기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요즘을 포함한 이런 구간들의 이야기다. 내 실제 금리 수준이 0% 이하로 마이너스였던 기간에는 내 자산이 줄어들기 까지 한 것이다. 지난 130년치의 미국 금리 데이터를 노벨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교수가 정리한 것이다. 저기서 검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은 주로 디플레이션 구간인데, 조금 후에 다시 고민해보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고시 이율만큼 못 번다는 것이다!!
(그림 11 - 미국에서 지난 130년간 인플레로 인한 금리 대비 금리 투자의 손실폭)
실제로 실망한 폭을 그려봤다. 고시 이율을 믿고 있어도 나는 그만큼 부유해지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소위 인플레이션 시대였던 것이다. 1971부터 1981년간 10년간 은행에서 돈을 굴린 사람은, 은행에서 준다는 이율을 8% 정도 손해볼 생각으로 예금을 넣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풍경들이다.
(그림 12 - 오늘의 금리를 보고 10년간 투자했다면 오늘 금리 대비 실질적으로 얼마나 챙겼을지 비율)
자꾸 어려운 그래프로 괴롭혀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 하지만 위 그림을 보면, 현재의 고시 이율을 보고 투자했다가 10년 후에 그 고시 이율의 어느 정도 수익을 달성했는지를 지난 130년간의 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0.5 라면 고시 수익률의 50% 정도 달성했다는 의미다. 물론 세금은 합산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금 고시 이율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지표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자, 이렇게 본다면, 고시 이율을 믿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생각만큼 안전하지도 더욱이 수익률이 좋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앞서 본 (그림 1)의 검은색 면적에 나타나는, 물가가 하락해버리는 디플레이션 구간이다. 즉 보험사에서 최저보증이율 0.5%를 보증하는 구간에 금리도 물가도 일본처럼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나는 별 노력없이 더 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보험료보다 빚이 더 많거나 부동산 등 현물 자산이 많다면 전재산은 줄어들겠지만, 어쨌든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는 만큼은 상쇄가 될 것이다. 이것은 확정이율이 아니더라도 아무데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똑같은 효과가 있다. 디플레이션이 앞으로 3~40년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점차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만을 노려서 이율투자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이율 투자의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물가상승 폭등이 왔을 때이다. 경제성장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화폐적인 이유 등으로 물가 상승이 폭등한다면 고시 이율에 돈을 맡겨두는 모든 예적금 투자자는 대낭패에 처하게 된다. 예컨대 올해 물가 상승이 50%가 발생한다면 여러분의 자산은 순식간에 삭제 (순삭) 당할 수 있다. 이는 정말이지 낭패다.
그에 비해 주식 등의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면 물가폭등시에 오히려 이익을 보게 된다. 물가폭등으로 인한 기업의 수익률 급등을 반영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재고물량이 있는 상황에서 물가만 올라간다면, 생산비가 오르기 전에 일단 마진폭이 월등히 개선되면서 수익이 좋아진다. 슬픈 일이지만 생산공정에서 임금을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생산원가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게 마련이다. 이래서 주식이 일종의 인플레이션 방어 역할을 한다고들 한다. 반면 물가 하락 시는 원래 큰 경기침체와 함께 오기에 주가가 좋을 수 없다. 그러나 이때는 만회할 길이 존재한다. 반면 인플레이션 시에 예적금으로 묵혀둔 자금이 녹아내린 현상은 이후에 만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슷한 물건 중에 더 나쁜 물건이 압도적으로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누군가가 나서서 치열하게 비교하는 덕분에 가격이 제법 공정하게 책정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금융 쪽은 사정이 복잡하다.
일단 금융권역 별로 규제가 차이가 많다. 또한 정부에서 보험 은행 증권업계에 각자 다른 규제를 통해 혜택과 이윤을 허락한다. 게다가 보험 은행 증권업은 본질적으로 매우 다른 고객 채널을 가지고 있다. 같은 니즈를 가진 고객임에도 누구는 은행을 찾고 누구는 설계사를 만나게 되고 누구는 증권맨을 좋아하고 누구는 인터넷을 찾아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으로 혜택이 비슷한 상품도 각 금융권역에서 함께 다루면 매우 복잡다양하게 분화되어 간다. 금융권은 이런 복잡한 생태계를 좋아한다. 소비자가 분석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불투명해서 결국 아무 얘기나 믿고 가입하게 되는 그런 구조 자체가 많은 마진을 담보한다. 그러나 이토록 명백하게 한쪽의 일방적인 성공인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채널의 차이로 인해 아마도 보험사는 계속 보험을 팔 것이고, 연금저축펀드사들은 마진이 낮아서 소극적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신 아래 질문들에 대해 지나가듯 의견을 남겨본다.
노후를 준비할 것인가?
출처 | http://juliuschun.tistory.com/m/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