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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벤트는 새벽 2시에서 5시사이에 발생했네요. (웃음)
언제나처럼 키리토와 아스나, 리파, 리즈벳, 시리카, 시논, 유이, 그리고 엘리스... 아니 앨리스는 항상은 아니지만요.
이번 작품에서, 히로인들은 이야기의 전개에 감정을 키워갔지만, 이야기의 구조 상 주인공인 키리토가 명확한 답변을 낼 수 있게 두진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라는 건, 이런 식으로 밖에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이 짧은 이야기를 쓰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글을 다시 읽어보고는... 여러 종류의 의미로 끔찍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뭐, 어떤 의미로는 SAO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란 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네요. (웃음)
웹버전 『엘리시제이션』에서 ≪주관적 시간 가속≫기능을 소개하였고, 그 아이디어는 이후에 『액셀월드』시리즈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엑셀월드의 주인공인 하루유키도 증가 추세인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만, 키리토는 하루유키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그와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는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본편】
내가 침대에서 깨어났을때, 부드러운 태양이 창가의 흰 레이스 커튼을 투과하여 비추고 있었다. 이 자체는, 무슨 문제나 극단적인 변화가 없는, 매우 평범한 장면이었다. 다시금 깊게 잠드려고 눈을 감으려던 순간, 재차 번쩍 떴다. 잠시만.. 잠깐만 기다려봐!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우선, 이 침대는 보통 이상으로 크고 부드럽다.
나, 키리가야 카즈토는 내 방에 있는 일반 폼 침대를 쓰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내 등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마치 부드러운 최고급 깃털로 둘러싸인 듯 했다. 왼손을 움직여보니, 있어야 할 벽 또한 만져지지 않았다. 나를 덮고 있던 것은 내가 가진 보통 이불가 아닌, 부드럽고 매끄러운 실크 담요였다.
또한, 천장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장식이 서양식인지 일본식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클래식 샹들리에가 LED 조명 대신 걸려있었다.
마지막으론, 방의 반대편, 두꺼운 커튼에 덮여 있는 대형 창문에서... 낮은 각도로 비치는 겨울 태양빛에서 느껴진 갭이었다.
잠깐, 지금은 한여름이 아니었나?
8월 말, 여름방학이 끝나기까진 며칠밖에 안 남았다는 것에 불안과 좌절에 빠져 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 건 바로 어제 아침으로, 강력한 태양에 타는 것을 견뎌내며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이 낯선 방에 있었고, 상당히 추워서 담요를 잘 덥고 있지 않았다면 추위를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 봐도, 이 곳은 겨울, 겨울 아침이었다. 이건 대체...
이 순간, 난 모든 것이 기억났다.
어제 아침, 나는 대낮에 일어나서 졸린 상태로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여름방학 숙제를 할지 고민하면서 마지못해 테이블로 가던 중에, 전화가 왔다. RATH 개발부의 책임자, 히가로부터 온 공식 성명이었다. 언더 월드 내의 봉쇄에 좀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는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터무니없이 더운 날이라, 자연스레 내 입에선 불평이 튀어나왔다. 롯본기에 있는 RATH의 지부에 자전거를 타고 가느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곧바로 화면에 뜬 지침에 따라 STL(*)로 들어갔다.
자세한 상황을 알기도 전에 다이브를 했고... 그리고 이 방에서 깨어났다.
다시 말해서, 여긴 아마도 언더 월드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Centoria의 수도 ≪Cardina≫에 있는 건물의 방 안이라 생각된다. STL을 사용하는 한, 다이브 전의 기억이 조금 흐릿해질 수 있기에, 나는 여전히 시간 가속 기능의 효과가 조금 두려웠다. 잊을 수 있다면, 어째서 더 잊어버리게 되지 않는 걸까... 가령, 현실 세계에선, 여름방학이 끝나기까지 3일 남았다는 사실이라던가...
...이러한 생각을 하던 중에,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자고 결정했다.
그 와중에, 내 손과 손가락에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만져져서 나를 조금 당황하게 했다.
나는 천천히 내 오른 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왼쪽 뺨을 커다란 베개에 파묻은 채 평화로운 표정으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적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누워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기억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가지게 한, 아스나, 유우키 아스나의 얼굴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히가에게 호출된 뒤, 다이브 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 터였다. 이후에 다른 문제를 발견해서 아스나도 다이브했다고 하더라도, 어째서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지?
하지만 그 생각을 이어가기 전에, 우선 다른 걸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번엔 내 왼 편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갑자기 황금색으로 빛나는 빛이 내 눈을 찔러왔다.
겨울의 태양빛이 약하다지만, 그럼에도 금색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찬란하고 눈부시게 반사시켰다. 그와 비슷한 색의 눈썹과 반투명한 흰 피부를 가지고, 오른 편의 아스나와 마주 보는 자세로 누워있는 여자아이는... 정합기사(整合騎士)(*) 앨리스였다.
이 상황은 내 이해의 범주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천국에서 온 충격의 시작일 뿐이었다.
앨리스의 반대 편에, 아직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눈과 입을 열고는, 살며시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 곳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자고 있는 건, 짧은 물빛 머리의 여자아이, 냉혈 저격수인 시논, 아사다 시노였다.
이런 상황이면, 아마도... 아-마-도...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아스나 쪽을 바라보았다.
실크 담요 아래에서, 얼굴을 위로 향하고 바른 자세로 자고 있는 건, 황록색 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녹색 검사 리파... 내 여동생, 아니, 사실 내 사촌 여동생인 키리가야 스구하였다.
... 대체 이 침대는 얼마나 큰 거야?! 라고 나는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위 쪽에서 5명이 자고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 공간이 있었기에, 나는 침대가 다다미 8장 (4평방 피트 정도)가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실크 담요 아래에 그녀를 위쪽으로 향하게 자는 얼굴로 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황록색 머리와 포니테일 머리를 한 소녀 그리고 검사인 리파 나의 사촌동생 키리가야 스구하가 있었다
.... 대체 이 침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거지? 나는 내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5명이서 위에서 잤다고해도 아직 거기에 몇가지 여분의 공간이 있어서 침대가 4평방 피트정도여도 놀라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다. 이 정도 크기의 침대면 침대 시트를 가는 것도 골칫거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때, 뭔가가 내 오른발을 압박해왔다.
내 시야각으로 봤을 때, 아스나는 아니었다. 생각하는 걸 강제로 멈추고, 머리 회전 속도를 늦추면서, 고개를 재차 들어서 발치를 바라보았다.
내 발을 베개 삼고 있는 건, 주근깨 있는 얼굴을 분홍색 머리로 덮고 있는 여자아이, 마스터 대장장이인 리즈벳, 시노자키 리카였다.
그리고 그녀 옆에서 차색 머리를 양 쪽으로 늘어뜨리고 가슴에 매달려 있는 작은 페어리 드래곤과 같이 자고 있는 여리게 보이는 여자아이는, 비스트 테이머 시리카, 야야노 케이코였다.
이건 다다미 8장 크기가 아니라, 10장 정도의 크기 같았다. 현실 세계에서 이런 침대를 쓸 생각을 하는 건 아라비아 황족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언더 월드와 같은 가상 세계에 있다고 해도, 심지어 관리자적 특권을 가진 사람들조차 마음대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이 침대는 여전히 나무를 자를 나무꾼이 필요하고, 다듬어서 결합할 목수가 있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침대라고 불리기 위해 조립, 설치할 제조자가 있어야 한다. 이건 상당히 성가신 일로 보인다... 대체 이 침대는 얼마 정도 할까?
현실 도피적인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도중에, 담요로 덮인 아스나와 나 사이, 약 1미터 정도의 공간에서 뭔가가 살며시 움직였다.
이 미지의 생물은 내 배에서부터 가슴까지 천천히 올라와서는 담요 끝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유려한 검은색 머리를 가진 8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졸린 눈을 한 채, 내 얼굴을 보기 위해 다가와서는, 눈을 깜박이고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음... 좋은 아침이야. 유이."
지금 이 침대 크기가 다다미 10장 정도면, 이 방의 크기는 다다미 30장 이상인 것 같다.
내가 깨어나고 1시간 정도 뒤에, 나, 아스나, 유이, 앨리스, 시논, 리즈벳, 리파, 시리카와 피나, 총 8명과 한 마리는 방의 남쪽에 위치한 테이블 주위에 둘러 앉았다.
여자애들은 차와 시랄수(シラル水)(*)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에 모여있었다. 나는 친숙한 맛의 감귤 주스를 마시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
"어이, 여기가 어디지?"
이에 대답한 건 앨리스였다.
"창 밖의 풍경을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Centoria의 북부 외곽, 이 지역 귀족들의 사유지였던 장소 같아."
변함없이 확고한 어조로 이야기를 한 후에, 앨리스는 그녀의 황금빛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올리며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에... 으음... 난 이 곳에 와 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몰래 국경을 넘어서 온 거면 감옥에 갇히게 될 걸..."
내가 이 말을 하자 리파는 눈을 크게 뜨고는, "후와, 정말 혹독하네. 오빠는 안전한 장소에 있는 걸 못 참는 거야?", 라고 말했다.
"아하하, 정말 그래. 규칙에 도전하면서 GM을 화나게 만드는 건 키리토가 자랑스러워 하는 특별한 능력인걸."
아스나의 말에 모두가 함께 웃었다.
한 침대에서 다 같이 자다 일어난 이 시점에서 이런 말하기엔 조금 늦었지만, 7명의 여자애들 모두 비슷한 디자인의 흰 파자마를 입고 있어서, 상당히 부도덕한 느낌을 가득 풍기고 있었다. 옷의 질감이 상당히 얇아 보였지만, 강력한 히터 덕에 방은 꽤 따뜻했다. 나도 그저 일반적인 검은색 면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만일 내가 테이블 근처에 없었다면, 여긴 인상파 화가가 그린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였을 거다.
그렇다고, "이제 모든 건 네게 달렸어.", 라고 하고선 창 밖으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강제로 벌어진 상황일지도 몰라... 내가 지닌 불길한 예감이 두려웠지만, 사실은 명확하게 알아내야 했다. 한 모금 정도 남은 시랄수를 다 마신 뒤에,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다들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은 뒤에, 결국 이 질문을 던졌다.
"... 이... 이 상황은 대체...? 나는 모두가 이곳으로 다이브했다는 걸 전혀 몰랐어..."
갑자기 여자애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난 순간 이해했다.
이 애들은 서로 이야기를 이미 끝냈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있던 불길한 예감이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에헴..", 하고 리즈벳이 목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그럼... 모든 걸 설명해줄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
"이건 전부... 여름방학이 끝나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으응?"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사실 학생에게는, 상당히 화려한 여름 휴가였다고.
끝나기까지 남은 건 단 3일.
이 문제, 아니 비극에 대해서는 모두 알테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 말엔 완전히 동감하지만, 그게 지금 우리의 상황과 무슨 관계인걸까?
"...아, 다시 말해서...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만큼, 우리의 마지막 활동을 다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언더 월드에 다같이 접속한 거야."
나는 속에서 상상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좋은 생각이라 보지만, 진행하기 전에 미리 말해 줄 수 있지 않았어?"
여자애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고, 리즈벳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문제는 키리토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아스나와 난 지금 3학년인 만큼, 이게 우리의 마지막 여름 방학일 거라고!"
여기 모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건 20살인 앨리스, 그 다음은 18살인 아스나와 리즈벳이다. 시논과 난 17살, 시리카와 리파는 16이고, 제일 어린 건 물론 유이. 언더 월드에서 보낸 시간까지 포함하면, 나는 아마 앨리스와 비슷한 나이일거라 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제 고등학교 2년생일 뿐이다.
리즈벳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곤, 말을 이었다.
"우리 3년차 여름 방학이 끝나기 직전이란 건... 으음... 우리 삶의 한 단계가 끝이 난다는 거야! MMO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2번째 라운드에 있다는 뜻으로, 길고도 힘든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야."
대학생들이나 사회인들이 이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아아... 알 거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날 노려보면서, 리즈벳은 평온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내년 여름방학이 돼서야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요컨대, '여름방학이 끝나면 시험이 있구나'라고, 달력을 보면서 생각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다.
리즈벳은 이유없이 얼굴을 붉힌 뒤,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시논은 그녀의 차가운 어투로 설명을 계속했다.
"난 아직 2학년이지만, 리즈벳과 아스나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 사실, 난 구직할 생각이거던. 지금... 현실 세계를 고려하면, 우리도 현실을 마주보기 시작할 필요가 있어. 성장하고 싶지 않거나 싫다는 게 아냐. 단지, 이대로 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야."
"무, 문제?"
"그래, '우리 ≪연합≫은 어떻게 할까?'란 거야."
"응? 연합이라니?"
낯선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 속은 다시금 혼란스러워졌다.
ALO의 연합인 건가? 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러는 걸 흘깃 보고는, 시논은 말을 이었다.
"줄여서 KKA, 공식 명칭은 키리토 짝사랑 연합이야."
"........."
이런 상황에서 명확하게 답을 하는 건, 내가 결코 배우지 않은 기술이었기에, 나는 그저 서 있는 채로 얼어있었다. 그저 속으로 '이게 아마 유일한 해답일 거야...'라고 생각했다.
한 편, 시논이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았다. 이 정도의 의지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녀가 GGO의 가장 강한 스나이퍼란 것에 의심이 없었다.
시노는 냉혹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양 손을 벌리고선 말했다.
"약간 늦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와 리즈벳, 리파, 시리카가 몰래 이 연합을 같이 만들어서 아스나와 너를 보호하고 있었어. 사실, 아무도 아스나와 정면에서 싸울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던 거지만."
그 말을 한 시점에서, 내 오른 편에 앉아 있던 아스나는 갑작스레 80%의 부끄러움과 남은 20%는 고개를 숙여서 나로선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보였다. 내 왼 편에서 기사처럼 행동하던 앨리스는, 차를 마시면서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도록 감정 표현을 숨겼다.
시논에 이어서 입을 연 것은 리파였다. 시논과는 다르게 얼굴이 붉어진 채, 머뭇거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나는 오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지만 ALO에서 우리가, 리즈벳과 시논과 차를 마실 때, 모두들 수심 어려 보였어. 단지 오빠 옆에 있는 것만도 힘들었고... 그리고 언젠가, 오빠가 일이나 공부 때문에 먼 곳으로 가게 될 날이 올 거야. 점점 이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서, ALO에도 전보다 덜 들어오겠지... 우리 주위의 환경은 천천히 변해가고... 마침내... 이 감정 또한 사라질 지도 몰라... 그렇지?"
순간, 리파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나도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의 뒤를 이어 시리카가, 리파의 손을 잡고 있느라 고개를 숙인 채로, 말을 했다.
"우... 우리도 이를 해결할 쉬운 방법이 없다는 건 알지만, 끝나기 전까지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인 채로 있기는 싫어."
...모두들 울먹이던 이 때에, 앨리스가 말을 꺼냈다.
"현실 세계는 오직 하나만 있는게 아냐."
"에..."
나는 그 기사의 얼굴을 다시금 보았다. 그녀의 하얀 볼에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는 듯 했다. 본래 처져 있던 그녀의 속눈썹이 위로 움직이면서 코발트블루 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내겐, 현실 세계와 언더 월드 모두 현실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없어."
"이, 이건... 이건 정말로..."
"난 곧바로 아스나를 만나러 가서, 그들... 아니 우리들에게 또다른 현실에서 살 기회를 달라고 엎드려 빌었다. 그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도, 평생을 갈 이 눈부신 추억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말야. 그리고, 가능하다면, 확실한 증거가 될 뭔가도."
앨리스의 말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기에, 단지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먼저 만났고, 많은 모험을 같이 한 여자애인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헤이즐넛 색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 난 걱정이 좀 되고, 많은 생각도 했어... 나와 키리토, 앨리스, 시논, 리파, 리즈벳, 시리카, 그리고 유이, 이 모두가 행복해 질 순 없을까, 하고... 만약 이런 것이 정말 가능하다면, 손을 뻗어서... 시도해 볼 만 하다고..."
"모두... 다 함께."
내 앞에 서서, 내게 중얼거리는 어투 그대로 리즈벳은 말을 이었다.
"이 때문에, STL 유닛 6개를 써서 다 같이 언더 월드로 다이브 한 거야."
생기 넘치는 미소를 보인 뒤,
"이 세계 덕분에 우린 모두 다 함께 키리토와 결혼할 수 있는 걸!"
내 무릎에 앉아있던 유이는, 갑자기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내키진 않지만, 현실 세계의 규칙과 윤리가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이건 바람피는게 아니에요, 아빠."
잠시 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얼굴을 감싸고 의자에 박혀 있는 것 뿐이었다. 난 이 일을 이렇게 심도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지금 이것이 현실인지 STL에 의해 만들어진 꿈인지조차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앉아 있을 순 없기에, 난 고개를 들고 말을 했다.
"그건... 대체로, 가장 간단한 사실부터 차례로 알려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시논이 대답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언더 월드의 결혼 제도는... 그게, 뭐라고 할까, 일부일처제 아냐?"
대답을 한 건 앨리스였다.
"그게 맞지만, 삼등급 이상의 기사부터는 제한을 받지 않는데다가, 키리토의, 뭐랄까...≪계정≫?, 의 경우엔 그 권한이 심지어 황제들보다 높아."
"...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탈출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테이블 근처에 앉아있는 7명의 소녀를 한 명씩 어색하게 바라보고는, 가장 진중한 표정과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추억이라... 에, 그건... 사실, 내겐 정말로 그런 자격이 없어... 비록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지만, 너희들의 감정은 정말 기뻐. 아직 내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그 결혼같은 게 좋은 추억이 된다면, 시간이 충분치 않아... 다이브 시간이 오후였고, 모두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남은 시간은 4~5시간밖에 없다는게 문제야. 일단 내 옷을 가지러 갈까, 아님 시설을 빌리러 갈까?"
이 말을 한 순간, 마침내 내 마음 속을 자각할 수 있었다.
언더 월드에서의 결혼은, ALO 시스템에서 플레이어끼리 하는 결혼에 비해 그 의미의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또다른 현실,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이 일로 인해 이 아이들은 평생 기억할 수 있는 눈부신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러면, 나는...
"...일단, 모두 Centoria에 있는 가장 큰 교회로 가자! 나는..."
이 말과 동시에 일어서자, 아스나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
"그게... 키리토,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에? 하지만 5시간도 안 남았는 걸..."
"그게, 사실... 맨 처음에 말하는 걸 잊었지만... 그게..."
아스나는 말을 이었다.
"지금, 언더 월드는 1만 배 가속 상태야. 즉 우리에겐 5만 시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어, 즉..."
유이가 끝말을 맺었다.
"2083일, 약 5년 8개월이에요."
(끝)
<<주석>>
* STL(Soul Translator): 4세대 너브기어. 이후 액셀월드에 사용되는 접속기의 프로토 타입.
*정합기사(整合騎士): 일관성의 기사(Integrity Knight). 엘리시제이션에 등장. 언더 월드에서 인간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어둠의 땅의 세력들로부터 인간계를 지키는 세력.
*시랄수(シラル水): 언더 월드에서 자주 마시는 달고 시큼한 액체의 일종... (이거 말곤 정보가 없음..OTL)
츄잉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