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이전에는 별로 이런 예가 눈에 띄지 않는 듯 싶은데요.
악폐발행은 사실 고대로부터 시전되어 온 정부의 꼼수였죠. 재정파탄을 이 악폐발행으로 넘기려 한 역사를 수도 없이 보거든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렇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역시 대단히 빈번하게 벌어졌던 일이지요.
헌데 우리는 대원군의 당백전 발행 이전에는 그런 약폐 발행의 역사를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PS) 대원군의 당백전이 고종 민씨 척족정권의 당오전 발행보다 더 비난받는 거 같습니다.
실은 당오전이 훨씬 유해한 악정인데도 말이지요. 민씨 정권의 당오전 발행은 조선 말기 조선 유통경제의 등뼈를 확실하게 분질러 버린 결과를 초래했죠.
거기에 반해 당백전은 발행 이후 갖은 폐단이 속출하자 곧바로 발행을 중지했고, 조금 있다가 유통마저 정지시켜 버립니다.
적어도 대원군은 대 놓고 악폐발행을 통해 백성의 고혈을 짜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던 거죠. 거기에 비하면 당오전은 뻔히 폐단이 속출하는 걸 두 눈으로 '뻔히 보고도 뭐 어때 계속해... 했던 데서 문제의 규모 자체가 다른 거거든요. 헌데도 왜 이 당오전보다 당백전이 더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쇄국정책으로 나라를 말아 먹었다는 편견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비는 이런 면에서 비난을 피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쇄국 대원군 vs 개화 민비의 단순무식한 역사 통념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