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화폐경제가 도래하여 상업자본이 성장하였다고들 배우지만 말입니다.
실상 조선의 화폐제도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하니
바로 본위로 삼을 수 있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일단 본위로 삼을만한 금속이 부족합니다.
은보유고는 항상 충분해 본 적이 없으며 대부분 일본, 청간의 국제무역에서 결제수단으로 소진되었죠.
구리는 이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더욱 부족했습니다.
이런 본위로 삼을만한 금속의 부족은 화폐의 만성적 부족에 직면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폐의 부족은 경제규모가 팽창하면 항상 초래되는 문제지만 조선의 문제는 그 규모가 외국에 비해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타났다는 겁니다. 교환경제규모 자체가 이웃나라에 비해 작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요.
전황은 만성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위조화폐조차도 심각한 화폐부족으로 오히려 환영받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조선의 무역규모는 제한적인 규모였습니다. 청과 일본만 상대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수단이 되는 은은 항상 태부족했고, 이 은을 벌어들일 수출상품은 그다지 다양하지가 못했습니다. 홍삼을 운운하나... 그것만으로 과연 조선의 은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었을가요?
무역의 불활성화는 결국 외국 화폐를 본위로 삼는 방법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봅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신용을 본위로 삼기에는 세도정치기 이후 조선 정부의 기강은 급속히 무너져가고 있는 실정이었죠.
당오전으로 나타나는 조선 화폐경제의 난맥상은 그 근원이 대단히 오래되었고 그 뿌리가 깊은 거라 봐야 할 듯 싶습니다.
결국 조선의 경제는 한정된 화폐량 - 그나마도 대부분 소액화폐인 동전이 주류이고 은괴는 조선의 화폐제도에 전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 - 에 의해 한정되어버린 경제규모 -> 개발에 필요한 자본의 원초적 부족이라는 상황이 기초에 깔린 상황이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개항 이후 그 여파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세계 자본에 정신없이 난타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거기에 기름을 부어 버린 꼴이 된 게 바로 민씨 척족 정권의 악정!!
그러고보니...
북학파의 주장이 탁상공론으로 그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엄존하는 게 아니었나 싶네요.
그걸 해결할 방법은
모든 결 재세팅하는 거 밖에 없었던 건데... 조선왕조는 실패했죠. 아니 조선의 인민은 그걸 해 내는데 실패했던 것이죠.
그러자 이웃나라에 의해 침략당하고
식민지적 근대화가 진행되었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