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토지나 태백산맥 같은 장편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참 할 일 없었나 보다.' 라는 말까지 들어봤네요...
그저 내가 읽은 책을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은데 주위에 책 읽는 사람이 없고
책 좋아한다고 하면 공부 잘했겠다고만 얘기하고 (대체 무슨 관계인지...)
어릴 때는 그래도 책을 보면 칭찬해주는 어른들도 있고 또래들도 무시하진 않았는데
요새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책(그중에서도 시, 소설)을 읽는 다고 하면 좋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 시간에 딴 거 하라거나 자기개발서, 자격증 공부를 하라는 소리나 하구요.
아, 왜 이 글을 썼냐면 술, 담배 안하면 무슨 재미로 사냐는 말을 또 들었거든요.
술, 담배도 안하고 이성교제도 안하고 노래방이나 영화관도 안 좋아하니 다들 무슨 재미로 사냐고 해요.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게임도 해봤는데 돌아보니 게임할 때가 재미도 없고 외로웠어요.
같이 있어도 쓸쓸한 느낌이랄까요.
책 읽는 게 좋고 가끔 시를 쓰거나 짧은 글을 쓰는 게 좋아요.
아무 곳이나 않아서 하늘을 보면서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는 게 좋아요.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공책에 적어서 한적한 공원에 앉아 흥얼거리는 게 좋아요.
청소하고 정돈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 제목을 읽고 아무 책이나 뽑아 들어 읽는 게 좋아요.
길에서 떠돌이 개나 고양이를 만나 같이 앉아서 노는 게 재밌어요.
(지금은 안타지면) 자전거 타는 것도 좋고 낯선 곳을 걷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또...
참 많아서 다 적기도 힘든데
이렇게 좋아 하는 게 많고 즐거운 게 많은데 다들 무슨 재미로 사녜요.
이런 게 좋다고 하면 다들 비웃거나 동정해요.
사실 이런 소리 들을 때마다 그분들에게 되묻고 싶어요.
술, 담배, 이성 밖에 재미를 느낄 줄 모르는 당신들이 더 불쌍하다구요.
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깔보는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문득 나도 저 사람들을 깔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이런 말들을 주워담아요.
언젠가 누군가와 무슨 책이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깔보지 않고 동정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 뭐라고 끝내지...
토지 읽으세요. 재밌어요... 진짜루요.
머리 나쁜 저는 다섯번을 읽어도 줄거리도 말 못하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한 번만 읽어보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