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캐나다 이민에 관련해서 많은 정보가 올라오는데, 1.5세의 시각에서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써봅니다.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있을수 있으니 참고하고 읽어주세요.
저는 2003년도에 중학교때 캐나다 토론토로 와서 지금 약 14년안되게 캐나다에 살고있는 1.5세 청년입니다. 현재 시민권자이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1. 이민 1세대의 희생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저에게 캐나다 이민은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의 엄청난 희생덕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 정말 잘나가셨던 분들도 캐나다에 오시면 대부분 단순노동이나 육체적 노동을 찾게 되죠. 편의점, 세탁소, 공장, 식당 등에서 일하시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한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세탁소/청소부일을 하고 계시고.. 오랜기간 육체적으로 힘드니 정신적으로 강하셨던 부모님도 많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어 하십니다. 그나마 이제 제가 돈을 벌고 다니니 좀 편해진 편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일하실때는 마음이 고생하시고 캐나다에서는 몸이 고생한다는 느낌입니다. 캐나다에 확실한 일자리나 살아갈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으면 이민으로써 삶의 질이 꼭 향상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단!! 자녀들의 기회가 정말 정말 많아집니다 - 물론 자녀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지만요. 저는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꼭 이민이 최선의 선택이라곤 할수 없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서라면 꼭 한번 생각해 보세요.
2. 영어
하지만 영어를 잘 구사할수 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는것 같습니다. 아마 이민게시판에서 귀에 못박히도록 들으셨겠지만 캐나다 이민을 결정하셨다면 정말 영어를 목숨걸고 공부하세요.
- 영어를 하게 되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영어가 좀 되시는 분들은 회계사, 공인중개사등 취직을 하셔서 잘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영어를 하지 못하면 캐나다에서는 정말 많은 서러움이 있습니다. 밑에 말하겠지만 직접적인 인종차별보다 언어를 못해서 차별 받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영어를 못해서 어쩔수 없이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으며 일하는 워홀러들도 참 많구요. 외국에 있는 한국인을 조심하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 말이 통하는 한국인들이 등쳐먹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 저희 부모님이 하시는 항상 하시는 이야기는 "캐나다에서는 아무도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하면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수 있다던가, 저렇게 하면 차를살때 손해를 본다던가.. 하지만 이건 캐나다여서가 아니라 어느 나라를 가든지 똑같은 이야기일거에요. 그나라의 문화, 관습등 을 모르니까 어쩔수 없지요. 하지만 영어를 할줄 알면 이런 정보를 찾아보기도 쉽고, 더 잘 습득할수 있게 됩니다. 저랑 같이 일하는 캄보디아에서 이민온 사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기는 캐나다에서 뭘 하면 항상 손해를 본다고.. 하지만 다른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고 말죠.
- 발음에 목숨거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알아듣기만 하면 발음은 크게 상관 없습니다. 다민족 국가라 진짜 이상한 억양으로 말해도 진짜 신기할정도로 알아듣습니다. 저도 처음 인도 억양이 알아듣기 너무 힘들었는데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더군요. 중요한건 소통이 가능한가 입니다.
3. 인종차별
인종차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이민을 다시 생각해봐야하는 이유인가에 대해선 자신있게 아니라고 할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제 친구들중엔 인도, 멕시코, 중국, 파키스탄, 이탈리안, 아일랜드인, 베트남, 싱가폴, 로마니아, 남아공인 등등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있습니다. 이렇기에 어릴때부터 철저하게 인종차별에 대해 교육을 시킵니다. 공공연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백인들은 정말 말을 조심해서 합니다. 물론 뒤에서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할수도 있겠지만 앞에 대놓고 그런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친해지면 히히덕거리면서 서로 농담따먹기 하는 경우는 많지만요. 제가 인종차별을 피부로 느낀것은 오히려 유럽에 여행갔을때이지, 캐나다에서 그렇게 피부로 느낀적은 없는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하는건 절때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이민을 포기해야할 정도라는건 아니라는거죠. 반대로 캐나다 사람들은 굉장히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이민자들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는경우가 많아요. 한국에서 오신분들이 아무렇지않게 "짱깨 짱깨" 하실때마다 흠칫흠칫 놀랍니다. 캐나다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racial slur)이 금기시 되다시피 하거든요. 반면에 언어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분명이 뼈저리게 느낄수 있습니다. 대부분 인종차별이라고 느끼시는 사건들이 사실 언어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4. 인종차별때문에 진급할수 없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발자쪽에 일해서 다른 시각일수도 있겠지만,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더라도 다른 요소가 훨씬 크지, 인종차별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도비같은 경우만해도 CEO가 백인이 아니구요. 저의 매니저가 백인이 아닌 경우도 많았습니다. 백인이 Executive가 많은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백인들이 높은위치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백인들이 문화적으로 잘 섞일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영어를 잘하는것 뿐만 아니라, 네트워킹이라던가, 사내정치이런게 익숙합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적 문화로 봤을때 저건 조금 잘난척하는것 같다 하는 경우가 서양 문화에선 오히려 플러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모를 보고 차별한다기보다, 문화로 봤을때 잘 섞이는 사람이 잘 승진하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 녹아들어가있는 2세들은 승진도 잘 합니다. 나는 정말 출중한 실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데 인종차별때문에 승진을 못한다? 이건 정말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세상에 능력있는데 회사에서 얼굴색 다르다고 안쓰려고 하겠어요? 이민자들이 흔히 "soft skill"이라고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등의 능력을 중요치 않게 여겨서 이런 오해가 생기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직장생활
만약에 실제로 인종차별때문에 진급을 할수 없다고 하더라도, 캐나다에서 보다 한국에서 일하는게 낫다는 의견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네요. 제가 들은 한국의 직장생활과 캐나다의 직장생활을 비교해 봤을때는 "진급"을 못하더라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개발자는 한국에서는 3D 직업이지만 북미에서는 대우가 정말 좋습니다.)
- 휴가를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왠만하면 내는 날짜로 다 보내줍니다. 오히려 안쓰면 법적으로 걸리기 때문에 연말에 쓰라고 매니저가 독촉합니다.
- 아프다고 Sick day를 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단 몇일 연속 아프면 진단서를 떼가야 합니다.
- 출산휴가가 보장됩니다.
- 9시부터 5시 일하고 칼퇴근 가능한 회사가 많습니다.
- 주말에는 왠만해선 건들지 않습니다. 주말에 긴급하지 않은 요청이 오면 (그런 경우도 없지만) 그냥 씹고 월욜날 출근해서 해결합니다.
- 회식문화 없습니다. 이벤트가 있어도 가고싶으면 가는거고 안가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습니다.
장점을 늘어놨지만 캐나다의 직장생활도 빡셉니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했을때 훠얼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힘들게 일하면 그에따른 댓가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제 입장에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에 1.5세의 입장에서 바라본 캐나다 문화에 대해써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