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우리집은 부족한 것 없이 사는 집이였다
공장을 운영하신 아버지 덕에 동네에 몇대 없는 중형차와 기사아저씨가 있었으니..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할아버지 손에 길러졌다
없이 사는 것도 아닌데 두 노인께서는 개구장이 손주의 양말을 수시로 꿰매주셨다
그 당시엔 바느질로 마무리하신 끝단이 발가락에 걸려서 굉장히 성가시고 짜증이 났었다
축구라도 하고나면, 그 부분에 물집이 잡혀 집에 오자마자 두 노인께 칭얼 대곤 했었다
부모님의 공장이 부도가 나고 몇년 안되어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할머니는 큰댁으로 가셨지만
내 양말은 항상 꿰매져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양말을 꿰매는 것이 일상이었다
두 노인께서 해주던 무수히 많은 일들 중 하나였지만, 지나고 보니 구멍난 양말이 꼭 내 마음 같았나보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도 나는 양말을 꿰매신었다
내가 꿰매든, 어머니께서 꿰매든..
이제는 양말을 꿰어신지 않는다
내 아내는 양말 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멍이 날때면 아내에게 꿰매달라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그 양말은 다음부턴 볼 수 없는 양말이다
아이들 양말에 구멍이 났다
바느질함을 열고서 아주 오랜만에 실을 꿰어본다
이녀석들이 그동안 어떻게 뛰어다녔을지 머리속에 떠오른다
야무지게 꿰맨다는 것이 너무 두껍게 꿰매진것 같다
아들녀석이 발가락에 걸린다면 툴툴거린다
두 노인에 비친 내모습이 이랬던가
가늠할 수 없는 그리움이 새벽내 베게잎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