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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 로마제국,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게시물ID : history_25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urelius
추천 : 10
조회수 : 79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1/20 15:20:45
기독교와 이슬람의 형성 과정은 정말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독교는 유대교의 종파로 시작해서, 유대인들 그리고 로마인들로부터 박해받던 소수 종교였습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이 이를 인정하기까지 300년이 걸렸죠. 반대로 이슬람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아, 이 계시에 따른 신정국가를 건국한 것을 기반으로 하며 또한 군사적 수단으로 팽창한 종교입니다. 요컨대 이슬람의 경우 종교권력이 세속권력을 창출한 반면, 기독교는 세속권력에 몸을 위탁했던 것입니다. 

로마제국으로부터 합법 종교로 인정받고, 세를 불린 다음 다시 탄압받는 종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제국으로부터 계속 인정을 받기 위해 기독교인들은 끊임없이 로마제국의 인텔리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초대 교회 역사가 유세비우스는 심지어 예수가 탄생한 날이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치세와 겹쳤다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예수탄생과 로마제국의 성립은 운명이었다고 역설했습니다. 

로마제국이야말로 문명의 근원이며 세계라는 인식은 당대인들의 공유된 인식이었기 때문에, 교회사가들은 끊임없이 기독교가 왜 로마제국과 잘 맞는지 설득해야 했습니다. 로마제국은 신의 도구이며, 제국의 지배는 신의 섭리라는 주장을 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제국의 세속권력과 결탁하고 동맹을 맺어 기독교는 탄압받는 소수 종파에서 강력한 종교로 부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속권력은 언제나 종교권력 위에 군림했었고, 이는 교회의 주교들도 잘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의 지위가 역전된 것은 로마가 멸망하면서부터인데, 이때 교회는 제국의 기구와 제도를 계승하면서 세속권력을 차지하게 됩니다. 로마제국의 전통과 보편주의, 그리고 기독교 교회의 교리와 보편주의는 꽤 강력한 혼합이었고, 군주와 시민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권한과 종교의 역할에 대해 모두가 언제나 동의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속군주와 종교교회는 자주 갈등했었고, 중세 당시 이들 간의 갈등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사건이 그 유명한 "서임권 논란"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로마의 가톨릭 교회의 교황 간의 권력다툼이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 교회가 언제나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죠. 

반대로 이슬람의 경우, 세속과 종교의 구분히 모호했고, 대부분의 경우 세속군주와 성직자는 같은 의미로 통용되었습니다. 칼리파가 대표적이죠. 칼리파는 무함마드의 후계자(베드로의 후계자)이며 동시에 황제(카이사르)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황금시대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바로 이러한 칼리파들의 시대이고요.

교리적 측면에서도 신국론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神國, 천국)과 인국(人國, 로마)을 나누면서 인간세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진정한 구원은 사후 하나님의 나라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반면, 이슬람의 경우 알라의 뜻을 지상에서 실천하고 "움마"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속주의에 대한 기독교와 이슬람의 인식 차이는 바로 이러한 역사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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