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권 실세, 오자와 "천황가는 한국에서 왔다!"
'주간신초' 최신호에서 밝혀.. 민주당 오자와 간사장의 '폭탄발언'?!
박철현 기자
민주당 간사장 오자와 이치로, 지금에 와서는 일본정부를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실세로 알려진 그가 지난 12월 12일 한국방문 당시 "천황가는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일대 파문이 예상된다.
<주간신초> 신년특대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오자와 간사장은 지난 12월 10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면담한 이후 한국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이러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페이지 권두특집으로 구성된 이 기사의 제목은 "천황가는 한국에서 건너왔다. 갈채받은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서울 불경(不敬) 발언".
<주간신초>는 오자와 간사장이 한국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공개강연회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 오자와 간사장의 발언을 특종보도한 '주간신초' 신년특대호 ©JPNews
"일본의 역사전문가 중에 에가미 선생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 선생님은 일본국가의 기원에 대해 기마민족 정복설을 강하게 주장하신 분이기도 하지요.
에가미 선생의 설(說)에 의하면 조선반도 남부, 지금의 한국에 해당합니다만, 이 지역의 권력자가 아마 바다를 건너 규슈지역에 도착해 미에(三重) 현에 정착한 이후 지금의 나라(奈良) 현에 들어가 나라분지에서 정권을 수립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신화에도 나옵니다만, 바로 신무천황의 동정(東征)이라는 초대 천황의 이야기입니다만 에가미 선생은 그런 설을 주창하신 것이지요."(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
오자와 씨가 여기서 에가미 선생이라고 표현한 이는 바로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향년 96세) 전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지칭한다. 에가미 교수의, 이른바 기마민족 정복설은 중국동북부의 기마민족이 한반도에 남하해 이후 일본에 건너와 야마토 조정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주간신초>는 "하지만 오자와 씨는 '중국동북부'를 빼 먹고 바로 조선반도의 권력자가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소개한 후 웃음 띤 얼굴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뭐, 전후사정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저명한 에가미 선생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니까, 더 강하게 말해 버리면 제가 일본으로 못 돌아갈 지도 모르니까 여기선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아무튼 역사적 사실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이 주간지는 "오자와 씨의 이 말이 끝난 후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전하면서 "천황가는 한국에서 왔다는, 오자와 씨 스스로가 그런 역사적 사실을 믿는다며 이러한 '설'을 당당하게 밝혀 박수갈채를 받고 싶을 정도로 그는 일본과 한국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라며 오자와 씨의 다음 발언도 충실히 소개했다.
"당시 신라, 백제라고 하는 나라가 있었지요. 고대의 역사서들을 보더라도 일본의 야마토 조정과 신라, 백제의 선조들이 교류를 나누는 데 있어 통역이 필요했다는 구절은 안 나옵니다.또 헤이안 시대를 연 간무 천황의 생모는 백제의 왕녀라고 천황폐하 스스로가 인정했습니다."(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
▲ "아마도 역사적 사실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발언(왼쪽끝부분)이 보인다. ©JPNews
<주간신초>는 이 기마민족 정복설에 대해 교토산업대학의 도코로 교수의 말을 빌려 "어디까지나 스케일이 큰 가설에 불과하다. 불명확한 점이 많이 정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매주 40만부 이상을 판매하는 <주간신초>는 민주당 정권에 비판적인 스탠스로 유명한 잡지다. 올해 1월에는 지난 87년에 있었던 '아사히신문 한신지국 사건 진범 독점수기'가 오보로 밝혀져 망신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사의 경우 오자와 씨의 발언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일본의 거대 일간지의 서울 특파원들도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실언"이라고 증언하고 있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천황가가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설은 일본 매스컴의 터부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 유수 일간지의 서울주재 모 특파원은, "일본의 우익세력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천황이 만약 한국을 방문할 때 그 때 혹시라도 '고향에 잘 돌아오셨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서울 시내에 내걸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오자와 발언도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의 메이저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마이니치신문(12월 13일자)>이 "오자와 간사장은 천황의 한국방문에 대해, 한국인 여러분들이 받아들여주고 환영해 준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해 한국측 준비가 정리된다면 실현가능하다'는 입장을 내 비친 적도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어, 오자와 씨가 이번 방한 중에 일본천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로 보여진다.
오자와 간사장은 예전부터 대표적인 친중파 정치인으로 꼽혀 왔다. 12월 10일에는 140여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도 면담했다.
지난 15일에는 '덴노(천황)의 정치적 이용'이라는 궁내청의 반발을 무릅쓰고 덴노와 시진핑 중국국가부주석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는 등 막강한 정치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간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전면에 나선다는 비판과 함께, 24일에는 자신의 정책비서였던 니시카와 중의원이 오자와 씨의 정치자금 관리단체의 토지매매문제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일본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오자와 간사장의 "천황가는 한국에서 건너왔다"라는 폭탄발언, 그리고 이를 톱뉴스 형태로 신년특대호에서 정식으로 문제삼은 <주간신초> 의도 등 벌써부터 일본 정가에 파문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무튼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될지 모르는 이같은 발언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