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다들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북극보다 추운 동네에서 도망쳐 남쪽으로 갔다가 독감을 얻어 2주 남짓한 휴가 내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진 아니고 그냥 겁나 아팠습니다. 내 크리스마스...는 원래 계획 없었지..데헷. 원래 계획은 매주 연재였는데 자꾸 격주 연재해서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설마 저번 주에 사파리매거진2580 안 올라왔다고 국정원에 연락하신 분은 없겠죠? 잡혀가지 않았습니다. 단지 침대 밖으로 못 나가고 있었을 뿐이죠.
한국에서는 독감! 하면 “어딜 야자 튈라고…앉아!” 정도의 질병이지만, 북아메리카 쪽에서는 으아아!!! 조류독감!!! 으아아!! 돼지독감!!! 으아아!!! 조류돼지독감 콤보!!!! 으앙!! 죽는다! 하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일단 독감 걸렸다 하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격리됩니다. 방에 감금해 버리죠. ㅋㅋㅋ 제가 머물렀던 워싱턴 주에선 H1N1 독감이 대유행이라 6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다들 감기, 독감 조심하세요.
그럼 오늘은 필자 독감 기념으로 돼지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합시다.
1. 돼지는 돼지같이 먹지 않습니다.
흔히들 허겁지겁 우적우적 와구와구 꾸역꾸역 (아, 한국어의 신비여) 먹는 사람들을 돼지처럼 먹는다고 합니다. “돼지처럼 먹는다”라는 말이 한국어나 영어에나 있지만 사실 돼지들은 먹이를 먹을 때 천천히 맛을 즐기면서 씹어 먹습니다.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바닐라♥
2. 똑똑합니다!
가축화된 동물 중에 똑똑한 동물을 생각하면 역시 목축, 경비, 탐색, 치료, 그리고 구조 등의 여러 가지 영역에서 인간을 실질적으로 보조하고 있는 개가 역시 가장 똑똑할 것 같지만, 사실 돼지들이 더 똑똑합니다. 지능지수만 따졌을 때는 돌고래, 침팬지 다음으로 똑똑하다고 여겨집니다.
심지어 가르쳐 주기만 하면 컴퓨터 게임도 가능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돼지가 개보다 훈련/교육시키기 쉽다고 결론 내렸죠. 동영상의 컴퓨터 게임도 사실 돼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침팬지를 위해 디자인이 된 기계고 게임입니다. 시켜봤는데 잘하니까 오예!
꺄하핫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도 막상 돼지가 똑똑하다고 얘기해 주면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거나 아니면 “어쩌라고?”하고 반응합니다. 개가 똑똑하고 인간의 친구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되지만, 돼지나 소는 더럽고 멍청하기 때문에 가축이고 그러니까 먹어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고 더 나은 논리를 펴시길 바랍니다.
3. 돼야지 깨끗함
돼지가 더럽다는 이미지는 인간이 돼지를 편이하게 사육하기 위해 규정지어 놓은 환경 때문에 붙은 오명입니다. 돼지는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한 동물입니다.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개들보다 깨끗합니다.
깨끗이 씻겨라 닝겐
사육환경에서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싸고 하지만, 돼지에게 선택권만 주어진다면, 돼지들은 자는 곳, 먹는 곳, 볼일 보는 곳을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심지어 어미 돼지는 새끼를 낳을 때 무리에서 떨어져 깨끗한 풀, 건초 등으로 둥지를 만들고 거기에서 새끼를 낳죠.
이게 귀족들의 머드팩이다 꿀
우리가 흔히 보는 핑크빛 돼지들이 진흙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경우는 보통 그저 사육환경이 더러운 것이거나, 햇볕이 따가워 자외선 차단용 선크림으로 머드팩을 한 것입니다. 또 돼지는 땀구멍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날이 너무 더우면 체온을 식히기 위해 진흙 위에서 구릅니다. 더러운 게 아니에요.
4. 돼지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주력동물이 돼지인 이유가 단순히 부정적인 돼지의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돼지의 지능이 상당히 높고 굉장히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듣는 돼지의 울음 소리는 단순히 꿀꿀, 꿱꿱, 꾸웨에에엑! 정도지만, 사실 돼지는 25가지 이상의 언어 패턴을 가지고 서로 대화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꿀꿀은 “배고퐝..ㅠㅜ” 이죠. 저도 가끔 합니다. “음메 음메 꾸윙꾸윙 음메 꾸웡꾸웡 배고팡.”
35초 정도부터 잘 들립니다.
돼지들은 잘 때도 그냥 자는 것보다는 코를 맞대고 자거나 서로 부둥켜 앉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돼지는 기회주의적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에 사람들은 버려진 농장의 돼지들이 서로 잡아 먹는 아비규환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농장을 찾아갔지만, 많은 경우 돼지들은 단순히 서로 부둥켜 앉고 굶어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 따시당♥
5. 돼지가 개보다 후각이 좋아요
사실 생긴 것만 봐도 당연히 돼지가 후각이 더 좋게 생겼습니다. 돼지 얼굴을 따라 할 때 손으로 머리 위에 귀를 얹거나 눈을 똥그랗게 뜨진 앉죠. 들창코를 만들죠. 그리고 꿀꿀♥ 코 하면 돼지인 것입니다.
뀨♥
돼지는 후각이나 청각 등 다른 기관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후각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냄새에 개들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냄새를 맡은 구역에 대해서 잘 기억합니다. 가끔 돼지로 파이프 파열된 곳을 찾거나, 마약이나 폭발물을 감지하거나 하기도 하지만, 돼지는 개보다 근로윤리(?!)면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능에 충실할 수 있는 트러플 사냥에 더 많이 사용됩니다.
*트러플이란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이는 송로버섯입니다. 1Kg당 100만원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쪽에서 돈의 향기가 난다 꿀꿀
6. 돼지독감!
흔히 우리가 신종독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돼지독감은 사실 돼지가 옮기는 병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공식언론에선 Swine Flu라고 부르던 것을 정정해서 H1N1 Type A 독감이라고 정정해서 부르고 있죠. 여전히 사람들은 돼지독감이라고 부릅니다만... 이미 별명처럼 붙여진 이름은 어쩔 수 없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 H1N1 바이러스는 조류, 돼지, 인간 바이러스가 짬뽕된 것으로 막강한 최강자입니다.
아무도 날 막을 순 없으셈ㅋㅋ
사실 돼지가 중간에 꼈기 때문에 돼지가 어느 정도 시사한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 감염 경로가 돼지가 아닌 인간이고, 요즘에는 오히려 사람이 돼지들한테 옮기는 추세라고 합니다. 미국 질병관리국에서도 실질적 감염경로가 돼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돼지 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돼지독감이라는 명칭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했죠. 결국 사람이 사람한테 옮기는 병이 된 것입니다. 고로 저는 제 친구 동생녀석을 좀 때려주러 가야겠습니다. 쿨럭쿨럭.
돼지는 사실 생체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나 인간과 많이 닮은 동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명을 쓰고 있죠. 생김새가 우리와 너무 많이 달라서 종종 ‘더럽다, 멍청하다’와 같은, 사실과 많이 다른 오명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죠.
“개는 당신을 올려다보고 고양이는 당신을 내려다보지만 돼지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 하루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내 식탁에 올라온 생명들에게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참 고 자 료
http://www.livescience.com/39717-are-pigs-as-smart-as-dogs.html
http://www.humanesociety.org/animals/pigs/pigs_more.html
http://www.nytimes.com/2009/11/10/science/10angier.html?_r=0
http://animalbehaviour.net/JudithKBlackshaw/Chapter3e.htm
http://w3.ufsm.br/suinos/ZOT430_cap4_inst.pdf
http://www.komonews.com/news/local/Flu-related-deaths-double-in-Wash-State-238736331.html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