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이다.
아침부터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결코 자정에서 그리 먼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중학교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 집의 잠자리 시간이 자정으로
맞춰지게 된 것이.
물론 벌써 거의 10년전 일이지만, 그 세월이
무색하지 않도록 (당연히 부모님의 성화로)
우리 집의 암묵은 쭉 지켜져 왔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아, 그 것은 심시티며 스타크래프트며 온갖
시뮬레이션 게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던
나에게 있어서는 더운 사막의 땡볕아래에서
탈수하기 직전 겨우 마시는 마법의 오아시스의
샘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 스팀 라이브러리에 들어가있는 보유게임의
숫자에 무색하게도, 무려 2년이 넘게 게임불감증에
빠져 학업에만 정진하던 나에게는 단물과도 같은
것. 감히 비유하자면 여왕벌을 위해 열심히 벌꿀을
채취하고 짝짓기에 매진하던 일벌들에게 주어진
일과중의 벌꿀타임 정도랄까.
잡설이 길었지만,
어제부터 나의 도시를 짓기 시작해 갓 인구수 7천을
넘긴후 잠에 들어 오늘 다시 들뜨는 마음으로 세이브를
로드해 보았다. 어제 잠들기전 정리한 내 도시계획을
실현시키려 게임을 한지 한 두시간이 지났을까
피곤에 불이 꺼져버린 나의 동공에 불시의
오류보고 창이 희미해져가던 불빛을 다시 지폈다.
덜덜 움직이는 나의 손이 마우스에 손을 떼지 않은채
두 눈은 에러메시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작동이 중지되었습니다"
이럴수가..! 이제 2만의 인구를 찍은 도시인데.. 도로계획도
철저히 해서 그 어떤 트래픽도 다 뚫수있게 만든 도시인데!
뛰는 심장을 뒤로한채 다시 시티즈를 구동했다.
아닐꺼야, 스팀 클라우드 저장으로 옵션에서 설정했는걸.
아마 최신세이브파일이 남아 있을꺼야.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잡고 마우스를 CONTINUE에 가져가
다시 시작했다. 한 30초쯤 지났을까, 간신히 확인한 인구수는
다시 7천으로 복귀해 있었다.
오유글쓰기에도 자동저장 기능이 지원하는데 최신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인 나의 시티즈에서 이걸 지원하지 않다니.
갑자기 졸리기 시작한 나는 종료한 뒤 스팀에서 과감히 로컬데이터
삭제를 눌렀다.
비록 이틀에 걸친 짧은 방황이었지만 아마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